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놀이터가 사라진다 - 놀이터 양극화시대 오나

어린이 놀이터 2만여곳 폐쇄 위기

지역내일 2011-05-30

아파트단지 놀이터 개 보수비만 평균 1억원 … 관련법 개정 서명운동 확산
서울시 중랑구 상봉동 태영아파트. 태영 아파트 놀이터 3곳은 최근 설치검사에서 모두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이렇다 할 안전사고가 없고 놀이시설도 사용할 만했지만 기준과 규격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최근 받은 견적서는 9000여만원. 내년 1월까지 시설을 새로 바꾸지 않으면 놀이터를 폐쇄하거나 입주자 대표나 관리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한다.
정병달 태영아파트 입주자대표는 “지금껏 안전사고 한번 없이 고쳐가면서 잘 사용해왔다”며 “무엇 때문에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 놀이터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중랑구 아파트 지원 조례에 따라 지원을 신청할 예정이다. 하지만 지난해 17억원이었던 지원예산은 올해 재정난으로 5억원으로 대폭 줄어 얼마나 지원이 나올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중랑구 아파트연합회는 4월 안전관리법 개정을 요구하는 주민 1만7988명의 서명을 받았다.
강경노 중랑구 아파트연합회장은 “법대로라면 2007년에 만들어진 멀쩡한 놀이터도 규격에 맞지 않으면 모두 철거하고 새로 지어야 한다”며 “돈이 많지 않은 아파트는 처벌받지 않으려면 놀이터를 폐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일부 아파트에선 아예 놀이터를 주차장으로 전환하자는 주장까지 나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 회장은 “더 큰 문제는 설치검사를 실시하는 안전검사기관이 2개소에 불과하다는 것”이라며 “결국 40여명의 인력이 전국 3만여개 이상의 놀이터를 검사해야 하는데 그게 8개월만에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내년 1월까지 설치검사를 받아야 하는 놀이터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5만5860곳이다. 이 가운데 36%인 2만123곳만 검사를 마쳤다. 행안부 관계자는 “4월 말까지 대략 39%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4개월 동안 불과 2000여곳만 검사를 받은 셈이다. 이 속도라면 빨라도 2만여개의 놀이터는 내년 1월 이후 폐쇄될 가능성이 크다.
 
◆전체 공사비 합치면 수조원대 =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은 지난 2008년 1월 26일 제정됐다. 어린이 안전이라는 명분 때문에 입법 자체엔 반대가 없었지만 현실성 등을 놓고 법 제정당시부터 논란은 컸다.
 우선 문제가 되는 것은 막대한 비용이다. 중랑구처럼 지자체 조례에 따라 지원하는 경우는 나은 편이다. 아예 지원조차 없는 지자체가 여전히 많다. 전체 공사비를 합치면 수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도 나온다.
과도한 처벌조항도 문제가 되고 있다. 임의시설을 고치지 않았다고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것은 너무 과하다는 주장이다.
더구나 안전관리법에 따르면 처벌 대상도 아파트의 경우 소유주인 입주자들이 대상인지 관리사무소장인지도 불명확하다. 안전관리법 29조에 따르면 ‘설치검사 또는 정기시설검사를 받지 아니하였거나 설치검사 또는 정기시설검사에 불합격한 어린이놀이시설을 이용하도록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했을 뿐이다.
주민들의 반대가 본격화되자 국회와 정부도 대책마련에 나섰다. 최재성 민주당 의원등이 최근 일부 개정안을 제출했고 한나라당에서도 김용태 의원 등이 개정안을 마련 중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미 개·보수한 놀이터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다양한 해결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경노 중랑구 아파트연합회장은 “궁극적으로 어린이 놀이터는 무상보육 차원에서 국가가 책임진다는 원칙아래 접근해야 한다”며 “6월 전국적으로 서명운동을 시작해 9월에는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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