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게 자전거 타는 세상을 만들어가요”
갈 때의 오르막이 올 때는 내리막이다. 모든 오르막과 모든 내리막은 땅 위의 길에서 정확히 비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비기면서 다 가고 나서 돌아보면 길은 결국 평탄하다. 그래서 자전거는 내리막을 그리워하지 않으면서도 오르막을 오를 수 있다..........땅 위의 모든 길을 다 갈 수 없고, 땅 위의 모든 산맥을 다 넘을 수 없다 해도, 살아서 몸으로 바퀴를 굴려 나아가는 일은 복되다. <김훈 선생의 ‘자전거 여행’중에서>
김훈 선생의 글을 보니 자전거 타는 일은 우리네 인생과 닮아 있는 것 같다. 인생에 찾아오는 오르막이나 내리막 길은 결국 비기면서 나중에 돌아보면 모두 평탄한 길인 것을. 우리네 인생에서 힘겨운 언덕길을 오를 때나 내리막길을 질주할 때, 잊지 말아야 할 삶의 지혜를 자전거를 통해 배운다. 건강은 물론이며 지구를 살리고, 삶의 지혜까지 터득할 수 있는 착한 자전거를 애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보인다. 그리고 이 자전거 덕분에 바쁜 인생을 살고 있는 한 사람이 있으니 그가 바로 자전거21 고양시지부 한기식 사무국장이다. 그는 지난 10년간을 철인3종 경기에 도전하며 달려왔다. 그리고 앞으로 10년간은 자전거를 위해 달릴 계획이라고 한다. 독자들 중 자전거를 못타 의기소침한 사람이 있다면 주저말고 그에게 연락할 것을 권한다. 자전거 교육에 관해선 고양시에 그만한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Q> 철인3종경기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보자.(그는 1992년부터 2000년까지 아이언맨(ironman)코스를 7회 완주했다. 국내 철인3종경기 초창기 멤버로 최근엔 철인3종경기 교재를 출판했다.) 철인3종경기는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는가?
대학 신입생 환영회 때 ‘지구력과 끈기는 남보다 뒤지지 않는다’고 나를 소개했다. 그 자리에서 한 선배가 그럼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해보라고 권유했고, 술김에 한번 해보겠다고 한 것이 계기가 됐다. 1998년 처음 대회에 참가해 완주했고, 1992년 제주에서 열린 아이언맨 대회에서 3위에 입상했다. 군대에 다녀 온 후 1995년부터 2000년까지 해마다 아이언맨 코스에 참가했고 완주했다. 1996년에는 하와이 마우이 월드 트라이애슬론 대회에 참가하는 행운도 얻었다. 하와이 아이언맨 대회는 트라이애슬론을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가하고 싶어하는 대회다. 당시 IMF 외환위기로 해외여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포기하면 평생을 두고 후회할 것 같아 대회 참가를 강행했다.
말로만 듣던 곳에서 경기를 한다는 것이 꿈만 같았지만 세계적인 대회인 만큼 경기는 만만치 않았다. 몸에 화상을 입을 정도로 더운 하와이 날씨와 낯선 코스 등이 경기 내내 부담이었다. 할아버지, 아줌마 선수들에게 추월당하는 것은 다 반사였다. 육체적 부담이 많았지만 결승점을 통과 한 후, 뭐라고 형언 할 수 없는 감동이 온몸을 휘감았다. 이런 맛에 트라이애슬론 경기를 하는 것 같다. 세계인이 모여 우수한 기량을 겨루는 하와이 대회는 나에게 트라이애슬론의 매력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Q> 철인3종경기의 매력은 무엇인가?
나는 전문 운동선수 출신이 아니라, 평범한 체육전공자였다. 그래선지 항상 선수가 되고 싶다는 미련이 있었다. 또한 늘 자신감이 부족한 나에게 불만이 많았다. 하지만 아이언맨 대회에 참가하고 완주를 해내면서 마침내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됐다. 그 때나 지금이나 철인3종경기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바쁜 일상을 쪼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다. 철인3종경기에 도전할 목표로 자신의 일도 열심히 하면서 운동도 열심히 하는 것이다. 모든 운동이 그렇듯 트라이애슬론은 정직하기 그지없는 운동이다. 땀 흘린 만큼 받고, 게으름 피운 만큼 잃는다. 이 단순 명쾌한 진리는 곧 나의 인생철학이 됐다. 이제는 트라이애슬론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서 활동하고 있지만 영원한 철인으로 살겠다는 내 의지는 변함이 없다. 인생에 힘든 시간이 찾아올 때면 내가 철인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이겨낸다. 철인3종 경기는 누구나 도전해볼 수 있다. 목표를 가지고 꾸준히 트레이닝을 한다면 누구나 1년 안에 철인이 될 수 있다. 60대가 됐을 때 다시 한번 철인에 도전해 볼 계획이다.
