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학창시절은 어땠나요? 친구들과 수다 떠는 재미에 살고, 자율학습 땡땡이도 한번쯤 쳐봤을 그 시절. 아련한 추억으로 저절로 웃음이 나오지만, 한편으론 “아~ 그때 조금 더 열심히 공부해 둘걸. 지금하면 잘~할 수 있는데”라고 아쉬움이 들진 않나요? 하지만 지금이라도 시작해보세요. 여기, 진정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을 배우며, 즐기며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이 있습니다. 배움에는 나이도, 성별도, 시간도 문제가 되지 않답니다.
■ “우리는 열.공.주.랍니다”-왕초보맘 생활영어교실
라페스타 A동 2층, 아라리오 카페. 한적한 오전 시간이지만 이 카페 한 구석은 벌써부터 시끌벅적하다. 바로 왕초보맘 생활영어교실 회원들의 열공 시간이기 때문이다.
왕초보맘 생활영어교실은 이 카페의 안주인 황이모, 유현희 부부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직접 영어를 가르치는 황이모씨는 “오랜 무역회사 근무와 통역 활동 경험으로 영어는 자신 있었죠. 손님이 적은 오전 시간을 이용해 영어 배움터를 마련한다면,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시작했어요”라고 소개한다.
지난겨울부터 시작된 왕초보 영어교실은 회원들 대부분이 아기 엄마, 예비엄마인 주부들이다. 때문에 집안일이나 아이들 일을 챙기느라 수업에 참가하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될 수 있는 한 빠지지 않기 위해, 어떤 날은 아이와 함께 수업을 찾을 정도로 그 열정들이 대단하다.
“선생님이 우리를 열.공.주라네요. 열심히 공부하는 주부들이란 말이죠. 하하” 하고 회원들은 웃음바다를 이룬다.
회원들이 영어를 배우는 이유. 무엇보다 아이를 위함이 가장 크다. 초등학생 자녀를 두고 있는 김민채 씨는 “학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제가 먼저 아이들에게 뭔가 해주고 싶었죠. 특히 초등학생이 되면 영어 숙제나 일기들이 많은데, 엄마들도 공부할 필요가 있겠다 싶었어요”라고 했다. 그래서 수업은 생활 회화 익히기를 기본 방향으로 삼고 있지만, 아이들을 위한 영어 동화책 읽기, 영어 학습만화 읽기도 꾸준히 한다.
자기 계발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 김미정 씨는 “ 저를 성장시키고 싶었어요. 남은 시간을 무료하게 보내기보다 저를 위한 투자를 해야겠다 싶었죠”라고 계기를 전했다.
회원들이 특히 왕초보 교실을 선호하는 이유는 선생님 황이모 씨 때문이기도 하다. “선생님부터 열정이 대단하세요. 숙제도 너무 꼬박꼬박 내주시구요. 전화 레슨까지도 해주신답니다. 늘 저희 실력이 얼마나 향상됐는지 체크하고 확인해 주세요.” 회원들의 칭찬이 이어진다.
“영어 한 마디 못하는 초보라 해도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함께 배우는 자리인걸요.”라며 회원들은 영어 교실 홍보도 빼놓지 않는다. 왕초보 교실은 누구든지 학생이 될 수 있다. 배우려는 열의만 있으면 된다. 문의: 070-4243-9760
■ “곤니찌와~배우는 재미, 즐겨보세요”- 고양문화의집 일본어 중급반
연이은 5월 연휴가 끝나고, 모처럼 고양문화의집 일어교실은 북적거린다. “휴가는 잘 보내셨나요?” 강사의 물음에 모두들 “하이~”를 외친다. 일주일 만에 만나는 동료들이 반가운지 얼굴엔 웃음 한 가득이다.
고양문화의 집 일어반은 입문, 초급, 중급반이 개설돼 있다. 특히 중급반은 다른 반과는 달리 10대부터 60~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배움생들이 있다. 하지만 나이가 어리고 많음의 차이는 책을 펼치는 순간 없어지고, 그저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일 뿐이다. 그래서 교실 분위기도 편안하고 유쾌하다. 유머도 일어로 던져보고, 답할 정도로 일어에 흠뻑 빠져보는 1시간이다.
