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가 안타치는 날까지 해보자 그랬죠”
어렵사리 찾아간 길이었다. 장항IC로 나가면 금세 닿는 킨텍스 야구장을, 이산포IC까지 돌아가서 겨우 찾아간 것이다. 고양시야구연합회에 속한 두 팀, ‘스웨이’와 ‘제우스 경호’의 경기가 있던 지난 4일 저녁이었다.
“날을 잘못 골라 오셨네요.”
스웨이 팀 선수들의 표정이 굳어 있었다. 주요 멤버인 차은택 감독이 엔트리에서 실수로 빠졌다는 이유 말고도 뭔가 더 풀리지 않는 것이 많아 보였다. 날씨마저 냉랭했다.
룰도 모르던 아마추어들이 도대회 4강까지
긴장된 얼굴로 서 있던 선수들은, 그래도 ‘파이팅’을 외치며 경기를 시작했다. 잔뜩 흐린 저녁 하늘, 구장에도 불이 켜졌다. 경기가 시작되면 서운한 마음도 억울함도 접어야 한다. 날아오는 공 앞에서는 단 1초의 공상도 허락되지 않는다.
공격과 수비가 바뀌었다. 선수들이 대기석으로 돌아왔다. 금세 땀으로 얼룩진 모습, 좀 전과 달리 생생하게 살아있는 표정들이다.
“취재오신 날 이겨야 하는데 질 것 같네요. 허허.”
차 감독의 말에 아까와 달리 여유가 묻어났다.
스웨이 선수들은 승부욕이 강하다. 시합에서 지면 개인 연습을 더 해서 보완하려고 노력한다. 고양시야구협회(연합회) 회장을 겸하고 있는 박교준 코치는 “끈기 있는 선수들”이라고 칭찬했다. 참여도가 높다는 것도 강점이다.
“썩 잘하는 건 아니지만 조금씩 실력이 늘어가는 걸 보면서 뿌듯해요. 야구 룰도 모르는 사람이 반 이상이었거든요.”
차 감독은 겸손하게 말하지만 스웨이는 지난 해 경기도야구협회장기 대회에서 강팀을 잡고 4강까지 올랐다. 창단 2년차였으니 팀원도 협회 관계자들도 모두 놀랐다. 비결이 뭘까.
꼴찌가 안타치는 날까지
창단할 때는 야구를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박교준 코치는 “어느 방향으로 뛰어야 하는지도 모르는, 평균 이하의 야구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시작했다”고 말했다. 스웨이에는 현업 ‘감독’들이 많다. 뮤직비디오의 명장으로 불리는 차은택 감독을 비롯해 영화나 CF 관련된 이들이다. 그 밖에도 연예인, 매니저, 의사, 변호사, 사업가, 학생 등 20~40대 30여 명으로 꾸려져 있다. 개인차는 있지만 대부분 ‘밤낮 없이 일하는’ 사람들이다. 그래도 연습은 거르지 않는다.
정기 연습은 매주 토요일 아침 7시부터 10시까지다. 모이면 러닝 스트레칭, 캐치볼, 티배팅, 송구 등을 연습한다.
“제일 못한다고 하는 선수가 있었어요. 그 친구가 안타치는 날까지 끝까지 해보자고 했죠.”
차 감독이 말한 그 선수는 요즘 들어 안타를 치기 시작했다. 팀 성적이 안정 궤도에 올라섰다는 신호일까. 얼마 전에는 늘 연습 상대로 지기만 했던 연예인 야구팀 ‘CRP’를 여유 있게 이겼다.
스웨이에는 재미있는 원칙이 있다. 애인이나 가족이 응원을 나오면 실력에 관계없이 무조건 선발이다. 실력만큼이나 유대감, 즐거움을 중요하게 두기 때문이 아닐까.
혼자서만 잘해도, 못해도 안 되는 야구
야구를 하고 싶다는 열정 하나로 팀에 가입한 이환호 씨. 처음에는 후보군에 머물러야 했지만 낙담하지 않았다. 대신 매니저라는 직업을 십분 활용했다. 우수 선수들을 집까지 태워 주면서 노하우를 배웠다. 새벽에는 혼자 타격 연습을 하며 실력을 키웠다. 그에게 야구는 여전히 쉽지 않다. “나는 치고 싶은데 팀을 위해 번트를 대야 하는 상황이 생겨요. 야구는 혼자 잘해도 안 되고 혼자서만 못해도 안 되죠.”
김성현 씨는 지난해 오른쪽 아킬레스건을 다쳤다. 의사는 재활에 1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말과 함께. 하지만 다른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보니 가만 앉아 있을 수 없었다. “타석에서 안타를 칠 때 기분이 좋다”는 그는 인터뷰하는 중간에도 야구공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야구의 매력이 무엇이기에 몸을 다쳐도 뛰게 만드는 걸까. 차 감독은 야구를 “톱니바퀴 같다”고 말했다. 팀이 맞물려 가기 때문에 호흡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단다.
“야구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고 말하는 그는 “잘 하기보다는 좋은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소수끼리 만나는 팀보다는 여럿이 함께 하는 팀이 되기를 바란다. 스웨이는 매년 1회 면접을 통해 팀원을 뽑는다. 룰은 몰라도 괜찮지만 ‘융화능력’ 만큼은 꼼꼼하게 따진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미니인터뷰]
박교준 고양시 고양시야구협회(연합회) 회장
고양시에는 아마추어 야구팀이 90여 개 있다. 전용 구장은 겨우 세 곳 뿐이다.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하루에 8게임을 하니 구장도 쉬지 못한다. 관리할 새도 없이 운영이 되니 부상도 잦다. 고양시야구협회·연합회 박교진 회장은 “3년 전부터 급작스럽게 야구의 인기가 높아져서 즐기는 사람은 많은데 인프라는 형편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고양시 야구 발전을 위해 구장 확보가 시급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우리동네 야구팀
- 블레이드 러너 / GBA 리그 전통의 팀 / 010-5635-5667
- 경복OB/재)고양시 경복고등학교 동문팀 / 017-232-4064
- 무한도전 / 송포초등학교 동문팀 / 010-3775-4035
- REA 13 / 고양시 공인중개사 팀 / 016-9221-6526
- 공놀이야 / 고양시 연예인 팀 / 011-711-7135
- 야 신 / 야구사랑 동호회 / 010-6202-5017
- 명성운수/명선운수 회사 팀/011-722-8832
- 지화대 윙스 / 지하철 화정~대화 커뮤니티 팀 / 010-8971-7027
- 섀도우 나이츠 / GBA리그 전통의 강호 팀 / 011-9920-0952
- 스웨이 / 고양시 거주 CF, 영화 종사자 다수 / 010-5381-6109
**이 밖에도 80여개의 팀이 있다. 자세한 문의는 031-968-8805 고양시야구협회(연합회)로 연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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