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숙 씨(60)와 함께 세이브 더 칠드런의 털모자 뜨기 캠페인에 참여한 사람들은 부천문화재단과 부천시여성회관 직원 20명과 일반시민 6명이다. 털모자 뜨기는 지난 달 오전 10시와 오후 6시 하루 두 시간씩 복사골문화센터 517호에서 진행됐다. “이웃나라 일본 대지진 이후 모금이나 나눔이 활발해진 때라서 지구촌 한 가족이라는 말이 더욱 실감난다”는 권 씨는 “이번에 부천시여성회관은 지구촌에 우리들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매개자 역할을 했다. 여성회관이 없으면 모자 뜨기에 참여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자 한 장 뜨는 데 대 여섯 시간이 걸렸어요. 오로지 어린 아기들만 생각했지요. 건강하게 자라기만을 기도하며 뜬 색색의 모자를 보니 뿌듯한 마음이 들데요.”
참여자들이 한 달 동안 정성껏 뜬 46장의 모자는 지난 달 에티오피아의 저체온증 신생아들에게 보내졌다. 그 중에서 권 씨가 단연 일등이었다. 무려 열 한 장의 털모자를 떴기 때문이다. “나눔과 봉사는 함께 살고 있는 지구사람들이 어려운 역경을 이겨내고 건전한 삶을 살아가는 데 보탬이 될 거예요. 아기들이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부천시 원미구 상1동 반달마을에 살고 있는 권오숙 씨는 지난 달 부천시여성회관이 진행한 세이브 더 칠드런(Save The Children)의 ‘신생아를 위한 모자 뜨기 캠페인’에 동참했다. 자신이 뜬 작은 털모자가 열악한 환경에서 태어난 저체온증 아이들의 생명을 살린다고 생각하니 마음을 다하게 됐다는 권 씨.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해 털모자를 뜨는 그녀의 손놀림은 매우 옹골차고 야무졌다.
한 땀 한 땀 따뜻한 나눔 = 동참
세이브 더 칠드런은 지난 2008년 어머니 보고서를 발간했다. 전 세계 160개국을 상대로 어머니와 아이의 행복도를 지표로 분석한 자료다. 이 보고서에서 전 세계 신생아 400만 여명의 사망 이유는 저체온증과 열악한 분만환경에서 온다고 했다. 아이들 돕기를 고민하던 세이브 더 칠드런은 지난 2007년부터 지구촌 나눔 프로젝트 사업인 털모자 뜨기를 시작하게 된다. 이 사업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권 씨와 같은 봉사자들이 동참하고 있다. “처음엔 세이브 더 칠드런이 뭐하는 단체인지도 몰랐다”는 권 씨는 “여성회관이 마련한 캠페인 모집 공고를 보고 선뜻 찾아갔다”고 했다.
‘아이들을 구하자’는 뜻을 가진 세이브 더 칠드런은 전 세계 빈곤아동을 돕고 있는 국제기구다. 이 단체는 1919년 영국의 사회사업가인 에글린타인 젭 여사가 설립했다. 현재 28개국에 지사를 두고 국가 간 전쟁이 일어나거나 재난이 있을 경우 응급구호 팀도 파견하고 있다. 부천시여성회관 이호섭 씨는 “나눔이 확산되고 있는 요즘 나눔 활동을 통한 행복한 지구촌 만들기 프로젝트의 첫 장이 열렸다고 생각한다. 한결같은 모습으로 참여해주신 권오숙 선생님께 감사하다”고 밝혔다.
뜨개질의 고수 = 따뜻한 지구촌 어머니
권 씨는 전문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다가 지금은 외손자를 보고 있는 평범한 부천시민이다. 부천시여성회관 이호섭는 그런 그녀를 일등공신 또는 고수, 라고 말한다. 원래 여성회관에서 모자 뜨는 법을 알려준다고 큰 소리를 쳤었는데 손뜨개질의 달인인 권 씨의 방문으로 무색해졌다고 했다. 권 씨는 뜨개질을 통해 “고통으로 신음하는 신생아들에게 따뜻한 지구촌 어머니가 되어 달라”고 호소한다. 그녀가 에티오피아와 말리, 네팔 등에 사는 어린 아기들을 만난 건 아니다. 그러나 모자를 뜨는 것은 아기들을 만나는 일이었다. 멀리 있지만 털실과 같은 포근한 마음으로 묶여있기 때문이다. “지금쯤 내가 뜬 털모자를 쓰고 쌔근쌔근 잠들어 있겠지, 하는 생각만 해도 흐뭇해요. 사람 생명을 살리는 일을 했으니 자부심도 커집니다. 모자뜨기에 많이 참여해주세요. 시간을 내지 못해 모자를 뜨진 못하지만 실 값을 후원해주실 분도 환영합니다.”
TIP. 부천시여성회관의 ‘털모자 뜨기 캠페인’
부천시여성회관(032-320-6345)은 캠페인에 참여할 부천시민을 모집한다. 바늘과 실이 있는 사람은 그냥 참여하면 되고 뜨개질 도구가 없는 사람은 털모자 뜨기 한 세트를 구입하면 된다. 부천시여성회관에서는 털모자 뜨는 방법과 장소, 따뜻한 차를 제공한다.
2차 모자 뜨기는 9월에 준비해서 10월에 아기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임옥경 리포터 jayu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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