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를 한 베트남 아내가 한국 비자신청을 했다가 서류부족으로 거부당했다는데 무슨 서류가 빠졌다는 건지 못 알아듣겠어요.”
리포터가 대전 유성구 관평동에 있는 대전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찾아갔을 때 부티항(26)씨는 베트남인 아내와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해하는 한국인 남편을 도와주고 있었다.
부티항씨는 말하는 것만 들으면 영락없는 한국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4 살배기 아이를 둔 베트남 출신의 결혼이주여성이다. 능숙한 한국어 실력 덕분에 대전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베트남어 통·번역사로 일하고 있다.
부티항씨가 처음부터 한국말을 잘했던 것은 아니다. 4년 전 결혼중개업소를 통해 한국인 남편을 만났을 때는 한국말을 전혀 못했다. 혼인신고를 한 후에 배우기 시작한 짧은 한국어로 대화를 하다 보니 오해가 생겨 결혼 4개월 만에 큰 위기를 겪었다.
“베트남 식구들이 보고 싶어 임신하면 베트남에 보내줄거냐고 물었는데, 남편은 제가 베트남에 아기가 있는 걸 속이고 결혼한 줄 알고 베트남으로 가버리라고 했어요.”
다행히 아는 분이 통역을 해줘서 간신히 오해를 풀 수 있었다. 하지만 부티항씨는 이를 계기로 빨리 한국어를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한국어 강좌를 들었고, 평소에서 한 손에는 항상 한국어 교재를 들고 매달린 덕분에 남들보다 빨리 한국어를 배울 수 있었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오는 법.
한국에 온 지 2년만인 2009년 그는 대전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제1호 베트남어 통·번역사로 발탁됐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통·번역사는 결혼이민자들의 한국생활 정착과 다문화가족간의 관계 향상을 돕기 위한 다양한 업무를 한다. 직접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전화상담을 하는 일 외에도 통·번역이 필요한 곳은 어디든지 찾아다닌다.
‘언니’라고 부르며 따르는 고향 동생들에게 부티항씨는 “의사소통이 잘되면 갈등도 해소되고 신뢰도 생겨 그만큼 한국 생활에 빨리 적응할 수 있다”며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주문한다.
취직하겠다며 중도에 한국어 공부를 그만두려고 하면 “한국어가 능통하면 좋은 직장도 구할 수 있고 정당한 대우도 받을 수 있으니까 먼저 한국어를 제대로 배우라”고 충고한다.
여러 기관에서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한 한국어 교육을 하고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지만, 취직이나 교육에 필요한 전문 용어를 배울 수 있는 곳이 없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지금처럼 비슷한 걸 중복해서 교육하지 말고 기관마다 차별성을 두어 본인의 한국어 실력과 필요 정도에 따라 교육기관을 선택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부티항씨는 다문화가족을 위한 다양한 행사가 중복 개최되고 있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시적인 행사보다는 체계화된 언어교육과 통·번역사를 늘리는 것과 같은 실질적인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근무시간이 아닌 밤이나 주말에도 전화를 걸어서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남편이나 시댁식구한테 통역해달라고 하는 베트남 이주여성들 때문에 힘들 때도 있지만 그들이 “언니 덕분에 오해가 풀렸다”며 고마워하는 걸 보면 피로가 싹 풀린다고 했다.
행복한 한국생활을 위한 비장의 카드는 다름 아닌 ‘한국어 실력’이라고 생각하는 부티항씨다.
그는 “결혼이주여성들이 도망갈까 봐 밖에 내보내지 않는 가족들이 많은데, 그렇게 하면 우울증이 생겨 더 적응을 못할 수도 있다”며 “센터에 나와 한국어도 배우고 외로움도 달랠 수 있도록 가족들이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전소연 리포터 azuma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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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터가 대전 유성구 관평동에 있는 대전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찾아갔을 때 부티항(26)씨는 베트남인 아내와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해하는 한국인 남편을 도와주고 있었다.
부티항씨는 말하는 것만 들으면 영락없는 한국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4 살배기 아이를 둔 베트남 출신의 결혼이주여성이다. 능숙한 한국어 실력 덕분에 대전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베트남어 통·번역사로 일하고 있다.
부티항씨가 처음부터 한국말을 잘했던 것은 아니다. 4년 전 결혼중개업소를 통해 한국인 남편을 만났을 때는 한국말을 전혀 못했다. 혼인신고를 한 후에 배우기 시작한 짧은 한국어로 대화를 하다 보니 오해가 생겨 결혼 4개월 만에 큰 위기를 겪었다.
“베트남 식구들이 보고 싶어 임신하면 베트남에 보내줄거냐고 물었는데, 남편은 제가 베트남에 아기가 있는 걸 속이고 결혼한 줄 알고 베트남으로 가버리라고 했어요.”
다행히 아는 분이 통역을 해줘서 간신히 오해를 풀 수 있었다. 하지만 부티항씨는 이를 계기로 빨리 한국어를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한국어 강좌를 들었고, 평소에서 한 손에는 항상 한국어 교재를 들고 매달린 덕분에 남들보다 빨리 한국어를 배울 수 있었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오는 법.
한국에 온 지 2년만인 2009년 그는 대전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제1호 베트남어 통·번역사로 발탁됐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통·번역사는 결혼이민자들의 한국생활 정착과 다문화가족간의 관계 향상을 돕기 위한 다양한 업무를 한다. 직접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전화상담을 하는 일 외에도 통·번역이 필요한 곳은 어디든지 찾아다닌다.
‘언니’라고 부르며 따르는 고향 동생들에게 부티항씨는 “의사소통이 잘되면 갈등도 해소되고 신뢰도 생겨 그만큼 한국 생활에 빨리 적응할 수 있다”며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주문한다.
취직하겠다며 중도에 한국어 공부를 그만두려고 하면 “한국어가 능통하면 좋은 직장도 구할 수 있고 정당한 대우도 받을 수 있으니까 먼저 한국어를 제대로 배우라”고 충고한다.
여러 기관에서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한 한국어 교육을 하고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지만, 취직이나 교육에 필요한 전문 용어를 배울 수 있는 곳이 없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지금처럼 비슷한 걸 중복해서 교육하지 말고 기관마다 차별성을 두어 본인의 한국어 실력과 필요 정도에 따라 교육기관을 선택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부티항씨는 다문화가족을 위한 다양한 행사가 중복 개최되고 있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시적인 행사보다는 체계화된 언어교육과 통·번역사를 늘리는 것과 같은 실질적인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근무시간이 아닌 밤이나 주말에도 전화를 걸어서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남편이나 시댁식구한테 통역해달라고 하는 베트남 이주여성들 때문에 힘들 때도 있지만 그들이 “언니 덕분에 오해가 풀렸다”며 고마워하는 걸 보면 피로가 싹 풀린다고 했다.
행복한 한국생활을 위한 비장의 카드는 다름 아닌 ‘한국어 실력’이라고 생각하는 부티항씨다.
그는 “결혼이주여성들이 도망갈까 봐 밖에 내보내지 않는 가족들이 많은데, 그렇게 하면 우울증이 생겨 더 적응을 못할 수도 있다”며 “센터에 나와 한국어도 배우고 외로움도 달랠 수 있도록 가족들이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전소연 리포터 azuma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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