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 전문의
의학박사, 수필가
남호탁
한두 살 먹은 아이에게 치질이 생겼다며 수심 가득한 얼굴로 병원을 찾는 엄마들이 많습니다. 아이의 엄마는 어린 아이가 어떻게 수술을 받겠느냐며 당장에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 걱정합니다.
치질은 항문에 생기는 질환을 통틀어 일컫는 말입니다. 심근경색이나 협심증과 같이 심장에 생기는 병을 심장병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면 치질이나 심장병은 병명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항문 밖으로 뭔가가 튀어나온다거나 매달려 있는 질환을 흔히들 치질이라고 부르는데 정확한 병명은 치핵입니다. 치핵은 항문근처를 흐르는 혈액이 제대로 소통되지 않을 경우 생기게 됩니다.
이와 같은 혈액순환 장애가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직립보행입니다. 서서 생활할 경우 심장은 항문보다 높은 위치에 놓이게 됩니다. 이럴 경우 혈액이 심장까지 올라가는 데에는 상당한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네발로 다니는 짐승의 경우에는 심장이 항문과 같은 위치에 놓이게 되기 때문에 항문 쪽의 혈액이 심장으로 흘러들어가는 데에는 별 어려움이 없습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으면 있을수록 치핵이 생길 위험은 커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리면 어릴수록 치핵이 생길 가능성은 적겠네요? 그렇습니다. 영유아나 초등학생에게 치핵이 생길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생각하셔도 무방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의 항문에 돌출되어 있는 건 뭐죠? 영유아나 초등학생의 경우 잘못된 배변습관으로 인해 변비가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경우 배변 시 굵고 딱딱한 똥이 나오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항문에 상처가 생길 수 있는데 이를 치열이라고 합니다.
이와 같은 치열이 반복되거나 오래 지속될 경우 상처가 난 부위 바깥으로 피부가 늘어날 수 있는데 이를 피부꼬리라고 합니다. 피부꼬리는 말 그대로 피부가 늘어난 것이지 치핵과는 전혀 다릅니다. 물론 수술도 필요 없고, 치열이 아물면서 저절로 없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영유아나 초등학생의 항문에 튀어나온 구조물의 실체가 무엇인지 말씀드렸습니다. 혹여 우리 아이에게 이런 문제가 생긴다면 걱정할 것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인근의 병원을 찾아 확인만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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