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시위를 떠난 화살이 145미터를 날아 과녁에 꽂힌다. 스피커에서는 “딱!”하고 명중을 알리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린다. 지영동에 새롭게 지어진 체육공원 내 국궁장에서, ‘활 쏘는 사람들’ 고양시궁도연합회 회원들을 만났다.
마음을 내려놓고 당겨야 명중
활은 원래 무기였다. 임진왜란 때 일본군이 쏘는 총에 밀리기 전까지는 강력한 전쟁 도구였다. 또 한민족에게는 널리 알려진 대중 무예이기도 했다. 무기로 시작한 활은 사냥 등 취미로 자리를 잡아 스포츠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국궁은 주로 노년층이 즐겨왔지만 최근에는 젊은 층에게 레저스포츠로 새롭게 보급되고 있다. 국궁은 정신수양에도 좋아 집중을 요하는 수험생에게 특히 좋은 스포츠다.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으며 혼자서도 수련할 수 있다.
양궁과는 달리 과녁까지 길이가 145미터로 고정되어 있다. 거리가 길기 때문에 실외에서만 할 수 있다. 양궁은 정조준을, 국궁은 오조준을 한다. 활심의 강약을 조절해 과녁에 맞추어야 하는 국궁, 어렵기도 하고 쉽기도 한 스포츠다.
국궁은 한 번에 5개의 화살을 쏜다. 실력에 따라 1단, 2단, 3단 등 단수가 정해진다. 1번에 5개 쏘는 것을 1순이라고 한다. 모두 5순을 쏘는데 화살 45발 가운데 25대를 과녁에 맞추면 1단이 된다. 처음 시작한 사람도 5달 안에 단을 따기도 하니 쉬운 스포츠고, 5단 부터는 관리가 까다로운 각궁으로만 쏴야 하니 어려운 스포츠다.
그러나 궁도연합회 회원들은 국궁을 어렵게 힘들게 대하지 않는다. 고양시 궁도연합회 이정학 회장은 1순에 다섯 발을 쏘는 이유에 대해 “4개는 체력으로, 1개는 운으로 쏜다”고 말한다. 기술만으로는 할 수 없는 스포츠라는 것이다. 마음을 비우고 운에 맡기는 스포츠라니,
무조건 경쟁과 승리가 우선인 서양의 스포츠와 사뭇 다른 매력이 있다.
초등학생부터 배울 수 있는 국궁
1998년부터 국궁을 수련해 온 이정학 회장은 “활을 쏘고 나면 소화가 잘 된다”고 말한다. 그는 원래 레코드사에서 LP판의 잡음을 검사하는 일을 했다. 소리에 극도로 예민한 직업이다. 일에 있어서 완벽을 추구하니 점점 까칠해졌다. 그는 “국궁을 하면서 성격이 많이 편안해졌다”고 말한다. 한 발 한 발 화살을 쏘는 일이 그에게는 마음을 내려놓는 일이 된 것인지도 모른다.
국궁은 정해진 수련장에서만 할 수 있다. ‘정(亭)이라고 부르는 국궁장은 고양시에 모두 다섯 군데다. 국궁장에는 과녁을 쏠 수 있는 넓은 땅 외에도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시설이 있다. ’점화장‘이라고 부르는 각궁보관소다. 국궁에는 개량궁과 각궁 두 가지가 있다. 개량궁은 평상시 사용하기 좋게 만든 것이다. 각궁은 소뿔, 힘줄로 만든다. 온도와 습도가 30도 내외로 조절된 곳에 있어야 한다.
정에는 사두와 사범이 있다. 초등학생부터 배울 수 있는 개량궁이 있지만 이 회장은 “적어도 전통 무예에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고등학생 정도는 되어야 배우기 쉽다”고 말한다. 1998년부터 궁도연합회 일을 맡아서 해 온 이 회장은, 궁도에 대해 체계적으로 알려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해왔다. 마침내 2009년 지어져 강의연수, 동호회 모임 등 저변을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노인층만 즐기는 스포츠’는 옛말
국궁에 따라다니는 선입견이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는 ‘노인들만 하는 스포츠’라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남자 어른만 하는 것으로 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아직은 평균 연령이 높은 것도 사살이지만, 부부가 함께 즐기는 사람들이나 중고생, 여성 회원들도 있다.
두 번째 오해는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고양시 궁도연합회에는 먼저 가입비를 낸다. 정에 따라 10만원에서 40만원 까지 다양하다. 개량궁은 하나에 20만원, 화살은 하나에 8천원, 깍지는 3만원이다. 레슨 값은 무료니 다른 스포츠에 비하면 초기 투자비용이 턱없이 비싸다거나 비용 때문에 접근할 수 없는 운동은 아닌 듯하다.
물론 뼈로 만드는 각궁은 조금 더 비싸다. 활은 65만원, 화살은 하나에 2만 5천원이다. 대나무에 소뿔과 소 힘줄을 이어서 만들기 때문에 쉽게 부러진다.
회원들은 “국궁을 수련하다 보면 집중력이 좋아지고 스트레스가 해소되며 근육이 튼튼해진다”고 입을 모았다. 직립한 상태에서 복식호흡을 하며 쏘기 때문에 자세는 물론이고 내장기관까지 좋아진다는 것이 회원들의 설명이다.
몸과 마음으로 쏜다
김득종 회원은 우연한 기회에 국궁을 시작해 이제 일 년이 되어간다. 처음에 와서 쏜 화살이 과녁에 맞아 ‘쉬운 운동’이라고 생각했던 그는, 할수록 쉽지만은 않은 운동이라는 것을 알아 가고 있다. 또 처음에는 약한 활로 시작했지만 점점 몸에 기운이 생기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단순히 육체만 단련하는 운동은 아니란다. 마음상태만 조금 달라져도 과녁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궁도연합회 정광수 전무는 “아무 가늠쇠 가늠자 없이 마음으로만 목표를 정하고 쏘아 맞추는 쾌감이 좋다”고 말한다. 한 번 빠지면 도저히 헤어 나올 수 없는 매력이 궁도에 있다고 한다. 그는 “이 나이에 전국체전의 대표로 참가할 수 있다는 것이 보람”이라면서, “활 쏜다는 이유 하나로 활 하나 메고 가면 전국 어디에서든 동호인들과 교감할 수 있는 것도 큰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국궁은 나라와 이웃을 지키는 무기로, 생계를 이어가는 수단으로, 사냥을 즐기는 도구로 이어져 내려와 지금은 스포츠로 자리를 잡았다. 말달리며 활을 쏘던 조상의 기개가 어딘가에 배어있지 않을까. 일단 활부터 잡고 볼 일이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우리지역 국궁 배우는 곳
비호정 031-964-5868
송호정 031-914-2112
송학정 031-977-9907
덕양정 031-972-8535
고봉정 031-977-5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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