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째 인라인 무료 강습하는 동호회 ‘에어런’

지역내일 2011-05-24

바람을 즐겨봐

 네 바퀴 달린 신발을 신고 강가를 달린다. 곁을 스쳐 지나가는 풍경처럼 세월도, 근심도 흘러간다. 땀방울에 고단함도 함께 흘러내린다.  
 에어런(회장 김형근)은 일산에서 두 번째로 오래 된 인라인 동호회다. 온 나라에 황사가 짙게 낀 지난 12일 저녁에도 에어런 회원들은 어김없이 일산문화광장(구 미관광장)에 모였다. 인라인을 타기 위해, 또 9년 째 이어온 무료 강습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넘어지는 것부터 배워야 잘 탄다
 이날 강습에는 6살 손재우 군도 함께 했다. 손 군은 다섯 살이던 작년에 가입해 최연소 회원이라는 명예를 얻었다. 어머니 김명화 씨는 “아이가 너무 원해서 나오게 됐다”면서 일 년이 지난 지금은 아이의 체력이 좋아지고 성격도 활발해져서 만족하고 있다고 말한다.
 에어런 회원들은 6살 재우부터 60대 어르신까지 연령 폭이 넓다. 누가 나오든, 어디까지 할 줄 알든 상관없다. 회비와 강습비 전혀 없이 차근차근 알려준다. 왕초보라도 당연히 환영한다.
처음에는 넘어지는 것부터 가르친다. 인라인을 타다 보면 넘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인데, 초보자 때 많이 넘어져야 좀 더 안정적으로 넘어지면서 탈 수 있다. 
 초급과정 강사 차태풍 씨는 “앞으로만 넘어지는 것이 요령”이라고 말한다. 뒤로 넘어지면 엉덩이와 허리, 머리까지 크게 다칠 수 있다. 아이들은 넘어져도 비교적 덜 다치는 데 비해, 어른들은 더 위험하다는 것이 차 씨의 설명이다.
 또 레저용 ‘피트니스 스케이트’를 신으면 속도가 덜 나서 비교적 안전한데 선수용 ‘레이싱 스케이트’는 속도감이 있어 더 위험하다. 잘 탈수록 속도감을 느끼려고 보호 장구를 벗으니 위험이 배가된다. 에어런에 ‘보호 장구를 갖추지 않으면 강습을 배울 수 없다’는 원칙이 있는 것도 안전성 때문이다.

신도시와 함께 생겨나 정착한 모임  
 에어런 모임은 2002년에 처음 생겼다. 일산에서는 두 번째로 오래된 인라인 동호회다. 인라인이 취미였던 김형근 씨가 모임을 만들어 한 해만 빼고 지금까지 회장을 맡고 있다. 벌써 9년 째 목요일 저녁이면 일산문화광장에서 강습을 하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 중 “어? 아직도 모임을 그대로 하네?”라며 반갑게 인사하는 이들이 있다.
 초창기에는 15명으로 시작했다. 인라인 붐이 일면서 회원이 점점 늘어, 한창 때는 강습을 하는 광장에서 세 파트로 나누어 탈 정도였다. 그러다 2007년부터 서서히 열기가 식었다. 지금은 마니아들이 남아 즐기고 있다.
 에어런은 일산 신도시와 함께 생겨나 정착한 모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80여명 회원 가운데 일산 토박이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아이들은 운동을 배우고 어르신은 건강을 챙겼다. 선남선녀들은 애인을 만들었다. 에어런에서 만나 결혼한 이들이 10쌍 이다. 김형근 회장도 이곳에서 아내를 만났다.
 “아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던 곳에 형님, 동생이 생긴 거죠. 먼 친척보다 더 가까운 이웃이에요. 일산을 못 떠나는 이유 중 하나예요.”
 송호섭 회원은 웃으며 이렇게 말한다. 3년 전에 열성 회원이었던 그는 이제는 인라인을 잘 타지 않지만, 모임이 있는 날이면 ‘얼굴을 보기 위해’ 들르곤 한다. 

주니어가 인라인 타는 시절 곧 온다
 인라인이 붐이건 아니건 상관없다. 에어런 회원들은 늘 ‘바람 맞으며 시원한 풍경 속에서 라이딩 하는 것’을 즐긴다. 평소에는 일산 일대에서 강습과 자유 라이딩을 하지만 휴일이면 한강변으로 나선다. 강남은 방화에서 팔당까지, 강북으로 난지 캠핑장에서 의정부까지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회원들은 “경치 좋은 곳에서 강바람 맞아가며 로드하다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입을 모았다. 네 바퀴에 몸을 싣고 세상 구경하면서, 사람들과 만나는 기쁨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인라인의 매력이란다.
에어런은 연간 10회 정도 대회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시대회도 열었는데 올해부터는 그나마 치르지 못하게 됐다. 백석동에 있던 인라인 트랙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김형근 회장은 “인구 1백만을 육박하는 고양시에 인라인 전용 트랙 하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바로 인라인이 붐이던 시절에 라이딩을 즐기던 회원들이 낳은 2세들, 주니어 인라이너들이 쑥쑥 자라고 있는 것이다. 7살부터는 강습을 권해주는 나이라 김형근 회장 또한 자녀를 데리고 내년부터 강습에 참여할 계획이다.
 오는 29일에는 인천에서 월드인라인컵 대회가 열린다. 38km코스에서 가족들끼리 손잡고 참여하기에도 부담 없는 11km 대회까지 다양하다. 에어런 회원들도 참여한다. 인라인을 타다 보면 늘 변수가 생긴다. 갑자기 넘어질 수도, 갑자기 다리에 쥐가 나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개의치 않는다. 완주가 어렵더라도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으로 에어런 회원들은 매 대회에 참여 한다. 인생을 즐길 줄 아는 그들에게 다이어트와 근력강화, 건강 유지는 덤이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인라인 무료강습 받을 수 있는 곳
일산문화광장(구 미관광장) / 매주 화, 목 저녁 8시 30분 / 4바퀴사랑 / 011-721-3448
일산문화광장 / 매주 목 저녁 8시 30분 / 에어런 / 010-7922-0521
호수공원 주제광장/ 매주 수, 금 아침 6시 / 자유인 / 010-3367-4498

***우리 지역 인라인스케이트 동호회
일산인라이너 / 011-2508-9757 cafe.naver.com/ilsaninliner.cafe
IFRC / 010-5448-0486 www.ilsanfrc.com
프리웨이 / 010-5230-4062 www.inlinefreeway.com
자유인 / 010-3367-4498 www.jayuin.org
하이페리온인 / 010-9091-0824 cafe.daum.net/hiperionin
ISRC / 018-366-1568 cafe.daum.net/ISRC
에어런/ 010-7922-0521 cafe.daum.net/Air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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