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 지은 가족1 -용인 두창리 시연이네
“갤러리 같은 우리 집, 구경 한 번 와보세요”
용인시 두창리의 한적한 시골마을, 초록이 휘양처럼 둘러싼 플라타너스 길 사이로 저수지 길이 보인다. 울창한 그 길을 카펫삼아 마을 어귀로 접어들면 시연이네가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젝트, 아트 갤러리 집이 위용을 드러낸다.
전직 민족사관고등학교 수학교사 출신인 시연이 아빠 박원상씨가 도시 생활을 접고 오랜 준비와 공을 들여 완성한 작품(?)같은 집이다.
때는 6월말, 장대비를 뚫고 찾아간 시연이네 집은 저수지의 물안개와 더불어 고즈넉한 멋스러움을 풍기고 있었다.
터를 고르고 공사를 시작해 집을 완공하는 데만 4년이 걸린 장기 프로젝트, 첫 인상부터 시연이네 집은 그렇게 범상치 않았다.
“남편이나 저나 시골에서 태어나 도시에 살다보니 자꾸만 자연이 그립더라고요. 아이들에게도 삭막한 도시보다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이 좋겠다 싶어 물색을 하다가 플라타너스 길이 마음에 들어 무작정 땅을 샀고 집을 짓기 시작했어요.”
집을 짓는 4년, 입주해 들어와 3년을 보태며 구석구석 가족들의 손길이 배인 집이 너무나 사랑스럽다는 안주인 남혜경(39)씨의 설명이다.
살면서 만들고 다듬어 가는 집
대지 150평, 건물 60여 평의 콘크리트 주택인 시연이네는 언뜻 보아도 일반적인 전원주택과는 거리가 있다.
마당엔 미술관에서나 볼법한 다양한 조형물이 놓여있고 가지가 휘어 굽은 소나무와 미니 수영장, 넓은 뜰은 저수지와 통하고 건물 중앙 통유리 사이로 대나무가 자라는 이곳은 설계단계부터 가족들의 꿈이 반영됐다.
“저희 가족은 여행을 자주 다니는데 아이 아빠가 여행지에 가서 좋은 풍경, 근사한 인테리어, 멋진 소품을 하나하나 스크랩 해뒀어요. 그리고 집을 지으며 저희 나름대로 적용 시켰지요. 전체적으로 보면 편안함과 안락함보다는 조금 불편하고 생경하지만 우리 가족이 그리던 집의 모습을 다듬어왔어요.”
1~2층에 걸친 중앙의 통유리를 통해 사계절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저수지의 풍광이 흘러가고 그 풍광의 중심에는 스카이라운지 같은 근사한 주방이 위치해 있다. 이곳에서 음식을 만들고 가족이 모여 함께 밥을 먹는 것만으로도 꿈꿔오던 삶이 완성됐다는 느낌이란다.
“처음 집을 짓고 공사를 할 때는 동네 어르신들이 탐탁지 않은 시선으로 참견도 하시고 말씀들도 많이 하셨어요. 그런데 저희가 4년 동안 천천히 집을 지으며 동네 풀도 깎고 모나지 않게 구니 차츰 인정해 주시더라고요. 이제는 우리도 이곳에 정착해 시골사람 다 됐죠. 아이도 매일 마당에 나가 풀 뽑고, 강아지 산책시키고, 아빠랑 이것저것 집 손질하면서 지내는 게 일과가 됐어요.”
도시의 편리함 내려놓으니 다른 행복이 채워져
한적한 시골에 전원주택 짓기는 40대의 로망, 시연이네는 이미 그 로망을 현실로 이뤄낸 가족이다. 똑같이 만들어진 집에 들어와 잠시 거쳐 가는 곳이 아니라 작은 것 하나라도 내손으로 만들고 고쳐서 더욱 애착이 가는 집.
