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로 학생들이 수학교재 만들어
우리들의 수학 상상은 무한대, 수학에 대한 열정으로 날아 오르다
한해 동안 수만권의 수학 교재가 세상에 등장하지만 이렇게 따뜻한 조언을 해주는 문제집은 없을 것이다. 지난해 10월 파주 교하고등학교(홍태식 교장) 수학동아리 학생들은 ‘우리들의 수학 상상(이하 우수상)’이라는 수학교재를 세상에 선보였다. 이는 학생들이 만든 최초의 수학책이라고 한다. ‘집합과 명제’ ‘수와식’ ‘방정식과 부등식’ 등의 단원이 담겨 있으며, 매 단원 끝에는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수학적 조언이 담겨 있었다. 꼬박 2년이란 시간을 매달려 수학교재를 세상에 선보인 교하고등학교 수학동아리 학생들을 만나 보았다.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 집합이란 단원은 수학적으로 갖는 의미가 커. 앞으로 배울 거의 모든 것들에 집합의 개념이 이용되거든. 예를 들면 앞으로 배울 직선, 원 같은 것들도 집합을 통해 나타낼 수 있거든. 연산법칙도 중요해. 문제에 응용되는 경우도 많거든. 앞으로도 이것저것 배울 테지만 집합은 수학의 기초가 되니까 기초를 탄탄히 다지자고.
♡ 생소한 단어였지만 알고보니 쉬웠던 복소수처럼 다른 곳에서도 모르는 것을 만났다고 기죽지 말고 차근차근 알아가길 바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도전이 성공이 될 때의 기쁨을 생각하며 앞으로도 도전하는 사람이 되자!
Q> ‘우리들의 수학 상상(이하 우수상)’은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요?
홍태식 교장 : 수학동아리 학생들과 지금은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신 박군웅 교사의 노력으로 만들게 됐습니다. 주로 1학년 학생들이 중심이 돼 3개의 영역으로 나눠, 조별로 책임을 지고 개념과 문제를 정리했습니다. 2학년 학생들은 그 문항들을 일일이 점검하며 검수하는 책임을 맡았습니다. 우수상은 헌신적인 교사와 학생들의 열정으로 만든 아름다운 도전의 결실입니다.
Q> 교하고 수학동아리에 대해 소개를 해주신다면
좌재송 교사(수학동아리 담당) : 수학을 좋아하고 수학적 재능을 가진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수학동아리는 학교교육 안에서 수학적 재능을 가진 학생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고자 출발했습니다. 1학년 15명과 2학년 22명의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모두 교내 수학 우수자들로 일정한 선발 기준을 통과한 학생들입니다. 수업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교과과정과 심화과정을 병행하며, 내신성적과 수능준비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수업을 진행합니다. 수학우수자들이 사교육없이 마음껏 수학적 역량을 키워갈 수 있도록 돕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학생들은 수학동아리에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요
좌재송 교사 : 일주일에 2번, 매 80분씩 수업을 진행합니다. 수업시간에는 모의고사 기출문제나 심화문제를 풀어보고, 창의적인 문제해결력을 기르는 수업을 진행합니다. 입학사정관제 전형 대비를 위해 매주 수학 관련 독서를 함께 읽고 독후활동과 발표, 토론을 합니다. 방학 때는 대학 캠퍼스를 방문해 수학과 교수님을 만나보고 수학에 대한 강의를 들어보는 수학캠프를 진행합니다. 이는 학생들이 가장 기다리는 시간으로 수학에 대한 열정과 자신의 미래를 접목해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입니다. 올해는 생활 속에서 수학이 활용되는 곳을 찾아가 보는 기회를 마련, 공군전투비행단을 견학할 예정입니다.
***교하고 수학동아리 학생 인터뷰
■ 2학년 김희연 학생
“수학선생님의 꿈을 갖게 됐어요”
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때론 30분이 걸리기도 하고 1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몰입을 하고나서 답을 구했을 때, 그 짜릿함이 바로 수학이 주는 큰 즐거움이다.
평소 말주변이 없는 탓에 수학동아리를 시작했을 때 발표 수업이 가장 난제였다. 하지만 1년간 꾸준히 활동하다보니 수학 실력 못지 않게 발표력도 향상됐다.
덕분에 수학교육과에 진학해 수학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 우수상 교재를 만들 때 유리수와 무리수 파트를 맡았었다.
문제를 만들고 심화과정까지 도전하면서 이 부분만큼은 완벽히 마스터할 수 있었다. 교재를 만드는 과정은 만만치 않았지만 결국 우리가 해냈다는 사실이 만족스럽다.
■ 2학년 변상준 학생
“수학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수학동아리 활동에서 좋은 점은 친구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내가 완벽히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학동아리 수업은 선생님께서 문제를 주시면 조원들이 함께 토론하며 문제를 풀어보고, 이를 앞에 나가 다른 친구들에게 설명하는 방식이다. 친구들에게 설명을 하기 위해선 내가 먼저 문제를 완벽히 이해해야 한다. 이와 같은 수업방식은 수학성적 향상에 도움을 주었고, 수학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우수상 책을 만들며 고등학생의 입장에서, 같은 학생들과 공감할 수 있는 교재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개념을 쉽게 전달하고, 개념의 이해를 돕는 문제를 직접 만들었다.
문제를 직접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지만 내 이름이 담긴 수학교재를 세상에 선보였다는 것은 수학동아리가 내게 준 큰 행운이다.
■ 2학년 서한별 학생
“수학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어요”
수학동아리에서는 수학문제를 스스로도 풀어보고, 친구들과 함께도 풀어보고, 앞에 나가서 풀어보기도 한다.
혼자서 문제를 풀 때는 깊이 생각하게 되고, 친구들과 함께 풀 때는 나만의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도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앞에 나가서 문제를 풀 때는 수학에 대한 자신감을 키울 수 있어 좋다.
평소에도 수학을 좋아했지만 수학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사고력과 수학적 능력을 키우는데 가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문제를 풀 때 여러가지 방식을 시도해볼 수 있지만 답은 하나로 딱 떨어지는 수학, 수학동아리 덕분에 그 수학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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