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我저씨 - 매직로즈영농조합법인 대표 임주완

지역내일 2011-05-30

마술장미, 위기를 희망으로 바꾸다!!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얻기 위한 프로포즈에 빠질 수 없는 꽃, 장미는 여심을 흔드는 마법의 꽃이다. 그런데 그 장미가 카멜레온처럼 색깔이 변하는 마술을 부린다면, 아무리 목석같은 이라도 매직처럼 사랑에 빠지지 않을까.
 흰 장미가 온도에 따라 색깔이 변한다? 그런 장미가 있을까 싶지만 당당히 우리 기술로 개발된 ‘마술장미’가 있다. 이 마술장미는 이제 세계 곳곳의 여심뿐 아니라 한 남자의 삶도 매직처럼 변화시켰다. 앞이 안보이던 위기상황에서 2년여의 노력 끝에 지난 2008년 ‘마술장미’를 개발한 매직로즈영농조합법인 임주완 대표. 그는 이제 희망을 꿈꾼다. 마술장미가 네덜란드의 레인보우장미를 넘어서 세계적인 고부가가치 장미로 성장하기를... 

침체된 화훼시장에 2번의 화재까지, 악재를 이기기 위한 돌파구가 필요했다
파주시 조리읍 장미화훼단지에 위치한 ‘늘봄농장’, 1989년 스무 살 무렵부터 이곳에서 장미와 함께 한 지 20여 년. 지금은 1200여 평의 농장에서 연 매출 10억을 올리는 장밋빛 인생이지만 한때는 죽음까지 생각할 정도로 절망스러웠다는 임주완 대표. 어쩌면 지금의 그의 성공은 위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스무 살 새파란 나이에 농사가 좋았겠느냐”는 그의 말대로 처음부터 장미농사가 좋아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전자공학도를 꿈꾸던 청년은 대학을 포기했다. 그러다 파주에서 장미농장을 하던 이모부의 권유로 지금의 화훼단지에서 장미를 길렀다. 장미품종을 가릴 줄도 모르던 그는 모종 후 장미가 필 때까지 6개월 간 단 한 푼도 벌지 못했다. 그러다 6개월 후 한꺼번에 꽃들이 피어났다. 새벽까지 꽃을 꺾고 선별해 출하하고 나니 1000여 만이 생겼다. 힘은 들었지만 제법 돈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는 꽃값도 괜찮았고 웬만한 월급쟁이보다 괜찮겠다 싶었지요” 큰돈은 아니지만 노력한 만큼 대가를 얻을 수 있었던 화훼농사. 재미를 붙일 만하니 시련이 닥쳤다. 1996년 대홍수, 그리고 1998년과 2002년 2번의 화재로 장미농장과 가족이 함께 사는 비닐하우스 7동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처음 화훼농사를 시작하던 때와 변함이 없는 꽃값, 그리고 재배농장이 늘어나면서 침체위기에 빠진 화훼시장, 여기에 거듭된 개인적인 악재로 그야말로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막다른 길에 내몰린 상황, “이래서 사람들이 자살하는구나 생각이 들 정도로” 절망이었지만 홀어머니와 가족들 때문에 목숨을 버릴 수도 없었다고. 

네덜란드의 레인보우장미에서 아이디어 얻어 ‘마술장미’ 개발
 사실 그는 우리나라 최초로 파란 장미를 개발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인건비나 시설운영비는 한 해가 다르게 오르는데 20여 년째 꽃값은 거의 변함이 없는 화훼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늘 새로운 상품개발이 필요해요. 그래서 기존의 한정된 장미의 색깔에서 변화를 찾다 파란장미를 개발했지요.”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삼투압의 원리를 이용해 개발한 파란장미는 개발하자마자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갔지만, 그의 기술을 모방한 타 농장들이 파란장미를 출하하면서 수익도 줄었다. 리스크는 계속 발생하고 부채는 늘어 가는데 뭔가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러다 우연히 TV에서 장미 한 송이에 꽃잎마다 다양한 색깔을 가진 네덜란드의 레인보우장미를 보게 됐고 거기서 마술장미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아이디어는 얻었지만 원리는 알 길이 없었다. “그 날도 원리가 뭘까 고민하다 소주 한 잔 하면서 머리를 짜내고 있는데 온도에 따라 병의 색이 변하는 거예요. 이거다 싶었죠” 그렇게 원리는 알았지만 또 개발까지는 첩첩산중. 다양한 화공약품으로 실험을 거듭하면서 버린 꽃들은 수 톤이 넘고, 개발비만 1억 원이 들었다. 지금은 1200평 늘봄농원에서 생산되는 5~6만주의 장미로 연매출 10억 원에 이르지만 당시는 하루하루 빚 위에 빚을 얹는 깜깜한 터널이었다고 회상하는 임주완 대표. 마술장미가 각종 매체에 소개되면서 7가지 무지개빛과 검은색, 형광색 등 10여 가지의 색상으로 변하는 매력에 이벤트 즐기는 젊은 층들 사이에서 문의가 많다고. 하지만 “우리의 경우 특별한 기념일에만 꽃을 사는 문화다 보니 아직 수요가 그리 많지 않고, 아무래도 꽃 문화가 발달한 외국의 수출 요청이 많다”고 한다.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개발한 국산품종 ‘비스트’로 로얄티 걱정 없어
 마술장미는 현재 세계 최초 특허까지 받아 홍콩과 중국 등지에서 수출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또 거리가 멀어 수출이 어려운 미국에는 우연히 TV를 통해 마술장미의 매력에 흠뻑 빠진 교포와 10년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 해 10월부터는 일본으로 수출해 한 송이에 400엔(한화 약 6000원) 일반 장미보다 6배가 넘는 높은 가격에 수출하고 있다.
 요즘도 공급보다 수요가 딸려서 수출을 못 할 정도로 바이어들이 많이 찾아오지만, 그는 늘 최상품이 아니면 출하하지 않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그렇게 해야 바이어들의 신뢰를 받고 더 많은 수요창출이 있으리란 것이 그의 경영마인드이기 때문이다. “예전엔 비싼 로열티를 지불해야만 하는 외국장미들을 재배했지만 요즘은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개발한 국산품종 비스트가 외국장미 못지않아 수익구조도 그만큼 나아졌다”는 임주완 대표. 그는 아직까지는 동참하는 농가가 많이 없어 수출물량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많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농가들이 마술장미 재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마술장미 재배 기술 등을 전파할 계획이다.
"광선과 온도에 따라 꽃 색깔이 변하는 마술장미 인기는 네덜란드의 레인보우 장미 이상으로 세계 시장에서 잠재력이 폭발적일 것"는 임주완 대표, 하지만 마술장미가 끝이 아니다. 세계 화훼시장을 향한 그의 비상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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