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의 올림픽기념관 앞 재활용판매 체험기

아이들, 물건 팔고 사면서 자연스럽게 경제 개념 익혀

지역내일 2011-05-30 (수정 2011-05-30 오후 8:21:39)

‘우리 아이들은 이상해. 왜 놀토 토요일은 학교 가는 날 보다 더 일찍 일어나는 거야’ 구시렁거리고 있는데 울리는 전화 벨 소리.
“언니, 우리 재활용품 판매하러 가자.”
“무슨 판매?”라고 물을 겨를도 없이 졸지에 진행된 재활용판매 체험. 우선, 두 아이의 의견을 묻고 팔 물건을 정하는 것이 순서였다. 6학년 큰애는 오래된 역사 만화책을, 작은 아이는 장난감을 팔 물건으로 내 놓았다. 커다란 여행 가방에 차곡차곡 책과 장난감을 담던 리포터, 옷장으로 달려가 이제는 너무 작아 입지 못하지만 원가가 생각나 냉큼 버리지 못했던 아이 점퍼 두개와 두툼한 스키바지를 챙겼다. 그리고 각종 비디오테이프로 여행 가방은 금세 묵직해졌다. 행선지는 고잔동 올림픽기념관 앞, 이곳은 매주 토요일 장이 서는 곳으로 재활용장터로는 제법 규모가 있는 곳. 의류 판매가 주로 되며 신발, 액세서리, 책 판매도 많다.

재활용판매 장소에 도착한 것은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 벌써 인근 초등학교 입구부터 시작해 올림픽 기념관 기념탑, 버스정거장 부근까지 자리가 차 있었다. 야외용 매트를 깔고 가져 온 물건을 꺼내놓으니 척 봐도 초보 티가 난다. 꼬마 장사꾼(?) 넷이 일렬로 앉아 있으니 주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첫 흥정이 이뤄진 것은 동행한 일행이 가져 온 ‘유아용 카시트’. ‘늦둥이 딸을 위해 15만원 넘게 주고 산 물건으로 깨끗하게 쓴 제품’이라는 홍보가 아기 엄마에게 유효했나보다. 처음 제시 가격은 1만원. 그런데 아기엄마 만만치 않은 입담으로 7000원에 거래를 성사 시킨다. 개시한지 30분이 지났을까? 할아버지 손을 잡고 가던 남자아이가 발걸음을 멈춘다. 네 아이에게서 ‘애가 뭘 살까. 제발 내 것을 사야 하는데…’ 하는 긴장감이 흐른다. “이거 얼마예요?” 아이가 뻗은 손은 큰애가 팔까말까 한참을 고민한 구입가 5만원이 넘는 레고 3종 세트. 아이가 땀방울 흘리며 조립한 탱크와 잠수함, 전함이었다. 사전에 5000원에 팔겠다고 장담한 물건. 이 녀석이 얼마를 부를까 궁금해 하며 듣고 있는데 “원래는 5000원 팔려고 했는데 너희 할아버지 돈 많이 없지? 우리 할아버지도 돈이 없다고 그러시거든, 그래서 3000원만 받을께. 할아버지 사 줄 수 있으세요?”하며 어르신을 본다. “이 녀석아 할애비 돈 많다” 하며 흔쾌히 4000원을 지불하는 할아버지.  ‘에구. 저게 다 부모의 피땀 어린 돈으로 산 걸 모르고 다 자기가 번듯한 표정이군!’ 엄마의 속을 알 수 없는 아이는 뿌듯한 웃음을 날린다.

11시가 되자 유동인구가 현격히 많아졌다. 수영장을 가던 아이들이 우르르 만화책 앞에 섰다. 요즘 초등생들에게 인기 있다는 온라인 게임을 만화화한 책을 권당 500원에 판매 한다고 하자 아이들이 웅성 거렸다. 만원 가까이 하는 신간은 거의 쟁탈전 수준. 책 주인은 6학년답게 그중 가장 어려보이는 애에게 신간을 가져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처음에 쑥스러워 하던 아이들은 2시간 만에 목이 쉴 정도로 호객 행위에 열심이었다. 옆에서 옷을 팔던 아주머니는 “너희들이 장사 제일 잘한다. 크면 기업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덕담을 했다. 물건도 거의 팔리고 뜨거운 햇살로 점점 지쳐가는 12시. 철수하기로 결정 했다. 마지막까지 안 팔린 것은 20권의 동화책과 티셔츠 몇 개. 되가져가기 무겁고 번거로워 무료증정 하기로 결정하고 지나가는 유치원생들이 나눠 줬다. “오빠 고마워, 형 고마워”하자 볼이 빨개진 아이들.

이날 총 수입은 27000원. 네 살배기를 제외한 세 명에게 골고루 9000원씩 나눠 주고 이곳에서 사고 싶은 물건을 사도록 ‘쇼핑’을 하라고 했다. 30분 후 집합해 보니, 어라! 갈증 나서 물 사먹은 것 외에는 지출이 없다. “아까워서 쓸 수가 없었다”는 게 공통된 의견.  “파는 것도 해 봤으니 사는 것도 경험해 보자”는 의견에 6학년 두 녀석은 영화 반지의 제왕 6개를 3000원에, 4학년 작은 아이는 요리 관련 만화책 3권을 1500원 주고 사 왔다.


남양숙 리포터 rightnam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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