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패 : 한문교육은 어휘력과 상상력을 키우는 비결
제목 : 한문은 필요충분조건이 아닌 필수!
부제 : 어렸을 때 익혀둔 한문이 미래의 자양분으로 성장해
새 학기가 되면 대학가는 시끄럽다. 천정부지로 솟는 등록금 인상도 문제이지만 그 등록금을 내며 대학에 입학 했는데 자신의 이름조차도 한문으로 쓰지 못하는 대학생들 때문이다. 2011년,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학생들의 한자 실력이 수학 능력과 연결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동신대 문화기획과 김도일 교수는 “대학생이 됐으면 전공 서적을 봐야 하는데, 전공서적에 나오는 전공 용어들을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가 가장 큰 문제다.”며 “학술단어의 대부분이 한자어인 현실에서, 전문가들은 한문을 잘 모르는 대학생들이 더 깊은 학문을 제대로 연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있다.”고 토로한다.
학생들도 할 말은 있다. 조선대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하는 이영진 씨는 “한문이 학문을 하는데 기본이 된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다. 대학에 와서 전공을 공부하려고보니 특히 건축이나 의·치대·한의대 등은 한자가 기본이 되는데, 그 필요성을 영어만큼 학교에서 피력하지 않았다.”며 “이제 와서 이 모든 문제가 학생들인 우리들의 게으름 때문이라고 몰아붙이는 건 억울하다.”고 의문을 제시한다.
힘들기는 학생들이나 교수들이나 모두 매한가지이다. 결국 대학에서는 국·영·수 중심의 입시 정책 때문에 떨어진 학생들의 한문 실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부담을 떠안고 있다.
부제 : 한문은 떼어낼 수 없는 우리 생활의 일부
한문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많다. 그 중에서도 1) 국어의 올바른 이해와 표현, 어휘력 신장,
2)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과 문화의 정체성과 경쟁력 신장, 3) 인성교육의 효과적 실현, 4) 국제화 시대의 한자문화권의 조화(한·중·일)가 가장 으뜸이다.
40~50대가 살아 온 세상은 한문의 세대였다. 신문에 표기된 한문만 읽을 줄 알아도 생활하는데 무리는 없었다. 시대가 바뀌면서 ‘한글세대’가 등장했고 학생들의 이해력은 급작스럽게 추락했다. 심지어는 한문으로 표기된 책상의 명패를 보고 명패의 주인에게 중국인이냐고 묻는 해프닝도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혹자는 생활에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데 왜 굳이 한문을 배워야 하느냐고 되묻는 사람들도 있다.
광주광역시 학원연합회 한문분과장과 대한검정회광주지역본부장을 역임하고 있는 정찬용 본부장은 “한문을 꼭 배워야 하는 이유는 우리말의 70%는 한문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고 잘라 말하며 “흔히 요즘 아이들이 ‘개념이 없다’라는 말을 쓰는데 같은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한문을 알지 못하면 어휘의 개념을 정확히 알 수 없고,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없으니 학년이 올라갈수록 심층문제는 접할 수도, 깊은 학문을 할 수도 없을 것이다.”고 설명한다.
더불어, 현재 방과 후 재량학습으로 한문을 시키고 있다는 학부모 김미숙(문흥동. 42) 씨는 “자해(字解)풀이를 통해 한자가 만들어진 유래를 현대감각에 맞게 각색하여 가르친다면 아이들로부터 더 흥미를 유발할 것이다.”고 충고한다. 반복된 교육에서 오는 싫증을 극복하고 흥미를 유발해달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머니가 아이를 안고 있는 것이 아들 ‘子’이고 지팡이를 든 노인을 자식이 도와주는 게 효도 ‘孝’라는 것 등이다.
부제 : 한문을 알면 국어의 이해력과 어휘력 신장으로 이어져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 중인 정성숙(29) 씨는 “어려서는 한문을 알지 못했지만 고등학교 때 현대문인 일제강점기 수필을 통해서 많은 한문을 익혔다. 한문을 알게 되자 언어가 포함하고 있는 내용의 이해도 쉬웠으며 주제를 찾기에도 한 번도 틀리지 않을 정도였다. 우리말은 순수한 고유어도 많지만 한문으로 조합되고 파생되는 것들이 많아 한문공부는 필수라고 생각한다.”며 “국문학을 공부하면서 한문은 점점 더 많은 분량을 차지하게 되었고, 현재는 일상에서도 한문 표기를 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한다.
지난 2004년 서울대가 대학국어 수강생 천 2백여 명을 대상으로 한자어 기초 실력을 평가했을 때도 전체 응시자의 60%가 50점이하였다는 보도는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수능시험에서 한문의 비중이 낮아지고 입시에 반영하는 학교도 많지 않다보니 빚어진 현상이지만, 정작 대학에서 전공을 하려면 가장 필요한 것이 한문이다.
진월동에서 세훈한문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강인구 원장은 “수강생은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하다. 고전인 사자소학에서부터 명심보감을 배우거나, 교직이수 후 가산점이 되는 한문급수시험, 대학 재학 중이면서 대학교양한문에서 A플러스를 받으려는 학생들까지 모두 한문의 필요성을 재인식 하고 있다.”면서 “아직은 시간이 있는 초등학교 때 놀면서 익혀둔 한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설명한다.
다행스러운 건 이제 한문의 필요성을 느끼는 층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방과 후 재량학습으로 풀어가고 있고, 지자체에서도 한문에 대한 재인식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역시 한정적이다. 한자 문화권에서 한문을 이해하지 못하면 정확한 의미전달이 안 되는 데도 불구, 무조건 도외시하는 풍토가 한문 교육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도움말 : 동신대 문화기획과 김도일 교수. 광주광역시 학원연합회 한문분과장. 대한검정회광주지역본부장 정찬용. 세훈한문학원 강인구원장
범현이 리포터 baram816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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