“숲속 나무와 아이들은 서로 닮아 쑥쑥 자라요”
“소나무에 열매가 많이 매달려 있지요? 그만큼 살기가 팍팍하다는 증거예요. 나무는 비옥한 땅과 살기 좋은 환경에선 하늘 위로 크게 자라요. 그런데 열매를 맺는데 영양분을 많이 쏟는 건, 성장이 아니라 후손을 남기는 일이 더 절박한 상황이라는 거죠.”
6월 초순, 날씨는 오전을 넘기며 더욱 맹렬한 기세로 태양빛을 쏟아 내기 시작한다. 아랑 곳 없이 소나무를 가리키며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 사람, 들뫼자연학교의 초대 교장이자 아이들에게 자연을 안내하는 생태 선생님이다.
평범한 주부로 살다가 둘째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 자신을 찾는 공부를 시작한다. 처음엔 독서지도사로, 다음은 사회복지사로, 최종 안착지인 생태 지도사로 평생교육을 실천하며 살아온 이. 50이 넘은 지금까지 방송대 평생교육원의 ‘숲해설과정’을 공부하며 살며, 배우며, 가르치는 사이클을 순회하고 있는 박연수(52ㆍ동백동)씨.
‘들과 산으로 놀러 다니며 재미나게 놀자’는 모토로 만든 ‘들뫼자연학교’에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안내하는 그이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평범한 주부에서 자연생태학교 교장으로
“2003년부터였어요. 명지대 ‘경기환경기술개발센터’에 주부환경교실 1기로 등록해 수업을 들었어요. 환경과 자연에 대한 새로운 것을 많이 배우고 느끼는 시간이었지요. 내친김에 용인의 환경단체인 ‘용인의제’ 환경 교실에 등록해 강사과정까지 밟게 된 거죠.”
과정이 끝나자 뭔가 아쉽고 같이 공부하던 선생님들과 결속도 다지고 지속적인 배움을 이어가고 싶었던 그이. 더불어 지역주민들과 아이들에게 우리주변의 꽃과 나무, 숲에 대해 설명하고 안내하고픈 마음과 필요성도 무럭무럭 커가던 무렵이었다.
그런 요구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들뫼자연학교’. 총 8명의 생태활동가가 모여 2008년 발대식을 하고 초대 교장 직을 맡게 되었다.
“용인은 평생학습 체계가 굉장히 잘 돼 있어요. 시 차원에서도 생태, 환경 사업을 많이 추진하고 있고요. 저희가 하고 싶은 수업이나 뜻을 펼칠 수 있는 공모사업도 많아서 아이들과 가족들의 환경 체험과 숲 나들이를 기획하고 펼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어요.”
그렇게 진행한 사업은 석성산, 광교산 등에서 펼쳐지는 ‘어린이 생태교실’과 ‘숲 탐사 및 나무 이름 달아주기’, ‘어린이 기후학교’ 등 다양하다.
최근엔 갈월마을 탐방을 통해 용인의 아름다운 마을 뒷동산, 돌담길, 마을 먹거리 등을 소개하고 알리는 사업도 펼치고 있다.
기후와 생태 변화, 자연이 가장 좋은 교과서
이쯤에서 무수한 자격증과 자아 찾기 과정을 거쳐 올인 하게 된 생태교육, 특별히 꽂히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우연히 천리포 수목원을 세운 ‘칼밀러’의 인생 스토리를 읽게 됐어요. 외국인임에도 우리 강산에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는 삶을 살다가 우리나라에 묻힌 분이시죠. 인부가 거추장스럽다고 나무를 자르는 모습을 보고 생명의 소중함을 강조하며 훈계를 하셨다고 해요. 저 한태는 정신적인 교감과 가르침을 주신 분이죠.”
워낙에 나무와 풀, 생태 공부가 적성에 맞았고 숲에서 아이들을 만나면 나무가 자라듯 쑥쑥 자라나는 모습을 보며, 흐뭇해진다는 박연수씨.
농고교사인 남편도 처음엔 식물 공부, 나무공부를 하고 있는 아내의 어설픈 모습에 코웃음을 치더니 그렇게 3년이 지나면서는 오히려 박 씨에게 물어보는 일이 잦아지더란다.
그렇다면 10년 가까이 생태 공부와 숲의 변화를 안내하고 가르쳐온 그이에게 자연환경은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전에는 대나무가 남부지역에서만 자랐어요. 그런데 지금은 우리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잘 자라고 해당화가 바닷가만이 아니라 용인 곳곳에서도 잘 자라죠. 용인의 경안천도 물고기가 많아서 10년 전만 해도 잡아서 끊여먹곤 했는데 지금은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됐죠.”
이렇듯 생태와 기후환경은 시시각각 우리에게 싸인(?)을 보내주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그걸 못 읽고 있는 사람들이 안타까운 박씨.
그래서 자연생태의 소중함을 책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공기와 날씨와 숲을 통해 생생히 전달해주며 자연이 무엇보다 훌륭한 교과서임을 강조한다.
숲이 자라는 감동, 아이와 함께 느껴 보길
다행인 것은 요즘 들어 생태 교육, 숲 해설에 대한 사람들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단다.
“나들이 가면 가서 고기 구워 먹고 오는 게 전부인데 요즘은 가족 단위의 탐방 여행이 많아지고 있어요. 산에 가도 꼭 정상이 목적이 아니라 산에서 주는 조용한 휴식, 나무들의 변화, 주변 곤충들을 살피고 느끼고 오는 거죠.”
방과후 학교수업이나 학교 내 숲 해설 요구도 많아져 박 씨는 요즘 이런 흐름이 반갑다.
“생태에 관심을 갖고 분위기가 모아지고 더 나아가 지역 먹거리(푸드마일리지), 슬로우푸드, 웰빙 마을 등 모두 순환에 대한 이해가 출발이죠. 환경의 소중함, 그래서 다 같이 지켜내고 소중히 가꿔야한다는 생각이 바탕을 둔 건강한 순환인거죠. 저는 이런 흐름이 자연스럽고 또 옳다고 생각해요.”
숲에서 만난 아이들 중 나무에 관심을 갖고 식물을 연구하고 숲을 연구하는 사람이 나올 거라는 기대, 또 일상에서 생태적 감성을 가진 아이로 자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오늘도 생태에 대한 안내와 해설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숲의 나무를 보면 한 달 한 달 엄마 뱃속에서 자라는 태아처럼 쑥쑥 달라져 있는 변화를 실감해요. 아이들과 한 달에 한 번씩이라도 숲에 다녀오세요. 그러면 저희들이 자라는 것처럼 숲도 자라고 있음을 알게 되고 또 감동받을 수 있을 거예요.”
* 들뫼자연학교: http://cafe.daum.net/guly22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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