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국토해양부에서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관련 주민열람을 강동구에 요청하고 5차 보금자리주택지구 대상지가 언론을 통해 발표되면서 강동구가 시끄럽다. 5차 보금자리 주택지구 대상지 4곳 중 강일지구와 고덕3‧4지구 등 3곳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강동구에서는 구의회와 국회의원, 서울시의회, 주민들과 힘을 합쳐 보금자리지구 지정을 끝까지 막아보겠다는 입장이다. 현재까지 전개된 상황과 구의 입장,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아봤다.
1만2000세대 보금자리 주택 공급 예정
국토해양부에서 발표한 내용을 살펴보면, 5차 보금자리주택지구 대상지로 거론된 강일, 고덕3‧4지구 168만2000m²에는 1만2300세대가 건설될 예정이다. 이중 일반 분양분은 3300세대, 나머지 9000세대는 보금자리주택(공공분양, 임대 포함)으로 제공된다. 827m² 규모인 고덕지구에는 총 4300가구(보금자리 3100, 일반분양 1200), 330m² 규모의 강일3지구에는 총 3100가구(보금자리 2400, 일반분양 700), 525m² 규모의 강일4지구에는 총 4900가구(보금자리 3500, 일반분양 1400)가 조성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국토해양부에서는 6월1일까지 주민열람절차를 거쳐 6월 말 정식으로 5차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강동구는 지난 30일 국토해양부에 보금자리주택 지정을 철회해달라는 요청을 했고 다음날 주민열람 공고 취소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국토해양부에서는 직권으로 주민공람 절차를 밟고 있다.
집값 하락, 재건축 위축 우려로 민원 급증
이번에 보금자리주택지구 대상지로 발표된 이곳은 그린벨트지역으로 묶여있었던 곳이다. 고덕지구와 강일4지구는 비닐하우스가 조성돼 화훼, 채소 농가들이 농지로 활용하고 있고 강일3지구의 경우 주택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대상지가 발표되자 강동구에는 주민 민원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7일 확인된 주민 민원은 인터넷 78건, 의견서 제출 57건이다. 민원의 주된 내용은 ‘보금자리 주택 대상지는 공원, 녹지 등 기반시설 및 강동구 개발을 위한 미래 유보지로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과 ‘대상지 주변이 재건축사업을 추진 중인 지역으로 보금자리주택이 들어설 경우 미분양 사태가 발생될 것이라는 우려’ 등이다. 또한 인근에 하남 감북/감일 및 미사지구도 추진 중에 있어서 입주 완료되면 강동권역의 교통체증이 만성화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인접해 있는 재건축 단지인 고덕지구 아파트에는 ‘재건축 사업은 외면하고 보금자리주택 수익사업 웬 말인가’라는 현수막도 곳곳에 걸려 있어 지역 주민들의 반응을 엿볼 수 있었다. 인근 삼성공인 중개사는 “보금자리주택이 3.3㎡당 1400~1500만 원선에서 분양될 것이라고 하는데 누가 2000만원이 넘는 재건축 아파트를 분양받으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재건축 아파트 메리트가 없다면 고덕 재건축 사업도 속도를 내기 힘들다“고 걱정했다. 고덕지구 재건축 사업이 수익성을 확보하려면 일반분양가가 3.3㎡당 2500만원은 돼야 하는데 보금자리 때문에 미분양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G공인 중개사는 “1차 보금자리주택지구인 하남미사지구에 3만6000~4만 가구가 들어서고, 강일지구는 1만5000~2만 가구가 건립되는 등 물량이 계속해서 나오는데 아파트 가격이 안 떨어지겠느냐”고 반문했다.
보금자리주택이 들어설 토지의 소유자들 역시 정부의 저가보상과 삶의 터전을 빼앗긴다는 이유로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동구 각계각층 힘 모아 보금자리 지정 반대
강동구의 입장은 이번에 대상지로 선정한 주변 지역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5차 보금자리주택지구 대부분을 강동구에 집중했다는 점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강동구청 도시계획과 이재승 뉴타운팀장은 “이번 보금자리주택지구에 포함된 곳은 서울에 얼마 남지 않은 그린벨트 지역으로 미래 세대를 위한 개발 유보지로서의 가치가 높은 곳”이라며 “후보지 대부분으로 강동구 개발 유보지를 잠식하는 것은 구의 발전을 염원하는 주민 의사와 전적으로 배치된다"고 밝혔다.
강동구에는 이미 강일1ㆍ2지구에 1만여 가구의 서민주택이 공급되어 있다. 고덕/강일3/강일4지구까지 보금자리주택으로 추가 조성된다면 강동구는 서울시 전체 임대주택 가운데 7.5%를 보유하게 된다.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해당지역의 반발은 사실 강동구가 처음은 아니다. 앞서 4차 지구로 지정된 하남 감북지구는 주민들이 지구 지정 취하소송을 냈고, 하남시 역시 환경영향평가 공람 공고를 거부하는 등 파행을 빚고 있다. 강동구와 함께 5차 지구로 지정된 과천 역시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주민들이 늘어나면서 보금자리주택 지구 철회요청을 공식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보금자리주택이 들어선다고 해서 주변 집값이 떨어진다는 논리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보금자리주택은 양질의 주택을 싼값에 공급하기 위한 국가시책인 만큼 예정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김소정 리포터 bee4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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