일본친구와 편지를 주고받기 위해 일어를 배운다는 회원, 사업상 필요에 의해서 찾았다는 회원 등 일어를 배우는 동기도 각양각색. 하지만 무엇보다 ‘배우는 즐거움’이 가장 크다고 회원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늦깎이 학생일수록 그 즐거움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 한 번도 일어를 공부한 적이 없지만 기초부터 시작해 이제 어엿한 중급생이 된 권화자씨도 이제 60대. 수업 시간 내내 강사의 말에 집중하며 대답하는 모습은 여지없이 10대와 다름없다. “히라가나, 가타카나부터 시작했죠. 처음엔 혼자 시간을 보내기 위한 취미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배움을 이어간다는 기쁨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시 강사의 말에 집중하며 열심히 필기에 들어간다.
라승철 씨는 “매일 뭔가를 새롭게 알아가는 재미가 가장 크다”며 “독학으로 1년을 공부하다 취미생활로 키워보고자 고양문화의집을 찾았다”고 덧붙인다. 한 회원은 “일본을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하지요. 일어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도 있지만, 공부를 하며 일본 문화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재미도 커요. 우리와 다른 문화를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어요”라고 전한다. 가르치는 선생님에 대한 칭찬도 빠지지 않는다. “센세이~(선생님) 너무 재밌어요. ”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잘 가르쳐주시는 것 같아요~” 라고 회원들은 칭찬 일색이다. 신명숙 강사는 “중급 단계는 자기 의사를 어느 정도 표현할 수 있는 단계라고 보시면 돼요. 학기마다 한 교재를 마스터 하게 됩니다”라고 했다. 고양문화의집 일어반은 매주 화, 목요일 진행되며 누구라도 수강할 수 있다.
■ “책을 통해 인생을 배워요”- 공부하는 민들레
하루가 다르게 인터넷 미디어가 발전하면서 독서 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모바일을 비롯한 휴대용 인터넷 기기에서 보고 싶은 만화, 영화를 볼 수 있고, 이에 대한 반응도 시시시각 이뤄진다. 한 편으로는 책 문화, 활자 문화가 도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 한 장 한 장 넘기는 독서의 재미를 한껏 누리고 있다는 젊은이들을 보니, 이런 우려는 조금은 덜어도 될 듯하다. 바로 독서토론 모임 ‘공부하는 민들레’ 회원들이다. 회원들은 대부분 20~30대 학생과 사회초년생들. 그 젊음의 열기만큼 매번 모임 때마다 뜨거운 토론이 이어진다.
박소영 씨는“기본적으로 책을 읽고 싶었어요. 그리고 나의 생각과 다른 사람의 생각이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고 싶기도 했고요. 온라인상에 카페를 만들고 회원을 모집했죠”라며 모임의 취지를 설명했다.
공부하는 민들레는 격주로 한 번씩 모임을 갖고, 모임 때마다 정해진 책 한권을 읽어오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회원들이 돌아가며 제시한 주제를 갖고 토론을 하게 된다. 책을 읽으면 온라인상에 미리 리뷰를 올려 보기도 한다. 장 지글러의 ‘탐욕의 시대’ 고 박완서 작가의 ‘못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등 인문, 소설, 에세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 이슈가 되는 책들을 섭렵했다.
그간 모임 활동을 하며 얻은 것들이 참 많다고 회원들은 말한다. 윤장원 씨는 “개인적으로 주장이 강한 편이예요. 경청하는 자세와 문화를 배우고 싶었죠.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며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방법을 알게 된 것 같아요”라고 했다. 사실 토론 모임이라 하지만, 서로의 의견을 반대하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것보다 존중하고 이해하고 경청하는 성격이 더 강하다고 한다.
무엇보다 같은 또래의 사람들과, 책과 그 속에 담긴 현상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니 저절로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진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20대 초반의 학생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한 인생선배들이 어울리다보니 좋은 이야기도 많이 듣고, 배우는 게 많아요.”
푸르른 젊음이 보기 좋은 이들과 함께라면 지루하다고 느껴지는 책 읽기가 조금은 더 즐거워질 것 같다.
남지연리포터 lamanu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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