Q> 지난 10년을 철인으로 살다가 지금은 자전거 교육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어떤 계기로 자전거 교육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됐는지, 또한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가?
철인3종경기를 마무리 하면서 이와 무관하지 않은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자전거 교육 지도자 과정에 참여하게 됐다. 자전거를 놀이기구나 운동기구로 생각했던 평소의 생각이 깨지면서 자전거를 제대로 배우고 가르쳐야 한다는 확신을 얻었다. 건강한 자전거 문화를 이끌어가는 모임인 ‘자전거21’에서 정식 지도자 과정을 이수하고 강의를 시작했다. 창원 진주 제주 부천 등 전국의 자전거 도시를 다니며 자전거에 대한 교육을 펼치고 있다. 여름방학에는 학생들과 같이 자전거 국토 순례를 떠나기도 한다. 일주일간 코스로 전국을 일주하는데 처음엔 나약해보이던 학생들이 스스로 페달을 밟고 완주해내는 것을 보면 대견하기만 하다. 학생들과 순례를 하며 진정한 자전거의 매력을 깨닫게 됐다. 내 발로 전국을 누비며 다닐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자전거만의 매력이다. 지난해에는 자전거에 대한 책을 펴냈다. ‘자전거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라는 책인데 자전거 교육을 하면서 필요한 부분들을 이해하기 쉽도록 정리했다.
Q> 흔히 자전거는 넘어지면서 혼자 배우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자전거 교육이란 것이 좀 생소할 것 같다. 어떤 것을 배우는 것인가?
처음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자전거 관련 안전 동영상을 보고, 교과서도 나눠 준다. 자전거 끄는 법부터 페달링과 타는 법 등을 배운다. 초급반의 경우 2시간씩 10일에 걸쳐 교육을 받는데 안전을 가장 중요시 여기는 교육을 진행한다. 자전거는 엄연히 차로 분류돼 있다. 헬멧 착용은 기본이며, 보호대 착용과 안전운전에 관한 수칙을 철저히 숙지해야 한다. 기초 교육을 마치면 연수를 나가는데 주행기술을 배우고 안전하게 도로주행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 어린이부터 주부와 65세 미만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처음 자전거를 타지 못해 긴장된 얼굴로 교육에 참가한 회원들이 마지막 시간 호수공원 주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활짝 웃으며 행복해 한다. 최근 자전거 타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자전거 사고율도 높아지고 있다. 자전거 교육은 안전한 주행을 약속하는 면허증이나 마찬가지다. 자전거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주행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습관적으로 숙지하고 있다. 안전하고 건강한 자전거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자전거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Q> 고양시는 피프틴 사업과 자전거 도로정비 등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자전거 교육 전문가로서 이에 대한 견해는 어떠한가?
먼저 피프틴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반갑게 생각한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은 고양시 환경이나 교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자전거 도로나 안전 문제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이 있다. 현재 호수로 자전거 도로는 한쪽만 자전거 도로를 설치해 두었다. 따라서 자전거 도로를 역주행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그만큼 사고의 가능성도 높다. 또한 자전거 횡단보도가 없어 보행자 보호가 취약하다. 보도에서 어린이나 노약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서 자전거 횡단보도가 필요하다. 자전거 도로가 끊기는 곳도 사고의 위험이 높은 곳이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보면 갑자기 자전거 도로가 끊겨있는데 이를 예측하지 못하고 달리기 때문에 사고가 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전거를 타기 이전에 안전교육이 진행돼야 한다. 서울이나 부천에서는 자전거 의무교육이 활성화되고 있다. 자전거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자전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안전 교육을 의무화 한 것이다. 하지만 고양시에서 자전거 안전교육은 전무한 상태다. 건강한 자전거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선 하드웨어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기 보다 사람들의 의식을 바꾸는 교육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본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자전거는 환경을 살리고 건강을 살리는 가장 좋은 교통 수단이다. 자전거 타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사람과 지구가 건강해질 것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자전거는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안전하게 탈 수 있도록 교육하는 일에 주력할 것이다. 또한 자전거 여행책을 만들어 볼 계획이다. 전국방방곡곡 자전거로 달린 아름다운 풍경들을 모아 책을 만들어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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