물론 남편의 직장 출퇴근에 왕복 2시간이 걸리고 중학교 2학년인 큰 아이 교육이 조금은 걸리지만 남 씨는 내려놓으니 큰 문제가 아니더라고 말한다.
“모든 걸 부여잡고 더 얻겠다는 건 욕심이더라고요. 도시의 편리함을 내려놓아야 다른 행복이 채워지는 거죠. 아이들도 학원에 안가니 EBS를 보면서 공부하는 습관이 길러졌고요. 창문을 열었을 때 불어오는 바람에 감탄하게 된 것도 이곳에 와서 채워진 행복감이에요.”
2층엔 주방과 서재, 1층엔 침실과 화장실로 구분돼 하루에도 수없이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지만 조금 불편한 이집의 콘셉트 역시 다른 집엔 없는 특색으로 자랑하는 시연이네 가족들.
조금의 불편을 통해 발길이 집안 구석구석에 미치게 되니 이것도 좋단다.
가족의 손길과 추억이 집 안팎에 고르게 배여 쓰다듬으며 완성해간 지난 7년의 시간. 아직도 매만지고 다듬어야 할 곳이 무궁무진하다며 다른 곳으로의 이사는 꿈도 꾸지 않는다는 시연이네. 매 순간순간 계절과 날씨의 섬세한 작은 변화도 통유리를 통해 확인하고 문을 열면 자연과 바로 하나가 되는 이곳에서 오늘도 시연이네는 알찬 추억들을 빼곡히 저장하고 있었다.
<시연이네 집짓기 TIP>
* 집짓는 비용- 대지 150평 (평당 100만원에 구입), 건평 60평의 2층 단독주택의 건축비는 평당 500만 원 선, 마당을 꾸민 조경 물을 포함해 약 4억 원이 들었다.
* 관리비-수도는 지하수, 겨울엔 전기를 이용한 난방으로 한 달 평균 60만원 안팎. 조금은 춥지만 가족들이 한군데 모여 자면서 돈독한 정을 확인할 수 있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단독주택지은 가족2 -용인 원삼면 정연이네 가족
소중한 꿈이 영그는 즐거운 나의 집
작년 12월, 땅을 구입하고 설계를 하고 집을 지어 3개월 만에 아담한 목조주택을 갖게 된
이진선(40)씨.
음악치료사이기도 한 이 씨가 저지르듯 집을 지은 건 순전히 아이 학교 때문이었다.
도시학교보다는 시골의 작은 학교에서 마음껏 뛰어 놀기를 바라 초등학교 1학년인 딸 정연이가 유치원에 다닐 무렵부터 시골학교를 물색했다.
다행히 행복한 시골학교와 인연이 닿았고 그렇게 학교 근처의 집을 알아보니 시골에 마땅한 집이 있을 리 만무. 발품을 팔며 돌아다니다 내린 결론은 학교 근처에 아예 집을 집는 것.
어찌 보면 무모한 생각을 실행으로 옮길 수 있었던 건 아이 아빠 역시 이 학교의 교사로 발령을 받았기 때문.
“아이나 남편이나 원하던 시골학교에 같이 다닐 수 있으니 더 이상 문제 될게 없겠더라고요. 땅을 구입하고 바로 설계에 들어가 3개월 만에 입주 했죠.”
100% 나무집, 집도 하나의 자연
무슨 장난감 집을 짓는 것도 아닌데 3개월 만에 뚝딱이라니. 제대로 지었을까 내심 걱정스레 물었더니 목조건축은 한 달 만에도 지을 수 있단다.
“저희는 100% 목조 주택이에요. 나무는 콘크리트에 비해 단열효과가 13배 이상 높다고 해요. 보통 전원주택이 난방 때문에 고생하잖아요. 저희는 식구도 3명이라 건평도 딱 필요한 공간만 확보하고 집을 지었어요.”
그래서일까, 유난히 추었던 지난겨울에 입주를 하고서도 수월하게 겨울을 날 수 있었단다.
