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상으로 가까워도 학교는 ‘가깝고도 먼 거리’에 있는 존재다. 그만큼 학교 방문이 쉽지는 않다는 말이다. 학부모가 일 년에 학교를 공식 방문할 수 있는 계기는 많아야 서너 번. ‘명목 있는 학교 방문’은 학기 초에 있는 총회를 비롯해서 운동회, 공개 수업이 대표적이다. 특히 공개수업은 아이의 수업태도와 반 분위기를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다.
‘아버지’들의 참여 높아진 공개수업
아이의 공개수업이 있는 날. 교실에 도착 한 후 참석 명단에 나와 아이 이름을 적고, 일종의 ‘관찰지’인 설문지를 들고 보니 교실 안쪽에 서 있는 ‘아버지’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전에도 공개수업에 참여하는 아버지들이 서너 명 정도 있었지만 올해처럼 10여명의 아빠가 교실에 포진(?)하고 있지는 않았다. 문제는 복도에 있는 ‘엄마’ 부모님들. 아는 사람이 오면 아는 체를 하며 소곤거리는데 수업에 지장이 있을 정도였다.
작은 아이의 공개수업 주제는 사회 과목의 ‘재미있는 방언’. 외울 것 많고, 어려워진 4학년 사회 과목은 아이들이 힘들어 하는 과목 중 하나.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알고 ‘방언’을 수업 주제로 잡은 선생님의 센스가 돋보인다. 모둠별로 지역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는 방언을 발표하자 부모들은 “까르르” 웃기도 했다. 집에서 열심히 대사를 외워 ‘전라도 방언을 하는 토끼’역을 한 아들은 엄마가 있어서인지 긴장한 것이 뚜렷하다.
4학년 교실에서 20여분을 참관한 후 큰애가 있는 6학년 교실로 전력질주 했다. 6학년 수업 주제는 외래어, 외국어, 한자어, 고유어 구분하기. 4학년 교실보다 학부모의 수업 참관율이 30% 정도 적어 비교적 차분한 참관 모습이었다.
수업참관기는 아이의 수업 준비자세, 참여태도, 듣는 태도, 집중력, 발표력 등의 문항이 있었다. 아이에 대한 소감과 학교(학급)에 바라는 점도 써야 했다. 수업에 참관한 학부모들은 대부분 ‘평소에도 이렇게 집중력 있게 수업하면 걱정 없겠다’ ‘아이가 생각보다 발표를 잘 해 안심이다’고 적었다. 리포터도 발표 잘하고 열심히 수업에 임하던 아이 모습을 기억하며 칭찬의 글을 썼다. 하지만 공개수업이 좋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공개수업에 만난 한 학부모는 “아이가 다른 애들보다 무척 산만 해 보였다. 또래들과 어울려 있으니 평소 걱정하던 문제가 더 커 보였다. 선생님이 공평하게 발표를 시키긴 했지만 아이도 자신 있게 발표하지 못해 마음이 복잡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교사 입장에선 준비가 힘들지만 얻는 것도 많아
공개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들은 학부모에게 보여주는 수업이다 보니 아무래도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 공개수업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부담’ 된다고 했다. 공개수업을 끝낸 한 교사는 “공개수업은 시각성이 중요하다. 학부모들도 시각자료 여부에 따라 ‘교사의 준비성’을 평가 한다. 그러다보니 자료를 준비하고 만들어야 하는데, 다른 수업 준비와 행정업무 등으로 그게 만만치 않기 때문에 공개수업에 치중하다 보면 중요한 ‘다른 걸’ 놓칠 수도 있다”고 했다.
학교에서도 교사들의 이런 고충을 알기에 ‘평상시 수업처럼’ 공개수업을 하라고 지침을 내린다고 한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교사를 어려워하듯, 교사도 학부모가 편하지만은 않기 때문에 신경을 안 쓸 수 없다. 게다가 학부모는 연말에 진행되는 ‘교원평가’의 주체가 아닌가!
교사는 동료 교사, 외부 인사, 학부모를 대상으로 일 년에 평균 3회 정도 공개수업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도 많다고 한다. 한 교사는 “공개수업은 수업하는 한 시간이 아니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요구한다. 때로는 교구를 만들고 준비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것이 떠오르는데 메모 하면서 ‘이렇게 하면 아이들이 재미있게 수업을 하겠구나’ 하며 아이디어를 모은다고 했다.
학부모들이 낸 질문지도 사용 방법에 따라 다양한 자료가 된다. 안산에 있는 초등학교 A교사의 설명이다. “학부모들은 자기 아이를 교사에게 어필하고자 아이의 성격, 학교생활에 대한 것 등을 꼼꼼히 적기 때문에 상담에 사용하면 효율적이다. 학교에서도 질문지 응답을 분석해 학부모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 한다. 공개수업은 힘들고 어렵지만 하고 나면 보람 있고, 아이들과의 소통도 더 잘되는 장점이 있다”
남양숙 리포터 rightnam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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