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는 사전적인 의미로 아주머니를 친숙하게 부르는 말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아줌마라는 단어는 억척스럽고 수다스럽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뻔뻔스러움의 대명사처럼 여겨진다. 이런 아줌마에 대한 선입견을 바꿔보고자 똘똘 뭉친 아줌마들이 있다. 그들은 (사)아줌마가 키우는 아줌마연대(이하 아키아연대)에 동참하는 주부들. 이들은 아줌마라는 이름으로 당당하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이를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다양한 활동을 기획하고 참여한다. 이런 활동의 중심에는 바로 평범한 아줌마에서 깨어있는 아줌마가 된 임정숙(가락동/51세) 대표가 있다.
변화 주도하고 실천하는 아줌마부대
아키아연대는 아줌마들이 여성문제를 인식하고 사회변화에 대한 이해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깨닫게 하고자 99년에 여성신문사에서 설립한 여성단체다. 여성운동 대중화를 위해 그동안 소비자 운동을 벌이고 여성마라톤대회, 아줌마축제, 포럼, 여성증권아카데미, 문화유적지답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송파여성인력개발센터의 위탁운영 기관 또한 아키아연대다.
임 대표는 (사)아키아연대의 이사와 운영위원을 거쳐 2009년 8월 대표가 됐고 결코 쉽지 않은 시민단체 대표직을 2년째 수행하고 있다.
“아키아연대의 위상과 활동이 많이 줄어든 상황에서 대표를 맡았지만 우리 단체를 유지하고 그 이상 발전시켜야겠다는 생각으로 대표직을 수락했지요. 계속해서 여성들의 자아실현을 위해 여러 사업들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고 봉사활동도 해요. 요즘은 주부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정부지원 사업에 공모해 지원금을 받아 활발히 추진하고 있죠.”
최근 아키아연대는 녹색생활 실천과 관계된 정부지원 사업에 선정됐고 임 대표는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세부사업을 준비하느라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다. 그는 “사무실 담당 상근 간사 없이 혼자 설명회나 간담회 참석, 사업 준비를 하다 보니 하루가 후딱”이라며 “6월부터 ‘녹색 생활 착한 실천, 우리가 길을 찾다’는 타이틀로 주부들로부터 공모를 받고 우수사례를 선정해 9월에 열릴 아줌마축제에서 전시회를 열 생각”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한창 화두가 되고 있는 녹색실천을 아키아연대에서 매년 마련하는 아줌마축제에 결합해 다양한 부대행사를 마련하려고 하는 것이다.
평범한 주부, 베일 벗고 비상하다
임 대표가 아키아연대를 만난 것은 2000년대 초반으로 아키아연대가 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기다. 도심 여건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았던 분당 지역에 초기 입주하면서 마땅한 소일거리가 없었고 뭔가 생산적인 활동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웹서핑을 하다 아키아연대를 만났다.
“아키아연대라는 이름보다 여성문화유적지 답사 참가자를 모집하는데 가보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장 신청했죠. 집결지에 가보니 나이가 오십 이상씩은 되어 보이는 아줌마들이 버스에 하나 둘씩 앉아있는 거예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첫 대면에서 이분들이 보통 아줌마들하고 다르다, 깨어있는 아줌마들이라는 느낌을 주더군요. 하루 동안 그분들과 동행하면서 아키아연대라는 단체를 알게 됐죠.”
그렇게 한 번 두 번 따라갔던 문화유적답사여행이 아키아연대와의 끈을 이어줬다. 이런 단체에 젊은 사람이 많이 있으면 일하기가 한결 쉽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연스레 아키아연대의 젊은 피가 됐다. 보통의 아줌마들과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여성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는 아키아연대가 멋있었다. 그 속에서 임 대표는 평범한 주부에서 점점 세상을 보는 안목을 키워갔다.
4년가량 활동에 푹 빠져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의 충고가 자신을 뒤돌아보게 했다. “중3이던 아들이 엄마는 왜 쓸데없는 일에 돈쓰고 시간 낭비하러 다니느냐며 자기가 알아봤는데 거기는 이화여대 출신 아줌마들이 모인 곳인데 엄마는 그 학교 출신도 아니면서 왜 그러고 다니느냐고 막 쏟아내는 거예요.”
‘아차’하는 마음이 들었다. 스스로는 ‘의미 있는 일’이라 자부했는데 아들 눈에는 그것이 아니었던 거다. 엄마의 능력을 보여주고 싶어서 당장 궤도를 수정했다.
파란만장 인생 극복은 아줌마의 힘
잠시 아키아연대에서 한 발짝 물러나 공인중개사 공부를 시작했고 곧바로 자격증을 취득해 부동산까지 운영하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실전에 투입되고 보니 좀 더 전문성을 갖춰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1년 만에 부동산 문을 닫았다. 그 후로 동국대 행정대학원 내 부동산 전문가양성과정을 수료했고 이 과정 교육실장으로 영입됐다. 임 대표는 아키아연대 대표가 되기 전까지 이 일에 매진했었다.
“사실 저는 아키아를 만나기 전에 굴곡 많은 인생을 살았어요. 잘 나가는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장의 사모님이었다가 부도로 재산 다 날리고 생계를 위해 구멍가게 아줌마가 돼 3년 넘게 운영했어요. 그러다 우울증이 심하게 와서 병원에도 다녔고 정수기 코디 아줌마, 팀장을 거치면서 꽤 많은 연봉을 받기도 했지요.”
정말 많은 인생을 경험한 듯하다. 임 대표는 “다양한 일들을 했지만 지금은 아키아연대가 하는 일이 멋있고 좋다”면서 “이 일은 여러 사람들을 변화 발전시키는 작업”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자비를 털어가면서 힘겹게 사업을 벌이지만 소소하게나마 여성들을 변화시키고 아줌마들의 존재감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송파여성인력개발센터를 통해 많은 여성들이 자아실현하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개설하고 싶어요. 또한 매월 여성문화유적 답사를 통해 주부들에게 삶의 여유,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가깝게는 송파구에 있는 주부, 많은 여성들이 아키아연대를 통해 행복해질 수 있다면 제 역할을 잘하는 것이겠지요.”
김소정 리포터 bee401@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