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취미가 같은 가족

지역내일 2011-06-22

취미를 공유하면 가족 간에 즐거움이 쌓여

 하나가 해결됐다 싶으면 두 가지 문제가 생기고, 간만에 평온을 찾은 듯 조용하지만 어디선가 똬리를 튼 또 다른 문제가 빠꼼히 고개를 내미는 것이 가족이다. 가족이라고 하면 정겹고 따뜻하고 포근하고 그리운 존재가 되어야 하건만 함께 식사하는 시간마저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통계청이 조사한 한국인의 생활시간조사 결과를 보면 2004년과 2009년 모두 하루 평균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시간은 37분 미만, 가족을 배려하고 보살피는 시간은 겨우 26분에 불과하다. 여기에 감정 순화와 정서 고양은 물론 가족 화목에까지 기여할 수 있는 취미를 함께 공유하는 가족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가족이 함께 취미를 나누면 아이들에게는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고 나아가 가족 유대감을 키울 수 있을 터. 양천? 강서 내일신문에서는 취미가 같기에 화목한 가정을 유지하고 화목한 가정은 최선의 공부 분위기라는 것을 보여준 톡톡 튀는 개성만큼 이색적인 취미를 함께 즐기는 가족을 만나보았다. 

◆ 바둑 
 온 가족의 취미가 바둑이라 소개하는 최성철씨네 가족은 합이 14단의 막강 파워를 가지고 있다. 아빠 최성철(44)씨는 7단, 엄마 장미정(40)씨는 3단, 큰아들 최재원(초 5)군도 3단, 막내딸 최유라(초 2)양은 1단이다. 최성철씨네 가정에서 처음 바둑을 접하게 된 계기는 아빠부터. 형제들이 모두 모였을 때 바둑을 두었기에 자연스럽게 바둑을 알게 되었고 조용하지만 힘 있는 바둑의 매력에 빠지다 보니 7단까지 이르게 되었다.
 목동에서 유치원과 영어 학원을 운영하고 있을 때, 이창호 구단이 붐을 이뤘다. 그 때, 바둑에 대한 애틋함을 잊지 못한 최성철씨는 목동14단지 1407동 앞에 키즈고스쿨 바둑학원의 문을 열게 되었고, 지금까지 한결같은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바둑을 지도하고 있다.
 학원에서 많은 아이들이 바둑을 두는 모습을 지켜본 부인 장미정씨는 어깨너머로 바둑을 익히게 되었고 남편과 한 수 두 수 내기를 하다 보니 3단까지 이르게 되었다. 부부가 바둑을 함께 두니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바둑에 취미를 두었고 특히 큰아들 재원군은 한국학생바둑연맹 학생 바둑대회(한바연)에서 1등을 거머쥘 만큼 바둑계에서는 알아주는 실력파가 되었다. 언제나 신중하고 모든 일을 알아서 척척 해내는 재원군은 친구들에게도 ''취미가 바둑''이라고 소개한다. 그럴 때마다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는 친구들에게 바둑을 배워보면 바둑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알 수 있다고 귀띔해준다. 막내딸 유라양은 세상에서 바둑을 두는 시간이 제일 즐겁다. 하루에 30분에서 한 시간 동안 바둑판을 끼고 앉아 바둑과 씨름을 하지만 행복하기만 하다고. 게다가 유라 양은 오빠를 이겨보는 것이 목표라 더욱 바둑에 매진하고 있다.
 6세 미만 어린이가 바둑을 두게 되면 어렸을 때부터 집중력이 길러지고 그 습관이 몸에 배어 진학 후 다른 과목도 능률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큰아들 재원군을 보면 알 수 있듯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고 끝까지 일을 성취해 내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부부는 ''아이들에게 바둑을 가르치길 잘 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엄마 장미영씨는 "아이들이 커가면서 산만하지 않고 손댈 곳이 없이 스스로 알아서 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바둑이 좋구나를 실감하게 된다"면서 "어렸을 때부터 바둑을 배우면 바른 습관을 형성하게 되고 이것이 바로 공부를 잘하는 지름길"이라며 바둑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기도 한다.
 아빠 최성철씨는 "바둑은 바둑판 위의 모든 병사들을 자신이 지휘하며, 작전을 세우고 상대방의 전략에 맞서 영토를 확장하는 재미있는 게임"이라며 "아이들은 이런 게임을 통해 창의력과 책임감, 통솔력, 분별력, 결단력, 계산력을 키우게 되고 더불어 바른 인성을 갖추고 세계를 바라보는 안목으로 자신의 세계를 개척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을 기를 수 있다"고 덧붙인다.
