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임경환 박사

에듀팟에 ‘기록’하면 ‘포트폴리오’된다

지역내일 2011-06-29

올해 큰 딸이 중학교에 입학한 서희주 씨. 많이 키웠다는 뿌듯함은 잠시, 학교에서 연신 날라 오는 가정통신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담임선생님이 에듀팟에 가입해서 독서랑 봉사활동, 동아리 같은 활동들을 직접 기록하라고 하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일단 여기 저기 가입은 했는데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막막하네요. 솔직히 공부할 시간도 부족한데 이런 것까지 신경 쓰려니 너무 부담스러워요.”


에듀팟과 친해져라 

지난 3월부터 교육과학기술부는 창의적 체험활동 종합지원시스템인 ‘에듀팟’(edupot.go.kr)을 운영하고 있다. 에듀팟은 학생이 자기 주도적으로 학교 내?외의 다양한 창의적 체험활동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온라인 시스템이다. 

기존 재량활동과 특별활동, 봉사활동 같은 비교과영역의 활동은 일방적으로 교사가 기록하고 관리해왔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활동이 대부분이라 천편일률적인 방식으로 기록됐다. 

하지만 지난 3월부터 초등 1·2학년과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직접 에듀팟에 접속해 학생 스스로 자신의 비교과영역의 활동내역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바꿔 시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어떻게 기록해야 하는지 몰라 여전히 혼란스럽고 막막한 상황이다. 

창의적 체험활동과 관련해 교사 연수와 학부모 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있는 임경환 박사를 만나 도움말을 들어봤다. 


창의적 체험활동이 뭐니?

“창의적 체험활동은 기존의 재량활동과 특별활동을 통합한 개념으로 줄여서 ‘창체’라고도 합니다. 창체는 크게 동아리활동, 자율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등 4가지 영역으로 나뉘며 여기에 자기소개서, 방과후학교활동, 독서활동 등 교과 외 활동이 포함됩니다. 에듀팟에 접속해 학생이 자신의 활동내역을 기록하면 교사가 그 내용을 확인한 후 승인?보완하는 과정으로 진행됩니다.”

실제로 초·중학교 학생은 주당 3시간, 고등학생은 주당 4시간의 창의적 체험활동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교과 영역처럼 별도로 성적을 내지도 않고 기록 역시 강제성을 두지 않고 자율에 맡기지만 정규 수업시간에 포함시킨 만큼 소홀히 할 수 없다. 

특히 활동 기록은 향후 입시에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내게 맞는 활동을 찾아 활동 내용을 꼼꼼히 기록하는 게 중요하다. 

“에듀팟에 올린 누적 자료는 고교나 대학 입시 때 입학사정관에게 제출하는 포트폴리오로 활용하게 됩니다. 학생이 직접 주도적으로 기록하고 관리한 포트폴리오를 통해 진로 및 진학지도에 유용하게 활용하기 위해 공교육에서 마련한 제도라고 보면 됩니다.” 


끊임없이 기록하라, 기록도 습관이다

에듀팟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어떤 활동을 어떤 방식으로 기록에 남겨야 할까? 

“일기를 쓰듯이 미루지 말고 꾸준히 기록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동아리활동, 자율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등 4가지 영역과 관련해 활동을 단순히 나열하기 보다는 그 활동을 통해 무엇을 느끼고 배우게 됐는지 구체적으로 쓰는 것이 좋습니다. 훗날 당시의 생활과 활동, 사고의 변화, 가치관의 변화 등 자신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자료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요즘 자기주도학습이 과히 열풍이라고 할 수 있는데 창체야말로 자기주도학습의 대표적인 활동이다. 아이 스스로 활동을 평가하고 기록하면서 생활 속에서 꾸준히 자기주도습관을 익힐 수 있다. 

“처음이 어렵지 일단 한두 번 해보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초등생 아이들을 보면 일기나 독서록을 쓸 때 처음엔 힘들어하지만 이내 자리가 잡히고 습관이 잡히면 일주일에 2~3편 정도는 부담 없이 쓰잖아요. 얼마나 성의 있게 꾸준히 꼼꼼하게 쓰느냐가 관건입니다.” 

에듀팟의 모든 기록은 강제성이 없고 자율에 맡겼다.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부익부빈익빈을 야기할 수 있다. 

부지런히 활동하고 꼼꼼하게 기록하는 아이라면 자신을 드러내는 객관적인 자료로 활용할 수 있고, 방대한 양의 포트폴리오를 마련할 수 있지만 하루 이틀 미루다보면 학창시절에 대한 아무런 자료나 기록조차 없이 졸업을 하게 될 수도 있다.  


부모가 적극적으로 코칭하라  

임 박사는 창체와 관련해 부모가 코칭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교사는 해마다 바뀌기 때문에 일회성 기록밖에 못하지만 부모는 아이 곁에서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객관적으로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도 부모고 아이의 진로나 진학의 큰 틀을 잡아줄 수 있는 것도 부모입니다. 
견학이나 공연, 전시, 독서, 수련회, 캠프, 인증시험, 자격증 같은 아이의 모든 객관적인 자료들을 취합하고 기록으로 남김으로써 유의미한 자료가 되도록 도와야 합니다.” 


하지만 절대 선을 넘거나 지나쳐서는 안 된다. 

“아이들이 바쁘고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부모가 대신 기록해주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훗날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창체 관련 기록은 다양한 자료를 통해 아이가 발전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어야 하는데 부모가 대신해준다면 아이의 변화와 발전을 보여주지 못하게 됩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면 마이너스입니다.” 

“외국 대학 입시에서 당락을 가르는 것은 에세이입니다. 에세이 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아이들의 의식과 가치관, 생각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죠. 같은 맥락에서 입학사정관제 역시 지원동기나 자기소개서, 창체 관련 기록 등 다양한 자료를 통해 자신이 선택한 진로나 적성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야 합니다.”

장경선 리포터 sunny08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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