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고객 상담 콜센터에서 8년째 일을 하고 있는 나모양(35). 하루에 처리하는 민원전화만 500여 통 이상. 점심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근무시간에 전화기, 컴퓨터 키보드와 싸움을 해야 하는 전형적인 내근직 종사자다.
최근 나씨는 아침에 일어날 때, 그리고 점심시간 이후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두통과 어깨통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그러다가 정상적인 고객 상담 업무가 어려울 정도의 통증이 나타나면서 병원을 찾았다. 문진(問診)을 하고, 어깨와 경추(목 척추)의 X선를 촬영한 결과 나온 그녀의 병은 목 디스크.
원래 목디스크는 ‘경추 추간판 탈출증’이 정확한 명칭인데 경추(목뼈) 사이의 물렁뼈인 추간판(디스크)이 계속 눌려 돌출되면서 척추신경을 압박해 통증이 생긴 것이다. 어깨가 아팠기에 근막통증후군이나 오십견 정도일거라 생각했던 그녀에게 목 디스크라는 진단은 의외였다.
경추(목 척추)에 이상 생기면 목 아닌 어깨에도 통증 나타나
최근 나씨의 경우처럼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목이 아프고 돌아가지 않거나 어깨가 아프고 두통을 느낀다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불안정한 자세.
센트럴병원 척추센터 박향권 원장의 설명이다.
“디스크를 유발하는 유해환경은 늘어나는데, 올바른 자세에 대한 교육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보니 디스크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특히 학업을 위해 목을 구부리는 학생들, 몇 시간씩 움직임 없이 장시간 컴퓨터 모니터를 봐야 하는 직장인들이 문제입니다. 이들은 자기도 모르게 목을 구부정하게 숙이고 한 곳으로 시선을 고정시키게 되는데, 이런 자세는 목 인대와 근육에 지속적인 힘을 가하게 됩니다. 편안한 자세로 있을 때에 비해 6∼10배의 힘이 더 가해져 목에 통증을 발생시키고 디스크에 퇴행성변화를 초래해 일상생활이나 직장생활을 힘들게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어깨 통증이 목 디스크의 전형적인 증상 가운데 하나인 것을 일반인들이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 대부분 어깨 자체의 문제로만 생각을 해서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쳐 버린다. 대표적인 경우가 어깨에 통증이 발생, 활동에 불편함을 느낄 정도가 되어도 자가 판단으로 단순 어깨결림이나 오십견 등으로 생각해 저절로 호전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오십견은 생활하는데 약간의 불편함을 주기는 하지만 3∼6개월 후면 조금씩 호전된다고 알려져 있다. 어깨에 통증이 느껴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스로 "오십견이겠지. 조금 있으면 낫겠지"라는 생각으로 치료를 미룬다.
물론, 드문 경우이지만 오십견 진단을 받은 환자의 경우 저절로 호전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만약 경추(목 척추) 사이 디스크가 눌려 유발되는 어깨 통증을 오십견으로 오인해 치료 시기를 미룬다면 목 디스크 증세가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
박향권 원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목디스크나 오십견, 근막통증후군 등은 어깨 통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질환들인데, 사실 증세로 보아 이들을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다만 어깨근육이 뭉쳤다고 부르는‘근막통증후군’은 특정 부위를 중심으로 통증이 확산되며, 목 척추의 이상에서 비롯된 통증은 나씨처럼 전체적으로 아픈 느낌이 강합니다. 팔을 올리기 힘들어 머리를 감거나 옷을 입을 때 통증이 느껴진다면 오십견을 의심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통증에 따른 미세한 차이점을 일반인들은 정확히 찾아내기 힘듭니다. 만약 어깨 통증이 느껴진다면 어깨뿐만 아니라 경추(목 척추)까지 정밀 검사를 통해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십견과 근막통증후군 등은 어깨 자체의 통증으로 끝날 수 있지만 목 디스크는 장기간 방치하면 팔의 저림이나 마비, 두통, 감각 이상으로 배변 장애 등 다른 증세로 전이되기 쉽습니다.”
