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중학교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학력신장’을 이유로 반강제로 ‘0교시’ 수업을 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몇 해 전 0교시 수업으로 자라나는 아이들이 아침밥을 먹지 못한다는 비난 여론으로 인문계 고등학교에서까지 사라진 0교시 수업이 중학교에서 다시 부활한 것이다.
10일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대전지역 중학교 87곳 가운데 무려 47곳(54%)이 올해부터 정규수업이 시작되기 전인 8시 30분을 전후해 0교시 수업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8시 10분쯤 모두 등교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특히 이 0교시 수업 시간은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실시하는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를 대비한 문제풀이 시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학교와 교육청의 서열화에 학생들이 희생되고 있다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중학생 전모(14)양은 “이침 시간에 책을 읽을 수 있어 좋았는데 전체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0교시 수업에 참여토록 해 불만”이라며 “수업 내용도 심화학습이 아닌 단순 문제풀이만 하고 있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불만도 만만치 않다.
우선 0교시 수업을 학부모나 학생들의 동의 절차 없이 강제적으로 실시했다는 불만이 크다. 그나마 형식적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학교에서도 교장과 교사들이 0교시 수업 찬성을 종용하는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내는 등 사실상 학교측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또 0교시 수업료로 분기별 4만원을 별도 징수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학부모들의 원성이 높다.
학부모 김모(44·유성구 노은동)씨는 “방과후 수업은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지만 0교시 수업은 이런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고 강제로 진행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다른 학부모 이모(42·중구 태평동)씨는 “아이들이 수업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는데 괜히 건강만 헤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그렇다면 왜 일선 학교들이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을 감수하면서까지 무리하게 0교시 수업을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일선 학교에서는 교육부의 일제고사를 통한 학교서열화를 첫 번째 이유로 꼽는다.
전교조 대전지부 김중태 사무처장은 “고교에서도 사라진 0교시가 중학교에서 부활해 한참 성장기에 있는 중학생들이 아침밥도 거른 채 원치 않는 수업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와 학교평가 등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벌어지는 이 같은 파행에 대해 감독해야 할 교육청이 오히려 더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학교 교사 박모씨도 “성적에 따라 학교가 서열화 되면서 그 학교 교사들의 자질까지 도매금으로 넘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이른 시간부터 학생들에게 시험을 대비한 문제풀이를 시키는 게 마음 편하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중학교 0교시 수업은 대전에만 실시되는 게 아니다”라며 “서울 인천 등에서도 30% 안팎의 중학교들이 0교시 수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교육부가 일제고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는 바람에 일선 학교들의 부담이 상당하다”며 “0교시 수업은 평가에서 순위를 올리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선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대전지역 중학교의 0교시 수업이 많은이유에 대해 “(지난해 일제고사 결과) 대전의 초등학교 성적은 좋은데 중학교 성적은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왔다”며 “다른 지역도 다 하는데 대전만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아니냐”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전소연 리포터 azuma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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