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에게 만족, 노벨보다 중요해”

노벨수상자 특별강연회 갖다 - 상일여자고등학교

지역내일 2011-07-04 (수정 2011-07-04 오전 10:02:56)



지난 2일 오전 10시 30분, 강동구 상일여고(교장 김병태)에서는 아주 특별한 강의가 진행됐다. 
과부 WCU(World Class University) 사업을 통한
과학기술앰배서더 노벨석학 특별강연이 이곳 상일여고에서 진행된 것.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와 상일여고 과학부가 주관한 이날 강의에서는 2006년, RNA 간섭현상(RNA interference)으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앤드류 파이어(Andrew Z. Fire) 스탠포드대 교수가 ‘RNA 간섭현상의 발견’을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전경열 교감은 “노벨 수상자과 직접 얼굴을 대하며 그의 목소리로 강의를 듣는 것은 학생들 인생의 소중한 기회”라며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줄 좋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벨석학의 살아있는 강의




세계적인 석학이 학교를 방문한다는 설렘 때문이었을까. 이날 학교는 오전 9시부터 술렁이기 시작했다. 강의가 시작되기 30분 전 이미 학생들은 강연장에 모두 앉아 있었고, 교사와 학생들은 다양한 질문과 답변으로 노벨상에 대한 예비지식을 채워갔다. 이날 강의를 듣기 위해 직접 강연장을 찾은 학생들은 상일여고 과학심화반 학생들과 한양대와 고교‧대학 연계 실험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학생들. 1학년과 2학년 전원은 교실에서 영상을 통해 실시간으로 강의에 참여했다.




전체 학생들의 기립박수와 함께 시작된 강연. 본 강연에 앞서 안주홍(한양대)교수가 강연을 위한 앤드류 박사 소개와 배경지식을 미리 알려주는 시간을 가졌다.




안 교수는 “오늘 강의 때문에 시험이 하루 미뤄져 부담을 가지는 학생들이 많겠지만, 이 강의는 그보다 훨씬 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며 “RNA의 새로운 기능을 밝혀내고 유전자 발현을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을 처음 제시한 과학자”라고 앤드류 박사를 소개했다. 안 교수는 이날 동시통역을 맡아 강의를 함께 이끌었다.








스스로에게 만족감 느끼는 것, 노벨상보다 더 중요해




 앤드류 박사의 강의는 간결하면서도 강열했다. 강의의 주제인 ‘RNA 간섭현상의 발견’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도 있었지만 연구과정에서 직접 느끼고 얻은 과학연구 할 때의 마음가짐, 연구의 순서, 그리고 과학을 공부할 때 필요한 중요한 수단 등을 학생들이 알아듣기 쉽게 설명했다.




 앤드류 박사는 “과학은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가는 과정이고 우리 주위 것들을 이해라는 학문”이라며 “또한 과학은 결심과 즐거움이 동시에 필요한 학문”이라는 말로 강의를 시작했다.




 세운 가설대로 실험결과가 나왔을 때보다 그 결과가 다르게 나왔을 때 “가설을 잘못 세웠다는 생각보다 ‘가설을 틀렸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게 더 흥미로웠다”고 그는 말한다. 가설의 부정적인 실험 결과가 쌓여 시스템을 이해하는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할 때 학생들 사이에선 “아!”라는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과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입’과 ‘귀’를 열어놓아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자신의 의견을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해야 하며, 그들의 의견을 귀담아 들으라는 것.




그는 이어 “노벨상 수상이 혼자만의 힘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공헌이 들어가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또 과학에서 많은 가능성의 발견이 생겨날 때 그 발견이 만병통치약으로 인식되기 전, 그 발견에 대한 정확한 가능성을 제시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 이유에 대해 ‘새로운 발견이 인체에 유용하게 쓰이기 위해서는 많은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학자들은 그들의 새로운 발견을 동료 과학자와 나누고, 또 자녀와 후손들에게 가르쳐주고 물려줄 의무가 있다”고 말하며 “그런 데 익숙하게 되면 세상도 ‘당신’을 좋아하게 될 것이다”고 했다.




 “하지만 당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세상이 알아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최선을 다해 의무를 다한 당신에게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스스로에게 만족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노벨상을 수상하는 것보다 저 중요한 것입니다.”




앤드류 박사는 강의비 전액을 과학발전을 위한 도서구입비용으로 상일여고에 기증했다.








과학을 넘어 인생을 위한 큰 가르침




강의가 끝난 후에도 그 뜨거운 열기는 쉽게 식지 않았다. 학생들 역시 큰 감동과 다짐으로 자신만의 해석을 이끌어냈다.




 “강의를 듣기 전 진짜 마음이 들떠 흥분이 가시지 않았는데 아직까지도 노벨상 수상자의 강의를 들었다는 게 실감이 가지 않아요. 앤드류 박사님의 마음가짐과 생각을 들으며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는 자세와 고마워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학년 김상경양이 여전히 상기된 얼굴도 소감을 말한다.




김태현(3)양은 “연구의 결과나 과학적 내용만이 아니라 문제적 현상을 발견하고 여러 과학자들과 함께 실험하고 실패를 통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대해 들을 수 있어 특히 좋았다”며 “이번 강연을 통해 깨닫게 된 과학자로서의 태도가 앞으로의 꿈을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생명공학연구원이 꿈인 신은지(3)양은 “생명공학에 대해 좀 더 확실한 비전을 가지게 됐다”며 “과학자의 연구생활과 환경 등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도움으로 앤드류 박사님처럼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큰 기대감을 안고 강의에 참석한 학부모 역시 ‘느낀 게 많은 강의’였다고 했다.




 장미선(41‧명일동)씨는 “과학영재반 ‘과기대’ 수업에 참석하고 있는 딸이 논문과 실험을 준비 중인데 큰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며 “이번 강의를 계기로 학교의 역할과 활동에 대한 기대감과 만족감이 동시에 커졌다”고 말했다.




 박현숙(명일동)씨는 “직접적으로 큰 동기부여와 도움이 되는 이과 학생들 뿐 아니라, 문과 학생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과학 분야 뿐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도 꼭 필요한 가르침이었다”고 말했다.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제공  상일여자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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