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들- 차도영 원장

증권맨→영어강사→진짜 교육자,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서부세종학원 차도영 원장

지역내일 2011-06-03 (수정 2011-06-03 오후 8:56:55)

우연히 본 신문기사는 18세 소년에게 아메리칸 드림을 심어놓았다. 파생금융상품이 무엇이길래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영국의 ‘베어링스은행’을 파산하게 만들었을까. 처음으로 ‘외국에 나가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년 차도영은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누구처럼 당시 유행이던 유학 붐에 편승한 것이 아니라 분명한 ‘꿈’을 안고 말이다. 뉴욕주립대 경제학 전공, 뉴욕주립대학원 MBA 파이낸스 전공, 꿈을 이룬 소년의 현재는 서부세종학원(권선구 구운동 소재)원장, 차도영이다. 
 


‘첫...’, ‘처음...’, 시작과의 깊은 인연에 대해서….
그의 이력을 보면 누구라도 왜 증권가에서 교육시장으로 뛰어들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처음’이란 단어와의 인연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98년 우리나라에 한국선물거래소가 처음 생겼을 때 초창기 멤버로 활동했었어요. 이렇다 할 전산시스템도 없었고, 스웨덴에서 들여온 프로그램을 다루려니 영어가 절박했던 때였죠.” 영어에 능통한데다가 미국과 한국에서 선물거래 경험이 있던 차도영 원장은 한국선물거래소가 가장 필요로 하는 인재였다. “대학원 진학 준비에 필요한 경력을 쌓으려고 부국증권에 취직했었는데, 희한하게 그때 제가 신청했던 국제부 대신 선물옵션부로 발령이 난 거예요. 거기에서 당시 ‘주가지수선물 모의거래’라는 걸 처음 경험해봤던 거죠.” 하지만 부산선물거래소 생활은 그 지역에 아무 연고도 없던 그에겐 답답하기만 했다. 1년여를 지내다가 그는 현대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국제영업팀에 근무하면서 외국인 기관들을 위한 영어버전 사이버 거래 프로그램을 처음 만들었고, 이 프로그램으로 해외에 있는 은행과 투자자문사에 설명하고 유치하는 임무도 맡았다. 모든 것의 시작인 ‘처음’이란 작업이 자신을 통해 점차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는 사실은 참 매력적인 일이 아닌가.       
“그런 참에 어머님으로부터 영통 세종학원 내 어학원을 한번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죠. 가업을 이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종합학원인 세종학원이 만든 첫 영어전문어학원이라는 데 끌렸죠.” 잘 나가던 유능한 현대증권맨이 그 좋은 직장을 왜 때려치우느냐며 주변의 만류도 많았다. 하지만 그는 그 길로 서울의 한 어학원에 평사원으로 취직했다. 6개월 간 어학원 경영을 보고 배웠다. 세종잉글리쉬어학원 강사로서 학생들과 함께하는 하루하루, 예서 느껴지는 재미와 보람은 그에게 교육의 ‘가치’라는 걸 알게 해줬다. 이게 현재 서부세종학원 차도영 원장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이유다.
 
무조건적인 영어사랑과 자신감, 내 삶을 가꾼 가장 중요한 무기
작은 체구의 외모와 달리 차도영 원장의 내면을 꽉 채우고도 넘치는 자신감과 열정은 청중을 압도한다. 자신감, 아마도 이 단어는 ‘처음’과도 일맥상통한 면이 있지 않을까.
“아, 그런가요? 하긴 제가 몸집이 작았어도, 학교 다니면서 그런 걸로 절대 기죽지 않았어요. 공부 잘하는 친구들, 공부에 관심 없는 친구들 할 것 없이 누구하고나 다 친하게 지내는 사교적인 성격이었죠.” 워낙 말을 잘하는 아이였었던 데다가 목소리도 크다 보니 부모님이 웅변을 시켰다. 각종 웅변대회에서 트로피를 석권하고, 학급?전교회장을 도맡으면서 그에게 자신감은 무기가 됐다. 더구나 한글보다 영어로 얘기하는 게 더 편하고 재미있었다고 할 만큼 어릴 때부터 워낙 영어가 좋았다는 그에게 영어로 말하기란 ‘물 만난 고기’같은, 생동감 그 자체였다. 이런 자신감은 추진력에 힘도 보탰다. 유신고 졸업 후 유학 준비를 위해 오전 영어회화학원→오후 대학도서관 공부→저녁 서울의 토플학원으로 이어지는 하루 10시간의 영어 공부는 누가 시켜서랄 것도 없이 차 원장 스스로가 세운 계획이었다.
“지금도 저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제 경험에 비추어 자신감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그 자신감이 자신의 인생을 얼마나 아름답고 멋있게 만들어나가는지 말이죠.”     


‘현지실용영어+문법’으로 세습이 아닌, 실력으로 인정받다
차도영 원장의 부모님은 30년 동안 세종학원 본원을 이끌어온 차성윤 이사와 문화예술계에서는 역사가 깊은 성정문화재단 김정자 이사. 일반적인 편견에서 바라본다면 서부세종학원 원장의 자리는 사실 ‘세습’이란 시각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가진 영어의 화수분을 경험한 사람들이라면 그게 ‘실력’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미국에서 대학원 친구들과 수많은 토론 준비를 하면서 우리나라의 사투리 같은 그들의 실용 언어를 정말 제대로 배울 수 있었죠. 게다가 2001년부터 세종학원에서 가르치며 얻은 문법과 내신의 노하우까지 더해져 저만의 장점이 만들어진 거죠.” 그런 이유 때문에 그의 영어는 역동적이고 또 재미있다. 살아있는 영어수업을 맛본 아이들은 그를 ‘엄하면서도 재밌는 선생님’으로 부른다. 세종학원에서만 만날 수 있는 그가 만든 문법책과 스토리북이 왜 그렇게 흥미진진한지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런데 가만 보니, 차도영 원장의 방에 갖춰진 마이크 시스템이 궁금하다. “시험 때면 지치고 나른해지기 쉬운 학생들에게 격려 멘트를 들려주기도 하고, 차량예절을 위해 지켜야 할 사항들을 전해주기도 하죠.” 문법책?스토리북 집필에, 영어강사에, 안내방송하는 원장까지, 그는 저자, 강사, 때론 상담자로서의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한다. 그렇게 화려한 이력 뒤에 감춰진 그의 소탈함은 그가 추구하는 진짜교육, 참교육의 모습과도 닮았다.
‘사진찍자’는 리포터의 얘기에 차 원장이 아이처럼 묻는다. “안경 벗을까요? 안경을 쓰면 날카로워 보인다고 해서… 친근한 느낌이 들어야 좋은 거잖아요. 사람이든, 교육이든 말예요.”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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