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가 다양해지면서 어느 하나만 잘해서 대입에 성공하는 측면은 점점 줄고 있다.
이에 고등학생을 둔 부모라면 내신, 수능, 비교과, 대학별 고사를 어떻게 배분할지 고민스러울 터.
종전처럼 내신이 강점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학교생활기록부 중심 전형에 도전했다가는
비교과가 의미 있게 반영된다든지 강화된 수능 등급 조건에 낭패 보기 일쑤다.
전형 요소별로 올인 했을 때 실패한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합리적인 배분은 어떻게 해야 할지 입시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봤다.
“서울대 지역 균형 선발(이하 지균) 전형을 생각하며 최상위권을 유지하도록 내신만 강조했는데, 올해부터는 특기자 전형에 준하는 스펙들이 필요하다니 걱정이죠.” 우수한 내신 성적만 믿고 고3 아들의 대입 가능성을 기대하던 이정혜(47·서울 마포구 연남동)씨는 올해 서울대 지균에서는 교과 성적만으로 합격이 힘들 거라는 주변 얘기에 내신에 집중하느라 다른 전형 요소를 소홀히 한 점이 후회된다고 털어놓았다. 서울대 지균은 작년까지는 단계별 전형이어서 교과 성적이 90퍼센트 이상 당락에 영향을 주었지만, 올해부터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바뀌면서 내신에 해당하는 교과 성적은 물론 비교과와 면접까지 철저히 준비해야 하기 때문.
이투스청솔 교육평가연구소 오종운 이사는 “최근 수시 모집이 확대되면서 교과나 수능 이외 여러 가지 다른 요소를 반영해 학생들을 선발하는 전형이 늘다보니 한 가지만 잘해서 합격할 수 있는 비율은 줄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학생들이 각자의 장점에 따라 한 가지 전형 요소에 올인 했을 때 전형 인원이나 전형 요소를 살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형 요소별 오해 바로잡기
case 1 ‘학교생활기록부100퍼센트 전형’ 믿고 내신에 올인
서울 세종고 김유동 교사는 “이 전형에 올인 할 경우 경쟁률이 매우 높아 실패의 요인이 많다”고 전했다. 내신이 좋고 수능 성적이 낮은 학생들이 많이 지원하는 전형으로 서울에 있는 중위권 대학 커트라인이 내신 1.67등급일 정도니, 웬만한 내신으로는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 또 학교생활기록부 중심 전형인데 비교과가 높은 것은 ‘입학사정관 전형’이므로 유의해야 한다. 성균관대나 한양대의 학업 우수자 전형 등이 대표적 사례. ‘수능 우선 학교생활기록부’전형처럼 수능 등급 조건을 강화해 수능과 학교생활기록부가 결합되어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도 있다. 통상적으로 수능 최저 학력 기준 적용이 2개 영역 2등급이라면, ‘수능 우선 학교생활기록부 전형’은 서울 주요 대학의 경우 1등급이 최소한 2개 영역 이상 되어야 한다. 연대, 고대, 중앙대, 건대 등에서 실시하고 있다.
학교생활기록부100퍼센트 전형은 논술을 함께 준비하면 유리하다. 논술 30, 내신 70의 비율로 된 전형이 더 효과적. 일반적으로 입학사정관 전형이라는 타이틀이 붙으면 비교과가 수시 일반 전형과 달리 의미 있게 반영된다. 학교생활기록부전형이라도 최종 단계에 가서는 면접을 묶어서 보는 대학도 있어 종전의 교과만 반영되는 학교생활기록부 100퍼센트 전형과는 양상이 바뀌었음을 잊지 말도록. 수시에서도 최저 학력 기준 적용이나 수능 우선 학교생활기록부전형을 통해 수능의 중요성을 적절하게 두고 있으므로 수능 대비도 해야 한다.
case 2 정시 바라보며 수능에 집중
오종운 이사는 “수능에 집중하는 것은 다른 전형요소에 비해 위험 부담이 적다”고 설명했다. 아직은 정시 모집 인원이 40퍼센트 전후고, 수시에서 수능 최저 학력 기준과 우선 선발 조건에 수능 등급이 적용되기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측면이 있다는 얘기. 그러나 수능 자체가 시험 당일 분위기에 따라 자기 기대만큼 못 볼 수 있기에 정시만을 바라보며 올인 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김유동 교사는 “언어 영역에서 1등급이던 아이가 4등급이 나오기도 하고, 완벽주의 성격인 아이들은 시간이 모자라 시험을 못 보기도 할 만큼 시험 당일 컨디션에 좌우된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기회를 미리 차단할 필요는 없다. 수능 성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은 경우 대학별 고사나 학교생활기록부 성적으로 만회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현실적으로 내신이나 비교과가 준비되지 않아 수능에 올인 할 수밖에 없을 때는 ‘가산점’을 노리는 것도 방법. 언어, 수리, 외국어 중 적어도 하나는 최상위권 점수를 받을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3, 3, 3등급보다는 1, 4, 3등급이 낫다는 의미로 세 과목이 중간정도 되면 오히려 불리하다. 문과는 언어와 외국어 중 한 영역을, 이과는 수리 영역을 뛰어나게 잘하는 것이 같은 점수로 남들보다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비결.