 최 씨네 가족의 바둑 사랑은 여행을 갈 때도 명절날에까지도 쭉 이어진다. 언제 어디서나 바둑판과 함께 한다는 최 씨네 가족, 특히 명절날 대부분의 가정에서 고스톱이나 윷놀이를 즐길 때 이 집 식구들은 모두 모여 바둑을 둔다. 한 해 동안 누구의 실력이 제일 많이 늘었는지 가늠하기도 하고 설거지나 청소하기 등을 내걸고 바둑을 두기도 한다. 그러나 항상 우승은 최성철씨네 가족이라고.
 흔히 바둑을 어르신들이나 프로들만 즐기는 전유물로 알고 있어 아쉽다는 아빠 최성철씨, " 바둑은 하루만 배워도 게임이 가능할 만큼 쉽고 누구나 즐길 수 있다"고 소개하는 말에서 바둑의 매력만큼이나 바둑을 사랑하는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 봉사
"봉사라고 생각하지 않고 일상생활로 생각해요"
 아빠 임선권(54)씨와 엄마 오선희(52)씨, 딸 임재연(15,신월중2)은 양천구 자원봉사센터에서 운영하는 ''해누리 푸드마켓'' 가족 택배 봉사자 1기이다.
 2008년 3월 처음 시작한 택배봉사는 거동이 불편하신 독거노인을 위해 필요한 목록을 한 달에 한번 신청받아 봉사자가 인터넷 마켓에 주문하고 물건을 수령해 배달하는 일이다. 독거노인들에게 꼭 필요한 생필품을 제 때에 배달해야 하기 때문에 봉사자가 성실해야만 할 수 있다.
 부족한 후원으로 운영되는 푸드 마켓은 필요한 물건이 없을 때가 많다. 그럴 때 봉사자들은 직접 자비로 물품을 구입해 전해드려야 한다. 택배봉사라고 물건만 전해드리는 것은 아니다. 방문 할 때마다 말동무도 해드리고 불편한 곳이 없는지 살피는 것도 봉사자의 중요 임무이다. 벌써 4년째 인연을 맺은 할머니는 손녀 같은 재연이가 오는 매월 둘째 주 토요일을 손꼽아 기다리신다.
 오선희 씨는 "재연이가 어려운 이웃을 돌아볼 줄 아는 아이로 자랐으면 하는 바람으로 봉사를 시작했는데, 정작 아이에게 큰 보람이 되는 것 같아요" 라며 대견해 한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봉사는 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아버지 임선권 씨는 2006년 말부터 굿 네이버스를 통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남자아이 두 명을 후원하고 있으며, 매월 ''사랑의 모금''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 재연이가 학원수업이나 학교 체험학습 등으로 봉사 시간에 맞추기 어려울 때는 아빠가 대신 돕는다.
 오선희 씨가 작년 초에 급식봉사를 시작한 지역아동센터(신월3동)에서 이번 여름방학에는 모녀가 함께 초등하교 저학년 아이들 학습을 지도 할 계획이다. 작년 11월부터는 매주 금요일 마다 재연이와 함께 신월동 저소득 독거노인들에게 김치배달 봉사도 하고 있다. 중학교 1학년부터 현재(중2)까지 재연이의 봉사시간은 300시간을 넘었다고 한다. (보통 일 년에 90시간 이상 채우면 근로상을 받는다.)"외교관이 되어서 어려운 나라를 위해 일하고 싶어요"
 재연이는 중학교 1학년 때 부터 청와대 환경기자, 학교 선도부, 스카우트에서 활동하고 있다. 청와대 기자로 외교통상부와 청와대를 오가며, 국회의원, 비서관 등을 직접 취재하면서 다양한 분야에 대한 간접 경험을 접하게 되어 장래희망으로 외교관을 꿈꾸게 되었다.
 재연이가 초등학교 3학년 되던 해부터 일 년에 두 번씩 가족이 함께 해외여행을 다녀온다. 지난 겨울방학에 다녀온 캄보디아와 베트남여행에서 재연이는 여행객들에게 돈을 달라고 손을 내미는 아이들과 뜨거운 아스팔트 위를 하루 종일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을 보고 마음이 아파서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그저 재미있게 간 여행에서도 재연이는 어려운 이웃이 그냥 지나쳐지지 않는다. "그 아이들을 보면서 제가 가진 게 참 많은 아이라고 느꼈고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도와야겠다고 생각 했어요" 라며 "외교관이 되어 어려운 나라를 위해 일하고 싶어요" 라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재연이는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는 과정에서 나누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되었으며, 더 큰 봉사를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성공해야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저절로 알게 되었다. 
 "아이에게 말로 하기 보다는 행동으로 보여 주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라고 생각해요"라는 오선희 씨의 교육 방법으로 미래를 향한 재연이의 꿈이 한 걸음씩 실현되고 있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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