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의 마무리, 창의력과 토론

지역내일 2011-06-27

앞선 칼럼을 통해서 소개한 것처럼, 논술 시험은 제시문 요약과 비교를 통해 이해력을 확인하는 데서 출발하여 학생의 견해를 묻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견해쓰기를 통해 대학측에서 확인하려는 능력은 ‘창의력’ 인데, 이것은 학생이 갖춰야할 가장 중요한 능력이다. 왜냐하면, 실질적인 변별력은 ‘창의력’에서 도출되기 때문이다. 합격권에 드는 학생들은 제시문 이해나 글쓰기 능력이 일정한 궤도에 오른 상태이며, 작은 차이로 승패가 갈리게 된다. 따라서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특별한 생각’ 을 표출할 수 있어야 한다.


창의적인 사례를 통해 자신만의 생각을 표출할 수 있어야


창의력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통해 드러낼 수 있다. 주장은 추상적인 형태로 나타나므로 창의성을 드러낼 수 있는 수단은 아니다. 구체화된 근거를 통해서만 차별화된 글을 생산할 수 있다. ‘차별화된 근거’라고 하면 매우 어려워 보이지만 의외로 창의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제시된 상황과 일치하는 현실적인 사례 하나면 해결이 가능하다. 그러나 문제는 학생들이 적합한 사례를 잘 찾아내지 못한다는 데 있다.
일반적으로 학생들은 이론에는 강하지만 현실 감각이 대체로 부족한 편이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 데는 학교 교육의 책임도 있다. 학교 교육이 다변화 되었다고는 하지만 몇 십 년 전과 큰 차이를 드러내지는 않는다. 학급당 학생 수가 줄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한 반에 4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있고, 주입식 교육 또한 여전하다. 이러한 토양에서 현실감각을 갖춘 학생을 기대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얼마 전 보도된 ‘우리나라 청소년, 더불어 사는 능력 세계 꼴찌’ 라는 제하의 기사는 이런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에 따르면 우리 학생들이 민주주의와 관련된 지식을 묻는 항목에서는 2위를 했으나, 사회적 협력을 실천하는 능력을 측정한 항목에서는 0점을 받아 총점으로는 36개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하지만, 논술 시험의 합격을 목표로 하는 이상, 현실을 탓할 수만은 없으며, 나름대로의 준비를 해야만 한다. 우리나라의 논술 시험은 예외 없이 일정한 시간 내에 답안을 작성해야만 한다. 주어진 시간에 비해 써야 할 분량은 많기 때문에 그 시간 안에 창의적인 사례를 찾아내는 것은 어렵다. 따라서 시험 이전에 사례를 수집할 필요가 있다. 평소에 독서나 신문 읽기를 통해 다양한 사례를 수집하고 이를 주제별로 분류하여 자신만의 사례집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시험에 닥쳐 어떤 주제에 대해서든 막힘없이 대응할 수 있다.


창의적 사고를 길러주는 토론을 통해 구술면접에도 대비하여야


그렇지만 혼자만의 힘으로 사례를 수집하는 데는 분명히 한계가 있어,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때 조력을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토론’ 이다. 토론은 사고를 확장하고 새로운 사례를 접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탁월한 교육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토론을 통해 얻은 지식은 오래 기억되며 실질적이다. 고전적 윤리설의 대립을 예로 들어 보자. 윤리를 배운 학생이라면 ‘의무론적 윤리설’ 과 ‘목적론적 윤리설’ 이 내포하고 있는 개념뿐 아니라, 의무와 결과라는 대립점에 대해서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지식은 추상적인 개념으로만 존재할 뿐이지 구체화된 지식은 아니므로 윤리 시험 문제를 맞힐 수는 있으나 이와 관련된 글을 쓸 수는 없을 것이다. 반면, ‘컨닝한 친구를 고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게 하면 어떨까? 이러한 질문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선택하고 근거를 제시하는 과정에서 의무와 결과라는 도덕의 판단 원리를 자연스레 체득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토론 교육 방식은 최근 확장되고 있는 입학사정관제에 대응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기도 하다. 고등학생들의 여건상, 스펙 경쟁이 이미 한계를 드러내고 있음을 감안하면 입학사정관제의 핵심은 구술면접이다. 구술면접의 구조는 논술시험과 거의 유사하다. 단지 글이 아닌 말을 수단으로 하기 때문에 이해력보다는 주로 견해를 묻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결국, 구술면접에 대한 대비도 창의적 사례를 만드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글을 마무리하며


2012학년도 첫 논술시험이 시작되기까지 3개월 정도가 남아 있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을 하기 두려워 망설이는 학생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랜 세월 학생들을 지도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현재 남은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논술시험은 수능과 달리 변수가 많기 때문에 이즈음부터 도전하여 성공을 거둔 사례를 적지 않게 보아 왔기 때문이다. 이미 앞서 밝힌 논술시험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올바른 준비 과정을 거친다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도전하지 않는 자에게는 어떠한 열매도 주어지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겨 보기를...


압구정국어논술전문학원 한상면 원장
(02)3444-1776, www.apj.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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