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국밥이 아니라 비빔밥형 인재가 필요한 ‘통섭’의 시대다. 때문에 발명 기술에 발랄할 상상력, 예술적 표현력까지 두루 갖춘 통섭형 인재를 발굴하는 창의력올림피아드가 주목받고 있다. 보성고 발명반 출신 대학생들이 지난 5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창의력대회에서 금상과 동상을 동시에 받아 화제를 모으고 있다. 6명으로 구성된 Scinaps팀을 이끌며 지난 3개월간 똘똘 뭉쳐서 좋은 성과를 거둔 1등 공신인 권민재(경희대 산업경영공학과 4), 나재원(경희대 환경학과 3) 학생을 만나 그간의 숨은 스토리를 들어보았다.
대학생들 보성고에서 3개월간 살다
“지난 2월 보성고 정호근 선생님이 대회에 참가해 보라는 권유가 있었어요. 사실 망설였죠. 4학년이라 취업 준비로 바쁘기도 하고. 하지만 대학시절 마지막인데 눈 딱 감고 3개월만 투자하자고 맘먹었죠. 대신 꼭 상을 타야겠다고 결심하고 친구랑 1학년 후배들을 모아 팀을 꾸렸죠.”권 군의 설명이다. 대학도 학년도 각기 다른 6명은 3월부터 보성고 발명반에 살다시피 했다.
창의력올림피아드는 대회전에 미리 과제가 주어진다. 쥐덫을 동력장치로 활용한 자동차 만들기와 구조물 설치 2개 분야에 도전하기로 서로 의견을 모았다. “대회 규정이 까다로워요. 재료비는 145달러를 넘으면 안 되고 재활용품을 많이 써야 해요. 우선 재료 구하러 쓰레기장부터 뒤지고 다녔죠.” 그간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준다. 완성품을 만들기까지 수천 번 실험하며 밤샘도 많이 했다. “대회 당일 심사위원들 앞에서 8분간 시연을 해요. 무대 배경도 있어야 하고 제작물의 움직일 때 배우는 연기를 하고 나레이터는 장면을 설명해야 하죠. 팀원별로 역할 분담과 하모니가 무척 중요합니다.” 그동안 탄탄하게 다져진 팀워크가 대회 당일 빛을 발휘했다고 귀띔한다.
과학과 예술을 결합한 8분간의 쇼
8분간의 쇼를 위해 온갖 인맥을 동원해 완성도를 높여나간 에피소드 역시 흥미롭다. “무대 배경은 미술을 전공하는 동기에게 자문을 구하고 영어대본은 영문과 친구에게 검수를 부탁했죠. 연기지도와 발음교정도 따로 받았어요.”
미국에 가서도 대회전날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밤 11시쯤 지도교사인 정호근 선생님이 다급히 전화하셨어요. 제작물 규격을 확인해 보라고요. 그런데 우리가 준비해 간 완성품이 대회 규정과 다른 거예요. 날벼락을 맞은 느낌이었죠. 그 밤에 부랴부랴 재료 구해가며 밤 꼴딱 새며 다시 만들어서 출전했죠.” 피가 마를 만큼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지금은 웃으며 전해준다. 그러면서 “어떻게든 하니까 돌파구가 생겼어요. 중간 중간 좌절도 많이 했는데 6명 각자 각자가 최선을 다했지요. ‘포기 대신 끈기’가 이번 대회에서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이에요.”
우리 교육계에 화두가 되고 있는 창의력에 대해 질문을 던져보았다. “수만 명이 참가한 세계 대회에 나가보기 시야가 확 넓어졌어요. 상을 타냐 못타냐 결과에만 발 동동거리는 우리나라 학생들과 달리 외국 참가팀들은 대회 자체를 즐겼어요. 다른 팀이 하는 걸 찬찬히 보다 궁금한 점은 물어보며 지식의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두 학생은 이구동성으로 덧붙인다. 즉 ‘입시용 창의력’이 아니라 ‘창의력의 생활화’가 해답이었다.
이번 대회에 참여한 6명은 과학 발명 분야의 숨은 고수들이다. 권민재 학생은 고교시절 우수인재로 뽑혀 대통령상을 받고 4회 연속 발명 장학생으로 선발되었다. 나민재 군 역시 흘림방지용 캔 뚜껑을 고안해 실용신안을 냈고 국내외 과학경진대회에서 수십 차례 수상한 실력자다.
과학 분야의 모든 토대를 고교시절 발명반에서 닦았다고 말한다. “청계천 공구상을 놀이터 삼아 다녔어요. 머릿속에 그려본 설계도대로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보며 안목을 키웠지요. 아이디어는 어느 날 갑자기 나오는 게 아니잖아요. 시행착오를 거치며 여러 번 만들다 보니 노하우가 쌓이고 재주가 길러졌어요.” 보성고 시절 발명반 경험 덕분에 선택한 공학도의 길이 적성에 딱 맞아 즐겁다며 학생들은 웃음 지었다.
창의력 올림피아드 성공팁
한국인 최초로 금상과 동상을 동시 수상한 Scinaps팀에게 최근 들어 각광받고 있는 창의력 올림피아드 준비 노하우를 들어보았다.
▪‘생활의 재발견’ 일상에서 찾아라
대회 역사만 30년이라 웬만한 주제는 다 다뤄졌다. 하지만 실생활을 세심하게 관찰하면 아이디어가 보인다. 가령 페달 쓰레기통의 원리를 수술실 의사들을 위한 손세척기에 적용한 것처럼 기존 지석을 비틀어 재구성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유행을 놓치지 마라
우리 팀은 시나리오를 짤 때 대머리 분장을 한 스티브잡스, 스마트폰처럼 최근의 핫이슈를 유머있게 녹여내 심사위원들의 공감대를 샀다. 세계적인 이슈와 트렌드 변화에 주목해서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겁내지 마라. 뭐든지 해보라
창의력은 자꾸 해봐야 는다. 우리도 무대장치를 처음에는 종이박스로 만들었지만 마땅치 않자 갖가지 궁리를 해보다 최종적으로 버티컬과 롤스크린으로 발전시켰다. 책상물림으로는 결코 안 된다 자꾸 만들다 보면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고 완성도가 높아진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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