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격투기 팀 ‘일산 팀맥스’

지역내일 2011-04-30

인생아 덤벼라

 훅, 땀 냄새가 장난 아니다. 늦은 저녁 찾아간 장항동 팀맥스 체육관은 종합격투기에 푹 빠진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들의 눈빛은 무술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차 있다.
 “현대 사회 남자들은 나약해요. 다리 가냘픈 꽃미남이 트렌드잖아요. 화장도 해요. 하지만 범죄는 더 잔인하고 악랄해요. 왜 그럴까요?”
 겉으로는 부드럽지만 속으로는 온갖 편법이 판치는 각박한 세상이다. 팀맥스 육진수 감독은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사람들은 ‘단순한’ 종합 격투기에 열광한다고 말한다. 왜일까.
육진수 감독은 “편법 없이 몸으로 정정당당 겨루고 어릴 때의 추억도 떠오르게 하는 순수한 스포츠”이기 때문이란다.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 남성성을 잃어버린 남자들을 위로하는 스포츠, 그것이 바로 종합 격투기다.

성인을 위한 멋진 스포츠, 격투기
일산 팀맥스는 일산에 연고를 둔 팀이다. 강팀인데다 이름 앞에 ‘일산’이 붙으니, 알게 모르게 우리 지역의 위상을 올리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육 감독은 일산 팀맥스를 “성인들이 멋있게 운동할 수 있는 클럽”이라고 소개한다. 종합 체육관이고 회원을 받지만 일정 기간 운동했다고 인정해주는 형식적인 운영은 하지 않는다. 일반인이 취미로 한다고 설렁설렁 줄넘기 몇 번 넘다 보내지도 않는다. 주짓수, 무에타이 처럼 아무다 흉내 낼 수도 가르칠 수도 없는 운동을 제대로 가르치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서는 껍데기는 필요 없다. 오로지 몸, 실력으로 말할 뿐이다.
육 감독은 체육관이 아닌 ‘팀’이라는 생각하며 운영한다. 프로와 아마추어가 어우러져 동아리처럼 꾸려가고 있다. 취미로 시작했다 프로가 된 사람이 적지 않다.
지난 해 여름 프로로 전향한 송민종 선수도 그런 경우다. 그는 고등학생 때 학교에서 맞고 ‘열 받아서’ 운동을 시작했단다. 하다 보니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몸이 강해지고 튼튼해지는 느낌이 좋았다. 운동을 시작한 지는 4년, 내성적인 성격도 외향적으로 바뀌었다. 지금은 운동을 안 하면 불안할 만큼 프로의식이 싹트고 있다. 그는 “열심히 해보고, 질 때 지더라도 확실히 도전하고 후회를 남기지 마라”는 육 감독의 말을 가슴에 새기고 있었다. 작은 체구지만 눈빛은 예사롭지 않다. 

맨 몸 실력으로 승부한다
 언뜻 조지 클루니를 닮은 흰 머리의 중년 남성이 눈에 띈다. 박찬용 회원이다. 그는 폭력에 관한 작업으로 작품을 만드는 조각가다. 그는 피플이라는 싸움개도 오래 기를 만큼 폭력이라는 주제에 마음을 담고 있다. “현대인들이 폭력과 거리가 먼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사람만큼 폭력적인 존재가 없어요.”
 그는 “예쁜 세상을 한 꺼풀 벗겨 보면 학벌, 부모의 재력에 따라 반칙이 난무한다”고 말한다. 종합 격투기에는 잔머리나 반칙은 통하지 않는다면서 “실력으로 승부하는 깨끗함이 매력적인 운동”이라고 칭찬한다.
회원 가운데는 여자들도 있다. 근육질 남자들이 팬츠만 입고 땀 뻘뻘 흘리는 체육관에 어느 여자가 올까 싶지만 웬걸, 네 명이나 된단다. 운동을 시작한 지 열흘째라는 박서연 씨는 전부터 종합 격투기에 관심이 많았다. 협동심과 배려심 많은 팀 분위기가 좋아, 어렵지만 열심히 배우고 있단다. 그는 얼마 안 됐지만 생활에 탄력과 생동감이 생긴다며 웃었다. 팀맥스 회비는 1달에 10만원 꼴이지만 여성은 보급 차원에서 반절만 받는다.

운동하러 왔다가 용기 얻어간다
 팀맥스는 한번에 1시간 30분씩 운동한다. 프로 선수들은 오후 4시 30분, 일반인은 6시 30분부터 두 시간 간격이다. 일반인 시간에는 프로들이 함께 한다. 실전 선수들이 하는 프로그램으로 진행한다. 운동량도 만만치 않다. 박찬용 회원은 3달에 6킬로그램을 감량했다고 귀띔했다.
팀맥스에는 운동을 인생의 전환점 삼는 사람들이 많다. 거기에는 종합 격투기라는 운동의 특성이 한 몫 하지 않았나 싶다. 이 운동은 복싱에서 주먹을, 레슬링에서 넘어뜨리기를 가져오고 킥은 무에타이, 넘어져서 하는 자세는 주짓수에서 가져왔다. 다른 무술의 장점을 받아들인 스포츠가 바로 종합 격투기다. 다른 이의 장점을 인정하는 것이 진짜 용기를 낳는다. 팀맥스에는 마음까지 열린 쾌남들로 가득하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Mini Intetview - 일산 팀맥스 육진수 감독
 육감독은 일본 CMA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이자 컴벨 레슬링 국내 3관왕, 브라질리안 주짓수 브라운 벨트의 실력자다. 종합 격투기라고 하면 사람들은 효도르, 추성웅을 떠올리지만 육감독은 우리나라 종합 격투기의 1세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평범한 사회 생활을 하다 우연히 위성방송으로 본 종합 격투기에 마음을 빼앗겼다. 한때 꽃미남이던 청년이 파이터로 변신한 순간이다. 
 운동을 하며 인간극장, 영화 ‘챔피언과 마빡이’에도 출연하는 등 유명세를 탔다.  “합법적인 울타리 안에서 멋있는 남자를 찾고 싶은 사람들이 찾아 와요. 돈에 찌들었던 어깨를 펴고 시합 때 같이 응원하면서 정주고 받는, 알고 보면 외로운 사람들이에요.” 그는 앞으로 여건이 허락한다면 청소년 선도에서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한다. 
 “시민과 같이 하는 지역사회의 멋진 보안관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입니다. 경찰의 빈곳을 채워주는 무사로 활동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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