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들-연승흠 수원시회장
“서로에게 도움 되는 정이 묻어나는 사회를 꿈꿉니다”
한국소기업소상공인협회 연승흠 수원시회장
서민들의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특히나 소상공인들의 체감경기는 바닥을 친지 오래.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사회는 말 그대로 유토피아에 불과한 것인지… 서로가 힘이 되는 세상을 꿈꾼다는 한국소기업소상공인연합회 연승흠 수원시지회장, 그가 그려내는 상생의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소상공인의 한 사람으로서 그 아픔을 절실히 깨달아
연승흠 회장을 만난 곳은 곡반정동의 상가 2층의 한 사무실. 단체가 아닌 개인의 힘으로 2009년 소기업소상공인연합회 수원시지회를 만든 계기가 궁금해졌다. 그는 단골집으로 가던 고기집 사장이 불황에 따른 빚 때문에 자살한 얘기를 어렵게 꺼냈다.
“퇴직금으로 시작했던 장사가 힘들어지자 대출을 받았고, 그것이 고스란히 빚으로 남게 되면서 극단의 선택을 한 거죠. 저 역시도 해장국집을 경영하는 소상공인이기에 그 분의 힘든 사정과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 왔습니다.”
이 일은 연 회장을 수원지역 소상공인의 아픔을 달래고, 도울 수 있는 연합회를 결성하게 했다. 소기업소상공인도 뭉치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소상공인을 위한 여러 지원책이 있지만 수박겉핥기 식에 불과한 것이 많다는 것이 그의 의견. “일본은 3~4대에 걸쳐 작은 오뎅집을 경영하는 경우가 있지요. 처음부터 맛만으로 전통을 이어간 것은 아닐 것입니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동일 가게를 열도록 하는 등의 세심한 관계기관의 지원을 통해 전통가게로 유지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우리도 지역마다 요식업의 종류나 개수에 대한 정확한 자료가 있다면 자영업자들이 새로 가게를 여는데 활용이 가능할 것이다. 만약 곡반정동에서 순대국집을 계획했다가도 자료를 통해 인근의 동일업종 수를 알게 된다면 다른 업종으로 변경해 기존의 가게와 공생의 길이 열릴 수 있을 텐데 아쉬울 따름이라고. 창업지원금만 봐도 수원의 소상공인은 10만 여명에 육박할 정도지만 그 수에 비해 적은 편이다. 뿐만 아니라 재래시장 현대화를 통해 시장 살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도포입고 구두신은 꼴의 기형적인 변화를 줌으로써 실제적인 효용은 의심스럽단다.
창업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가이드 역할을 해 내고파
이런 현실 앞에 수원시지회에서는 지자체와 보증재단 등과 연합하여 신속하게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돕고, 요모조모를 따지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창업 가이드 역할을 하고자 한다. 연합회에 소속된 경영지도사·자영업컨설턴트·법률 및 세무 컨설턴트 등의 전문가와 선배 자영업자들의 자문이나 교육, 노하우 전수를 통해 지속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경기불황이 깊어지면 자영업 선호도는 높아지게 된다. 직업적인 마인드나 계획과 정보 없이 장사나 할까 하면서 자영업에 뛰어드는 것도 문제란다. 뚜렷한 사명감을 갖고 장사꾼이 되어야 하는데, 쉽게 내린 선택으로 돈을 벌기보다는 빚더미에 앉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가 연합회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는 대목이다.
연 회장은 “올해 수원시로부터 사회보조단체로 지정받아 300만원의 보조금을 받게 된 것이 성과 중의 하나다. 수원시 소기업소상공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응원(Support)·지원(Service)·후원(Sponsor)의 3S사업을 추진하며, 그들의 50% 이상을 회원으로 확보할 방침이다. 3S는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3개의 S가 맞물려 용이 승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로고에서 그의 간절한 염원을 엿볼 수 있었다
정조대왕역을 수행하며 함께 살아가는 길을 생각하다
연 회장의 상생의 철학은 어쩌면 봉사에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른다. 2007년 통장 일을 하던 아버님이 몸이 불편해지자 자신이 맡아 하게 됐다. 그러던 중 그에게서 정조대왕의 위엄이 보였던지 동사무소에서 추천을 했고, 제9대 정조대왕에 선발되기에 이른다. 그의 일생일대의 큰 변화를 예견하는 사건이 됐다. 왕의 길은 백성의 어려움을 알고 살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었을까? “대왕으로서의 역할 수행은 사회의 여러 가지 안타까운 현실에 눈을 뜨게 했다. 가족과 함께 살아보려고 몸부림치거나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참담한 삶을 영위하는 모습은 구석구석 미칠 수 있는 손길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의 봉사를 향한 움직임 속에는 아픈 사연 하나가 더 숨어 있었다. 정조대왕 역을 하던 동안 지적장애를 앓던 큰 아들을 가슴에 묻어야만 한 것. 아픔을 겪어 본 사람만이 그것에 진정 공감할 수 있기에 그의 봉사와 기부는 그만큼 진실 되고 애틋해 보였다. 연승흠 회장은 또 다른 기부 문화를 계획하고 있다. 커피 한 잔에 이웃과 사랑을 나누는 ‘사랑의 차 나누기 운동’을 시작한다. 음식점에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손님들을 대접하면 손님들도 무료로 마시던 커피 값을 적은 돈이나마 기부하는 운동이다. 그 수익금은 생계가 어려운 자영업자 자녀의 장학금으로 전달하고 기타 도움이 필요한 곳에도 보낼 예정이다.
연 회장의 소망은 단순하지만 위대해 보인다. 소기업소상공인들이 잘 사는 사회를 만들고 싶은 것. 이웃 간에 서로 돕고 정을 나누던 아름다운 품앗이 문화가 다시 싹 틔울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은 것. 언젠가는 이루어질 모습이라 믿기에 오늘의 그의 행보는 활기차기만 하다.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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