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 시절로 돌아간 엄마들의 판타스틱 쇼 타임

지역내일 2011-06-25 (수정 2011-06-25 오후 12:56:13)

우리 동네 주부 모임-영덕여고 1학년 6반 학부모 모임
여고 시절로 돌아간 엄마들의 판타스틱 쇼 타임




지글지글, 왁자지껄…얼굴에 달뜬 홍조를 띄며 신이난 주부들.
분당구 서현동 권미현(42)씨의 주방에선 10여명의 주부들이 모여 볶음우동과 닭봉조림, 크로와상 샌드위치를 만들며 한판 수다가 벌어졌다.
“레시피대로 하면 되는 거야?, 간장은 노란뚜껑 몽고간장이 제일 맛있어, 채소는 지금 볶으면 되나?”
언뜻 보면 친목 모임 같기도 하고 요리강습을 위해 모인 것도 같지만 이들의 정체(?)는 분당 영덕여고 1학년 6반 반모임 엄마들이다.
초등학교 때나 떠올려지는 반모임을 고등학교 엄마들이 한다니 다소 낯설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 모인 주부들도 반모임을 핑계로 재미나게 모여 보자는 취지가 강했단다.


엄마들도 놀 수 있다, 복불복 퀴즈쇼




돌이켜보건대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되는 여고시절.
영덕여고 1학년 6반 엄마들의 모임도 딸들의 추억 한 페이지에 미소를 곁들여 주고픈 마음이다.
“학기 초 반대표를 맡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반모임을 추진하게 됐어요. 그런데 엄마들을 만나다보니 우리만의 공통분모가 생기면서 공감대가 만들어지더라고요. 지금은 아이들보다 엄마들끼리 모여 놀기 바빠요. 웃음”
모임을 이끌고 있는 권미현씨의 설명처럼 주부들은 모여서 쿠킹 클래스를 열고 네일아트를 배우며 복불복 퀴즈쇼에 다채로운 놀이를 개발해 가며 여고시절의 유희를 재현해 내고 있었다.  
한 달에 한번 정기 모임을 할 때마다 생일 파티를 진행하고 퀴즈쇼와 사다리 타기를 통해 미리 준비한 선물을 타가는 방식.
누가 보기에도 소녀적 감성이 풍성한 엄마들의 유쾌한 놀이 모임이 되어 간 것.
“만나다 보니 이제는 우리가 여고 동창생인 것처럼 가까워졌어요. 모이면 성적 얘기하고 서로 아이들 비교해 가며 스트레스 받고, 돌아와 애들 잡게 되는… 반모임이나 학부모 모임의 폐단이 그런 거잖아요. 저희는 아이들 성적 얘기나 서로 비교 안한다는 불문율을 가지고 있어요. 딱히 누가 정한 건 아니지만 암암리에 지켜지고 있는 원칙이죠.”


만나면 즐거운, 여고 동창생 엄마들



그렇다보니 엄마들끼리 모이면 저마다의 특색을 발휘해 하나라도 건질 수 있는 모임이 되도록 애쓰고 있다.
“살림하고 아이 키우며 짬짬이 취미도 익히고 주부들이지만 뭐든 한가지 씩 내세울 만한 것들이 있잖아요. 저는 네일아트를 취미로 배워 뒀는데 다음 달 모임에서는 엄마들과 손톱에 알록달록 장난질을 해볼 생각이에요. 오늘 진행한 쿠킹클래스도 반 엄마가 선생님이 되고 저희는 말 잘 듣는 학생주부가 된거죠. 매달 엄마들이 즐겁게 할 수 있는 테마를 정해 모이고 있어요.”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오전 내내 분주한 움직임과 질펀한 수다가 양념으로 버무려진 요리들이 테이블 위에 우아하게 세팅되었다.
이어 정다운 식사와 함께 빠질 수 없는 복불복 사다리 타기. 제비뽑기를 통해 번호를 고르고 사다리를 타고 내려온 순간 환호성이 교차한다.
올리브유, 바디 스크럽, 각질 제거제, 마스크 팩, 퐁퐁… 부담 없이 주고받을 수 있는 기증물품들이 떠들썩하게 오간다.
“작은 거지만 재미있잖아요. 주부들이 늘상 아이들, 남편 챙기기에 바빴지 정작 본인 재미는 잘 모르고 살잖아요. 생일상도 누가 애써 챙겨주나요? 우리끼리라도 조그만 선물 챙겨주면서 서로 행복감을 나눠요. 그게 사람 사는 재미잖아요.”
엄마들이 한번쯤 꿈꾸는 이상적인 커뮤니티가 이곳에서 실현되고 있다는 정은숙(수내동)씨의 설명이다. 게다가 모임에 참여하지 못하는 직장인 엄마들을 위해 2달에 한번은 밤에 모여 만난다니 섬세한 배려도 눈에 띄는 대목.