“아파트는 2중 샤시를 해도 찬바람이 들어오잖아요. 저희 집은 창문만 닫아도 웃풍이 거의 없고 여름인 지금은 오히려 문을 닫아야 시원해요. 더운 바깥 공기가 집안으로 들어오지 않으니까요. 그만큼 나무가 외부 기온에 영향을 덜 받는 걸 느끼죠.”
마당엔 작은 텃밭을 꾸미고 나무와 채송화를 심을 수 있으며 흙 놀이를 원 없이 할 수 있는 딸 정연이까지. 게다가 학교까지 걸어서 5분, 매일같이 친구들을 데려와 마당 한가득 또 다른 집을 지어놓는 아이의 행복한 얼굴을 보면서 이 씨 역시 벅차게 감동한다.
“사실 집을 지으며 짧은 시간동안 동네 주민들의 텃세 아닌 텃세도 경험하고 설계사에게 사기도 당하면서 우여곡절을 겼었어요. 목조주택이다 보니 자재 선택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따져가며 좋은 걸 써야 했고요. 그래야 오래 가도 뒤틀림 없는 집을 만들 수 있어 집 지으며 거의 전문가가 다 됐을 정도예요.”
행복한 시골학교와 나무 집은 딸아이의 놀이터
행복한 시골학교와 정겨운 나무 집에서 새록새록 추억을 만들어가는 정연이네 가족.
주방에서 밥을 하면서 매일 숨이 막힐 것 같은 노을을 바라보는 맛은 설명해 내기 어려울 만큼 감동이다. 아이도 너무(?) 노는 탓에 입 주변에 병이 날정도.
학교에서 뛰어놀다가 집에 와서도 언제든 들락날락, 누가 뭐랄 것도 없고 안전을 위협하는 것도 없으니 집주변은 그대로 하나의 놀이터이자 삶터.
집을 둘러싼 논과 밭, 나무들은 자연 그대로이고 아이도 그렇게 자연을 닮으며 자라고 있어 이진선씨는 꿈꾸던 삶을 이룬 것만 같다.
대지 100평에 1층 20평, 2층은 8평 규모의 아담한 나무집. 너무나 아담하게 지어 집안 어르신들의 원성도 받았더랬다.
“집을 짓고 나니 동네 사람들은 물론, 평소 왕래를 안 하던 친척들까지 방문을 하시더라고요. 정말 많은 분들이 오셨어요. 그런데 집이 작다고 다들 한 말씀씩 하시는 거예요. 처음엔 한 30평 쯤 생각하다가 공사 진행 중 자금이 달려 작게 지었지만 단출한 3식구에 집이 넓어도 부담이잖아요. 청소도 그렇고 관리비도 그렇고.”
계단을 타고 올라가 2층에 마련된 서재에 온 식구가 누워서 뒹굴뒹굴 TV를 보는 맛도 꿀맛, 거실에 앉아 새소리를 듣는 재미도 남다르다는 정연이네.
“아직 온전히 4계절을 지내보지는 않았지만 이 집을 짓고 따뜻한 겨울을 나고 찬란한 봄을 맞았으며 장마 비가 음악소리처럼 들리니 집에서 만드는 모든 일들이 새롭고 좋아요.”
음악을 통해 닫힌 마음을 치유하는 음악치료사인 이진선씨. 나무집도 그렇게 정연이네 가족의 행복한 치유 공간이 되고 있었다.
<정연이네 가족 집짓기 tip>
* 집짓기 비용-대지 100평 구입 1억, 건축비는 평당 300만원, 기타 등록비 등 세금을 다해서 2억 원이 채 안 들었다.
* 관리비용-한 달 전기료 3만 원 선. 수도는 지하수를 이용, 난방은 가스를 사용하며 한 달 평균 17만 원 선이다. 사설 경비업체 보다 삽살개가 도선생의 출입을 막아주고 있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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