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인터뷰/ 강남구 ''효행자'' 부문 표창수상자 이난호

"부모는 존재만으로도 감사한 사람"

지역내일 2011-06-20

지난 5월, 강남구는 어버이날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효행자, 장한 어버이, 노인복지기여자, 노인복지기여단체 등 총15명에게 그들의 노고를 기리고 위로하는 표창수여식을 진행했다. 그 날 구청장 표창을 수상한 ''효행자'' 부문의 이난호(69)씨를 만나기 위해 강남의 한 커피숍을 찾았다.




상처투성이의 아름다운 손




"사회학자 브린튼은 ''노인을 대접하지 않는 사회는 이미 희망을 잃어버린 사회''라고 했지요. 때문에 제가 한 일은 자식으로서 지극히 당연한 도리이며, 그래서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네요. 더구나 이런 내용으로 신문에 실린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고,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하던 그를 설득하느라 며칠이 훌쩍 지나갔다. 어둠이 드리워진 저녁 무렵,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표정의 이난호씨가 문을 열고 들어선다. 그의 머리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흰서리가 그동안의 삶을 대변하는 듯하다. 따뜻한 우유를 감싸 쥐고 있는 그의 두 손에 눈길이 간다. 여기저기 상처투성인데다 손바닥도 엉망이다. 그는 "며칠 전에 청계산에 올라가 약초를 캐느라 손이 이렇게 되었네요. 이 손으로 못하는 일이 없어요. 그림도 그리고 약초도 캐고 아이들 급식도 나눠주지요"라며 활짝 웃는다.  "부모님은 험한 인생길을 헤쳐 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존경받기에 충분하다"고 말하는 그 역시 그의 자녀들에게는 일흔을 앞둔 노부모가 아니던가. 하지만 치매에다 전립선암까지 겹쳐 당신 스스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고령의 아버지는 그에겐 그저 나약하고 안쓰러운 존재일 뿐이라고 고백한다.


젊은 날의 꿈과 고통은 같은 무게였다




1941년에 서울에서 태어난 이난호씨는 유복한 가정의 3남매 중 맏이로 자랐다. 부모님의 기대를 한껏 모았던 이씨는 홍익대 서양화과에 진학해 화가로서의 꿈을 키웠다. 그러던 중 한창 번창하던 아버지의 사업이 기울면서 대학 2학년 때 휴학을 해야 하는 등 어려움을 겪게 된다.




꿈 많던 여대생에서 한 가정을 책임져야하는 가장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공무원 교육원에 근무하면서 주변 동료들의 도움과 자신의 굳건한 의지로 복학을 감행,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1965년 드디어 졸업장을 손에 쥐게 된다. 이씨는 "그 당시, 저에게 희망을 주고 배려를 아끼지 않았던 상사와 동료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감사한 마음에 눈물이 난다"며 감회에 젖는다.




졸업 후 유명 신문사에 취직해 광고 디자이너로 이름을 날릴 즈음, 모 대학 영문과 출신의 남편과 중매로 만나 결혼했다. 전문직 여성으로서 딸 둘을 낳고 일과 가정을 꾸리며 행복하게 살았다. 또한 틈틈이 인물화를 그리는 등 작품 활동에도 심혈을 기울여 개인전, 그룹전 등 여러 전시회에도 참가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때 우리 가정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말았지요." 사업하는 남동생의 보증을 섰던 이씨는 시부모로부터 물려받았던 재산은 물론 살고 있던 집까지도 압류당하는 등 인생의 고배를 마셔야했다. 설상가상으로 남편 회사도 부도를 맞게 되었다.




가족의 암 극복을 위해 혼신을 다했다




그 후 이씨는 청담동에 입시생 위주의 미술학원을 차렸고, 밤낮 없이 일한 결과 먹고 사는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 부암동에 자그마한 단독주택을 마련한 이씨는 몸이 아픈 시어머니와 시누이를 모셔왔다. 학원에서 아이들 가르치랴, 시어머니와 시누이 봉양하랴, 몸은 천근만근 고달팠지만 마음만은 행복했다고 그 당시를 회고한다.




두 분이 모두 돌아가시자 이번에는 혼자되신 친정아버지를 모셔와 수발을 들기 시작했다. 현재 98세의 아버지는 치매 3등급에 전립선암으로 투병중이다. 또 몇 년 전에는 남편마저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암에 관한 모든 서적을 탐독했고, 암에 좋다는 애기똥풀이나 돌나물 등의 약초를 손수 캐 그것을 깨끗이 씻고 말려 곱게 갈았다.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란 말이 있지요. 겨울에는 땅이 얼고 덤불이 덮여있어 일일이 손으로 헤치면서 캐야했다"는 이씨는 그런 정성 때문이었는지 남편은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바쁜 와중에도 그는 오전에는 초등학교에서 급식지도사로 일하고, 오후에는 교회에서 주부들이나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는 등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이다. 그런 환경 속에서도 잘 자라준 두 딸은 지금 미국에 있다. 결혼한 둘째 딸, 그리고 엄마의 예술적 끼를 이어받아 미술을 전공한 큰 딸은 아르바이트로 학비와 용돈을 벌어가며 공부에 정진하고 있다고. 화목한 가정과 건강한 사회를 위해 자녀이자 배우자, 사회인으로서 매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는 그의 열정에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사진 김태헌 작가(세가 스튜디오)
김선미 리포터 srakim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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