딸들이 부러워하는 엄마 모임
이렇듯 엄마들이 모여 재미있게 놀다보니 아이들도 자연히 모임을 궁금해 하고 관심을 보였다.
“오늘은 모여서 뭘 했어, 퀴즈는 누가 맞췄어. 상품은 뭘 받아 온 거야…”
모임이 끝난 다음날, 엄마들의 놀이 행각(?)에 대한 뒷풀이 수다가 1학년 6반 아이들에게로 여지없이 이어진다.
“초ㆍ중학교 만해도 사는 동네가 비슷하잖아요. 그런데 고등학교는 성남 전 지역에서 오게 되더라고요. 멀게는 광주에서도 오니까요. 그렇다보니 정보를 전달하기도, 모으기도 힘들어 반모임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단단한 결속력이 생겨 제 생활이 모임 위주로 돌아가고 있어요.”
언니 반모임 하느라 초등 4학년인 둘째 딸 학부모 모임엔 신경조차 못쓰고 있다는 권 씨.
논란의 여지가 있는 회비는 아예 걷지 않고 모임을 통해 쓰게 되는 경비는 참여한 사람들이 추렴하는 형태. 그렇다 보니 모두가 부러워하는 잡음 없는 결속력은 더욱 단단해 졌다.
“좀 지나서 돌아봤을 때 우리 딸들 여고시절 추억앨범에 엄마들도 한 칸을 장식했다고 떠올려지면 좋을 것 같아요.” 오늘 요리 강습을 맡아준 이효선(서현동)씨의 작은 바람이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엄마들 모임도 발전할거라는 주부들은 벌써부터 다음 모임에 뭘 하면 재미있을까를 연구하느라 근사하게 차려진 요리도 뒷전, 열정적인 수다를 불태운다.
여고 시절의 추억을 배경으로 관객들의 호응을 자아낸 영화 ‘써니’, 오늘의 주부들도 어쩌면  각자의 ‘써니’를 위해 맹렬히 추억을 만들어 가는 40~50대의 소녀들로 보였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별도박스: 영덕여고 1학년 6반 학부모 모임 엄마들의 말말말! >


 

* 보통 엄마들 모이면 아이들 얘기, 학교 얘기하는 데, 이렇게 엄마들이 중심인 모임은 처음이에요. (김신아ㆍ서현동)
* 가을엔 도시락도 싸서 산에 가자는 얘기도 벌써 나올 정도예요. 그만큼 우리 모임이 계절을 앞서가는 거죠. (전양례ㆍ분당동)
* 모임에 나오면 딸 한태 받은 답답한 마음을 많이 풀고 가요. 재주들이 많은 엄마들이 모여서인지 매번 얻어가는 게 많지요. (김은영ㆍ서현동)
 * 모임에 나오면 유익하고 즐거워요. 왜냐면 아이한태 집중된 마음이 나에 대한 집중으로 모아지니까요. (이연희ㆍ이매동)
* 연말엔 아이들도 함께 모여 밥 먹을 계획이에요. 다른 반은 모이면 무거운 얘기, 답답한 얘기하는 데 우리는 재미난 얘기하고 새로운 것 개발해 배우니 애들도 좋아해요. (홍은진ㆍ수내동)
* 써니 보러가고 좋은 콘서트도 보러갈 거예요. 엄마들이 다들 열려 있거든요. (송형임ㆍ태평동)
* 모임이 순수하다 보니 만나면 삶이 넓어지는 것을 느껴요. 아이만 바라보다가 시야가 넓어지고 덩달아 모임이 추구하는 방향도 넓어지고요. 우리끼리 재미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론 봉사 쪽으로도 관심을 기울여 볼 생각입니다. (안진현ㆍ분당동)
*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모임이에요. 그거면 됐지 않아요? (홍옥진ㆍ수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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