목 디스크 환자 중에 목 통증 없는 경우도 많아
목 디스크 초기 증상은 한 자세로 오래 있거나 움직일 때 통증을 느끼고 뻣뻣해지는 것이다. 그러다가 목 주위 통증과 함께 팔이 저리고 등이나 어깨가 뻐근하게 아픈 증상이 나타난다. 이후 심해지면 목 주위보다 어깨와 팔의 통증이나 저림이 더욱 심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목 디스크 환자 중에는 목에 통증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손가락, 머리, 가슴 등이 이유 없이 불편하고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종종 있어 다른 질환으로 생각했다가 뒤늦게 목 디스크 진단을 받기도 한다.
디스크가 척수를 눌러 다리로 연결되는 신경까지 영향을 미칠 경우 한쪽 다리가 마비되기도 한다. 이 증상 때문에 목 디스크를 종종 뇌졸중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있다. 신경이 더 많이 눌리게 되면 양쪽 다리 모두 둔해져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완전히 마비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이밖에도 고개를 숙이면 어지럽거나 귀에서 소리가 나는 증상, 심한 두통도 뇌로 올라가는 신경이 목뼈에서 눌릴 때 생길 수 있다. 증상이 계속 나타나고 목 디스크로 의심되면 몇 가지 간단한 진찰로 진단할 수 있다. 머리를 위에서 아래로 누르면 증상이 심해지는가를 보고 팔의 근력과 손과 팔의 감각을 검사한다. 정확한 부위와 병의 정도를 알기 위해서는 X선 검사, 운동기능 이상의 원인을 밝히는 근전도검사, 척수조영술, CT(컴퓨터 단층촬영) 등을 시행한다. MRI(자기공명영상촬영)를 사용하면 목 부분의 세밀한 모습까지 정확하게 볼 수 있어서 신경이 지나가는 길의 모양ㆍ크기, 신경이 눌리는 부위와 정도를 정밀하게 알아낼 수 있다.
목디스크 초기에는 안정을 취하고 목 부분 당기기, 소염진통제 투여, 온(溫) 찜질, 운동(스트레칭) 등으로 호전시킬 수 있다. 하지만 통증이 너무 심하거나 신경치료에 효과가 없을 경우 인체에 직접 힘을 가하는 방법이나 수술로 치료한다.
목 디스크 수술 더 이상 두렵지 않아
과거 목 디스크 수술의 경우 반드시 절개 수술이 필요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었다. 하지만 절개수술은 절개 부위가 3cm에 이르며, 골반 뼈를 이식하고, 금속 디스크와 나사못, 금속판을 넣는 골융합술을 해야 했기 때문에 정상조직의 손상과 후유증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목 디스크는 목 부위뿐만 아니라 신경조직의 손상으로 몸 전체에 마비가 올 수 있기 때문에 수술을 결정하는데 큰 부담이 따랐던 게 사실이다. 일반인들도 목 부분에 수술을 한다고 하면 일단 겁부터 낸다.
하지만 최근에는 목 디스크를 절개하지 않고 시술하는 나노 내시경 치료법이 각광 받고 있다.‘나노 내시경 목 디스크 수술’은 기존 절개 부위의 10분의 1인 0.3∼0.5cm의 작은 구멍에다 내시경을 삽입, 360도 전방위 시야를 확보함으로써 치료하는 시술법으로 척추의 정상조직(인대, 근육, 뼈, 혈관)을 그대로 보존하고 환자에게 최소한의 부담을 주는 최소 상처 치료법이다. 또한 전신마취를 하지 않고 당일 시술 후 퇴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바쁜 직장인이나 노약자에게도 치료가 가능해 정밀함을 요하는 목 디스크 치료에 광범위하게 적용하고 있다
생활 속 목디스크 예방
1. 50+5+5(50분 학업·업무 / 5분 스트레칭 / 5분 바깥공기 쐬기) 통해 목과 어깨 근육을 풀어준다.
2. 걷거나 서 있을 때 몸통이 일자가 되면서 고개를 바로 세운다.
3. 컴퓨터를 사용할 때 허리를 곧게 펴고, 의자 뒤쪽으로 붙여 바로 앉으면서, 턱은 가슴 쪽으로 끌어당기듯 반듯한 자세로 앉는다.
4. 운전할 때 등받이를 90도 보다 10도 정도 젖혀 목이 바로 세워지도록 하고 고개는 내밀지 않는다.
5. 잠을 잘 때 머리가 가슴보다 약간 높게 되도록 낮은 베개를 사용하고 엎드려 자지 않는다.
도움말 - 센트럴병원 신경외과(척추센터) 박향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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