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아이들의 중간고사 시험이 끝나면 줄줄이 현장체험길에 오를 것이다. 평상시 남편의 아침밥상 차리기엔 버거워 하는 아내들이지만 자녀들의 아침이나 현장체험 가서 먹을 김밥이나 주먹밥 등을 마련하는데 인색하지 않은 신사임당표 어머니들은 새벽부터 일어나 솜씨를 뽐내느라 분주할 텐데.
정신없이 보낸 아침시간들. 하나둘씩 도시락을 들고 자녀들이 떠난 자리에는 수북이 쌓인 설거지 더미와 어질어진 집안에 한숨이 절로 날 어머니들을 위해. “대한민국의 엄마들이여~ 우리도 소풍가자!”
어딜 가든 봄꽃들의 향연으로 눈이 호사를 누린다. 하지만 어머니들의 소풍은 너무 멀지 않은 곳으로.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와 엄마를 찾기 전에 어디를 갔다 왔는지 쥐도 새도 모르게 해야 한다는 것이 오늘 소풍의 핵심포인트 하나!
전주역에서 진안방향으로 약 20분쯤 달리다 소양 쪽으로 빠져 들어가면 완주 송광사에 다다른다. 전북에 사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알 터지만 남편 일터 보내고 아이들 학교 보내고 한적한 시간에 맘맞는 친구들과 이곳을 찾아본 어머니는 많지 않으리라.
완주 송광사는 순천 조계산의 송광사와 이름이 똑같다. 리포터도 처음엔 순천 송광사와 조금 헷갈려 했지만 순천 송광사는 규모가 크고 고즈넉한 아름다움이 있는 반면 완주 송광사는 세상과 좀 가까이 있는 사찰이 아닌가 쉽다.
신라 경문왕 때 지어진 사찰로 과거에는 일주문과의 거리가 3㎞나 떨어진 거찰이었다고 전해지기는 한다만 실제로 찾아가보면 구두를 신고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경내 거리도 그렇고 해학적인 모양을 하고 있는 굴뚝과 천진동자상, 아이들을 껴안고 있는 금복주처럼 생긴 포대화상, 웃고 있는 장승을 닮은 목불상도 우리 세상 사람들을 닮았다. 금강문 입구에 목불상에 적혀진 “좋은 인연입니다”라는 글귀는 동행한 친구들과 더 돈독한 정을 쌓게 해 준다. 무엇보다 지금 한창인 송광사 진입로에서부터 사찰까지의 40년생 벚꽃나무 터널은 오늘 내가 여기 있음을 더더욱 행복하게 해주는 이유가 된다.
그리고 송광사 경내에서 눈여겨 볼만한 건물이 하나 있다. 바로 범종을 달아놓은 열십자형 종루인데 조선시대 유일의 2층 누각으로 그 가치가 크다고 한다.
건축에 일자무식인 리포터가 보기에도 꽤 독특한 분위기의 자태를 뽐내는 걸로 봐서 예사롭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눈에 호사를 시킨 것이 이것이다라고 생각하지 말라. 조금만 더 위봉사 쪽으로 달리다 보면 왼편으로 오스 갤러리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처음가보는 사람이라면 “어머~”하는 감탄사가 절로 날 것이다. 바다구경, 물 구경 자주 하지 못하는 전주사람들에게는 넓지도 좁지도 않은 아담한호수와 그 호수의 정기를 받고 서있는 듯 한 숲속의 집과 갤러리. 전주와 멀지않은 곳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다.
오스 갤러리는 완주군의 문화복합공간으로 작은 공연과 전시회가 열리는 곳이다.
지금 오스 갤러리에는 세상에 순응하기 보다는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 가는 젊은 작가들의 기획전 ''2011 영 아티스트 프로젝트 프롬 오스 갤러리'' 전시가 4월말까지 열리고 있는 중이다.
집안일, 아이 뒷바라지, 남편바가지, 시금치 냄새나는 시댁일 등 툭툭 털어버리고... 이처럼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 없다.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 나누는 차 한 잔! 단, 이곳의 단점은 우리 어머니들이 쉽게 지갑을 열기에 부담스러운 찻값이다. 여기서 핵심 포인트 둘!
“나를 위해 오늘 하루 2만원은 투자하자.”
아침에 아이들 도시락 싸고 남은 김밥이 있다면 그걸로 예쁘게 도시락을 싸서 친구들과 서로 나누어 먹고 찻집에서 우아하게 차를 한잔 하든지, 미처 점심을 준비하지 못했다면 송광사 부근 소문난 맛집을 찾아 나의 입도 한번 호강을 시켜주자.
송광사 주변에 맛집으로는 장모가 사위 주려 특별히 준비한 듯 한 묵은지 닭볶음탕으로 유명한 송광산장과 정갈하고 대접받는 듯한 느낌이 드는 대통밥 1번지, 특별한 날 먹는 연밥전문점 황금연못이 있다.
마지막으로 오늘의 핵심 포인트 셋! “맘껏 누리자.”
김갑련 리포터 ktwor04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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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더 볼거리
위봉사 : 오스 갤러리에서 나와 동상면 쪽으로 더 달리다 보면 정겨운 시골길들이 펼쳐지고 왼편에 위봉사라는 사찰을 만나게 된다. 위봉사는 전라북도 완주군 소양면에 위치한 대한불교조계종 소속 사찰로서 백제 무왕 때 서암이 창건했다는 설이 있다. 또 다른 창건 설화에 따르면 신라 사람인 최용건이 이곳에서 세 마리 봉황이 노닐고 있어 절을 짓고 위봉사(圍鳳寺)라고 부른 것이 시초라고 한다. 일반에는 비구니 사찰로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개인적으로는 가을에 가면 운치가 있는 곳이다.
다육마을 : 송광사 쪽에서 전주 쪽으로 돌아오는 방향 다리건너 좁은 길 쪽으로 보면 다양한 다육식물들이 사는 집이 있다. 대형이라기보다 아담한 화원.
완주소양 철쭉 홍보관 : 국내 최대의 철쭉 산지인 소양 철쭉의 우수성을 널리 홍보하고, 품종 개발 및 육성 등을 수행함으로써 명품으로 발전시킬 전진기지의 역할을 담당할 홍보관이다. 다양한 철쭉과 진달래가 만발해 눈요기에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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