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가 바라본 세상>

창의적 체험활동 과연 창의적인가

자연적으로 발현되는 창의성이 아닌 체계적으로 길러지는 창의성

지역내일 2011-06-07

2011학년도부터 창의적 체험활동(이하 창체활동)이 교육과정에 전면 도입됐다. 중학생의 경우 주 3시간, 고등학생의 경우 3년간 24단위를 이수해야한다. 대학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가 점차 확대되고 교과 성적뿐 아니라 학생의 교내 활동이 평가 요소로 작용함에 따라 창의적 체험활동 프로그램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창의성과 인성을 겸비한 미래지향적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지금까지의 지식전달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등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체험 중심으로 실천 학습을 함으로써 개인의 소질과 잠재력을 계발한다는 좋은 취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창체활동이 교과부에서 홍보하는 것만큼 과연 창의적인지에 대해서는 한번쯤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학부모들은 언제부터인가 교과부에서 발표하는 정책을 비판적인 시각 없이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자주 바뀌는 교육정책, 해마다 바뀌는 대학별 입시전형, 쉴 새 없이 받게 되는 아이들의 성적표 등이 우리의 생각을 마비시키는 듯하다. 새로운 정책이 던져지면 먼저 그것이 옳고 그른지에 대해 생각하기보다 변화에 빨리 적응해야한다는 강박증과 조급함에 시달린다. 과연 이래도 좋은 것인가. 창체활동을 둘러싼 몇 가지 문제점을 생각해봤다.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를 먼저 생각해야


우리 교육은 어제부터인가 시스템화와 기술화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심지어 학생들의 창의성마저 기술적으로 관리하려 한다. 소프트웨어보다 하드웨어를 먼저 생각한다. 올해 전면 도입된 창체활동도 그 단면을 보여준다. 학교별 창의적 프로그램 준비, 전문 교사진 확보, 예상되는 문제점 파악 등이 먼저 선행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교과부는 우선 교육과정 편성과 에듀팟(http://edupot.go.kr)이라는 기록 시스템만 던져주고 나머지는 학교와 학생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물론 뜻있는 몇몇 학교에서는 훌륭하게 해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와 학생들은 어떠한가. 주어진 틀에 억지로 짜 맞추고 있지는 않은가.


아이들의 창의성은 억지로 길러지지 않는다. 재미있게 읽던 책도 읽고 나서 독후감을 쓰라고 강제하면 읽기 싫어지는 법이다. 하물며 창의적인 활동인데 오죽하겠는가. 재미가 있고 보람을 느껴 자발적으로 참여활동을 하다보면 창의성은 자연적으로 발현된다. 기록을 위한 창체활동이 얼마나 큰 실효를 거둘지 의문이다. 물론 입시위주로 치닫고 있는 우리 교육현실에서 이렇게라도 해야 창의성이 길러진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기존의 입시 위주 교육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입시의 잣대를 들이대 학생들의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교과부, 학교, 학생·학부모의 동상이몽(同床異夢)


창체활동에 대해 교과부, 학교, 학생과 학부모는 겉으로는 모두 함께 행동하는 듯하다. 심지어 몇몇 대학은 올해 입학사정관전형의 일환으로 창체전형을 마련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자.


교과부는 조기 정착을 위해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실효성 제고를 위한 포럼을 열기도 했다. 에듀팟 홈페이지도 새롭게 단장해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개선했다.


학교는 어떠한가. 우선 학교별 편차가 심하다. 에듀팟 홈페이지에 접속해보면 그 차이는 여실히 드러난다. 한쪽에는 에듀팟 활용 우수학교 목록이 올라오고 있는데 반해 한쪽에는 아직도 전년도 체험활동 승인 요청과 교사 승인 기한에 대한 공지가 떠 있다.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학교 측의 홍보도 제각각이다. 여러 차례 안내하고 있는 학교가 있는 반면 전혀 안내하지 않는 학교도 있다. 교사들의 업무가 가중되는 것도 문제이다. 학생들이 승인 요청한 기록에 대해 수정·보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교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봐야할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은 어떠한가. 창체활동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안내나 교육 없이 일방적으로 실시함에 따라 미흡한 정보 속에서 막연하게 인식하고 급하게 적응해나가며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입시준비로 바쁜 자녀를 대신해 학부모가 에듀팟에 입력해주는 사례도 종종 있다.  


교과부, 학교, 학생과 학부모 각각의 측면에서 바라본 창체활동, 겉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속으로는 각기 다른 생각을 하는 동상이몽의 처지에 놓여 있지는 않은가. 창의적 체험활동이 교육과정 속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입시 반영이라는 관료주의적 시각이 아니라 학생들이 진정성을 갖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문제의식을 갖고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선이 리포터 sunnyyee@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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