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실 앞에서 ‘정서를 해치는 식품, 부정·불량식품을 사먹지 맙시다’ 라고 적힌 안내 표지판을 보았습니다. ……과연 먹을 것으로도 아이들의 정서를 해칠 수 있는 걸까요……(중략)화투나 담배 또는 술병의 형태 등 어린이들이 접해서는 안 될 것들을 식품으로 만들어 접하도록 하는 것을 말합니다. …성적 호기심을 유발하는 식품이나 게임기나 뽑기 등…… 역시 정서저해식품에 포함됩니다.”
어른도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생활 속 이야기를, 날카롭게 잡아내 정확하게 풀어나간 글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법무부 블로그에 올라온 우지수(신복초, 6) 양의 글이다.
법무부 정책블로그 기자까지
지수 양은 이미 학교에선 유명인사다. 학교기자부터 강남교육청 어린이 STAR기자, 법무무 정책블로그 기자, 법제처 어린이 법제관까지 남들은 하나도 힘들다는 직함이 네 개나 된다.
“학교에서 ‘신복기자’를 뽑는다는 소식에 처음 기자에 도전하게 됐어요. 그러다 교육청 어린이기자도 알게 됐고, 법제처 어린이 법제관은 부모님 권유로 해보게 됐어요”라는데 똑 부러진다.
올해부터는 법무부 정책블로그 기자까지 맡아 기사 쓸 일이 더 많아진 지수 양. “일단 기사를 쓰려면 취재계획서 작성을 잘 해야 해요. 주제를 정하고 취재를 어떻게 할 것인지 세부계획까지 잘 구성해야 좋은 기사가 나와요. 기사를 올렸다고 해서 다 채택되는 건 아닌데 아직까지 퇴짜 맞은 적은 없어요”라는데 글 쓰는 일이 직업인 리포터로서도 혀를 내두를 이야기다.
사교육 없이 독서로만 실력 키워
그렇다고 지수 양은 글쓰기를 위한 사교육의 도움을 받은 적도 없다. 초등학교 6학년인 지금까지 학원이라곤 다녀보질 않았다.
그런 지수 양의 비결은 독서다. 일주일 평균 10권에서 15권을 읽는단다. 무엇보다 독후활동을 철저하게 하는데 한 권도 빠짐없이 느낀 점이나 줄거리 등을 적는다.
지수 양은 “책 안에 모든 게 다 들어 있어요. 글은 형태에 따라 쓰는 법이 다른데 그것도 책을 읽다보면 저절로 알게 돼요, 문맥이나 문법, 맞춤법도 책에 있고요. 또 독후감을 적다보면 내용이나 생각이 정리가 되니까 그게 기사 작성할 때도 도움이 돼요”라고 말한다.
굳이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책읽기의 장점과 핵심을 꿰뚫고 있다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지수 양의 그날 배운 내용은 반드시 노트정리와 함께 복습하는 습관이 몸에 밴 것도 독서의 힘이라 하겠다.
책임 있는 판사가 꿈
글쓰기라면 자신 있는 지수 양이지만 꿈은 기자가 아니다. 인터넷에서 직업에 관한 정보를 살펴보다 많은 직업 중에 변호사가 하는 일을 알게 되고는 변호사가 꿈이 됐다.
그런데 올해부턴 판사로 바뀌었단다. “억울할 사람을 변호해주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더 나아가 그런 일이 있을 때 정당하고 올바른 판결을 내리는 게 더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는 지수 양.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꿈을 키운다 했다. 우리나라 미래를 책임질 능력 있는 인재를 또 한 명 알게 된 날이다.
허희정 리포터 summer0509@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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