case 3 비교과 챙겨 입학사정관 전형에 도전
대전 대성고등학교 김동춘 교사는 “입시가 계속 변하기 때문에 대학 입시 요강을 바탕으로 입학사정관 전형의 방향성을 빨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그 전의 사례에서 성공한 경험을 자꾸 모방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것. 종전에는 대외 상 받은 스펙 좋은 아이들이 합격한 것이 사실이나, 입학사정관 전형이 변하면서 최근에는 대외 상을 기재하지 못하는 등 여건이나 봉사 활동의 의미가 달라졌다. 이런 변화를 읽지 못해 대외 상 중심으로 활동한 학생은 스펙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도 못 하고, 대학에서도 반영이 안 돼 피해를 보기도 했다. 순수하게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선발하는 대학의 모집 정원은 적은 반면, 비교과가 우수한 학생들은 전국 단위로 보면 많다. 따라서 비교과만 챙기면 자칫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어 올인 했을 경우 가장 위험한 케이스가 될 수 있다.
비교과로 내신의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있는 등급은 대략 0.5등급이다. 따라서 아무리 비교과가 좋아도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비교과 하나로 성공하긴 힘든 현실. 경쟁률이 치열한 만큼 대학에서는 비교과도 우수하지만 교과 성적도 뛰어난 학생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case 4 대학별 고사로 대학 가기
대학별고사는 수준별로 보면 상위권 수험생은 논술 중심, 중위권은 적성검사 중심으로 나타난다. 오종운 이사는 “논술 중심 전형이 40~50대 1이 될 정도로 경쟁률이 높은데다, 채점 방법도 주관적 요소가 많아 예측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따라서 논술이 수시전형의 당락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요소지만, 일정한 기대치만 갖고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적성검사 전형도 경쟁률이 보통 100대 1 정도로 높기에 합격할 확률이 적어 올인 해선 안 되는 요소 중 하나. 김유동 교사는 “심층적으로 평가하는데도 학생들이 수능과 달리 퀴즈 식으로 생각해 ‘책 몇 권 정도 읽으면 된다’고 여기다가 실패한다”고 전했다.
논술 중심은 기본적으로 학교생활기록부성적이 되어야 한다. 전형에 따라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이 있고, 우선 선발 전형 시에는 수능 상위 등급에 대하여 별도의 전형을 실시하므로 수능 시험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합격 가능성이 높아진다. 적성검사가 순발력 있는 두뇌 회전 보다는 학습의 기본을 체크하는 경향도 나타나 한성대, 경원대 등이 낮은 수준의 언어 시험, 수리 시험 등을 도입하기도 했다. 따라서 언어, 수리, 외국어 3~4등급 학생들은 지원 대학별로 최근의 출제 경향을 살펴 대비할 필요가 있다.
학년 오를수록 잘되는 부분 강화
이렇듯 전형 방식의 변화가 많은 가운데 내신, 수능, 비교과, 대학별 고사의 비중을 어떻게 배분하고 준비해야 할까. 김동춘 교사는 “처음부터 선택의 폭을 좁혀 준비하면 나중에는 방향이 많이 틀어져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지적이다. 1학년은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최대치로 하고, 2학년 때는 잘되는 부분을 강조해서 채우고, 3학년 때는 잘되는 부분을 강화하는 쪽으로 마무리 지어야 옳다는 것.
김유동 교사는 “수시 모집의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맞출 수 있도록 대비”하라고 강조했다. 수능 최저 등급인 2등급 2개, 3등급 2개 영역을 일정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내신이 조금 들어가도 논술 준비도 할 수 있고, 수시에 실패하더라도 그 등급 갖고 정시에 수능으로 갈 수 있다는 게 김유동 교사가 내놓은 배분법. 수시나 정시 모두 수능 성적이 일정 정도 되어야 합격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형 방식의 변화를 잘 살펴 실제 무엇이 반영되는지 세부적으로 꼼꼼하게 체크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논술 중심 전형은 내신과 수능을 어느 정도까지 끌어올려야 하는지, 학교생활기록부전형은 비교과가 형식적인지, 종합적 활동이 반영되는지 체크하고 서류 심사의 범주는 어디까지인지 등을 살펴본다.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한 개 전형을 놓고 지원 자격이나 전형 요소 등을 집중적으로 분석해보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홍혜경 리포터 hkhong11@naver.com
도움말 김동춘 교사(대전 대성고등학교)
·김유동 교사(서울 세종고등학교)
·오종운 이사(이투스청솔 교육평가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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