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를 고르며 추억과 행복에 빠져보세요
커피전문점이 넘쳐나는 분당에서 보물 같은 곳을 발견했다. 구미동 주택가에 있는 오디오 음악전문카페 ‘라데팡스’. 밖으로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에 이끌려 들어서자마자 범상치 않은 사운드에 압도되고, 벽면 가득한 LP에 매료되었다. 요즘 ‘세시봉’이다 ‘나는 가수다’로 때 아닌 음악 즐기기 붐이 일고 있는데, 우리 지역에 이런 곳이 생긴 것이 매우 반가운 일이다.
추억의 LP 직접 고르며 음악여행 떠날 수 있어
“음악을 좋아하다보니 결국 이 길에 서있네요. 남편과 제가 30년 동안 모아온 LP들이에요. 집에 있는 것들 중 반도 가지고 나오지 못한 게 이만큼이죠. 집에 쌓아 두었던 세월과 추억을 세상 밖에 가지고 나와 사람들과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어요. 그래서 오디오·음악전문 카페를 열게 됐죠.” 라데팡스 전희정 사장의 말이다.
카페 안을 찬찬히 살펴보니, LP가 약 6000여장, CD가 2500장정도 있었다. 작은 오디오 박물관처럼 구석구석 구경거리, 이야기 거리가 가득하다.
“남편이 취미로 오디오 동호회를 운영하고 있어요. 이게 다 남편이 수집한 오디오 골동품과 직접 제작한 진공관 앰프와 스피커죠. 그런데 이 물건들이 다 작동되는 거랍니다. 이건 1905년에 만들어진 진품 에디슨 축음기에요. 남편이 퇴근 후에 가끔 손님들께 틀어드리죠. 오디오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오래된 디스크 오르골 소리를 들어보세요. 아이들도 무척 좋아한답니다.”
벽면 가득한 오리지날 LP들도 정말 매력적이다. 라데팡스는 전문 DJ가 LP를 틀어주는 곳이 아니라 손님이 직접 LP를 골라 주인장에게 틀어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곳이다. 클래식부터 올드 팝, 가요에 이르기까지 장르별, 작곡가 별로 정리되어 있다. 잘 갖추어진 오디오 장비로 듣는 사운드도 좋지만 빼곡히 들어찬 LP를 뒤적거리는 맛이 더욱 좋다.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듯 벽장에서 LP를 고르다 ‘이런 판도 있었네’하며 나도 모르게 추억 속으로 빠져든다.
모든 연령대가 좋아하는 오픈 음악감상 카페
대부분 저녁 무렵 이후에 오픈하는 음악전문 카페들과는 달리 ‘라데팡스’는 오전 10시 반부터 환한 빛을 받으며 문을 연다. 1층에 시원한 창을 가진 카페라 연령대를 불문하고 주부나 어르신들, 젊은이들도 좋아한다. “LP음악카페라고 하면 연세 지긋하신 분들만 오실 것 같죠? 안 그래요. 주말엔 젊은이들이 유럽여행 중 지나가다 발견해 신선한 충격을 느꼈던 카페처럼 신기하고 좋다며, 사진 찍고 LP를 고르고 그래요. 어떤 분들은 집에 턴테이블이 없어서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LP라며 들고 오셔서 틀어놓고, 책 읽으시며 음악 감상을 하고 가시죠. 그 음반들 저희에게 주고 가시는 분들도 많아요. 맡겨놓고 늘 들으러 오시겠다면서요.”
오디오 전문가 남편이 퇴근 후에 카페로 오면 ‘라데팡스’는 한층 더 심오한 세계로 빠져든다. 음악과 오디오에 대해 관심이 많은 손님들과 대화의 장이 자유롭게 열리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귀한 오디오 장비들도 잠을 깨고 소리를 울린다. 앞으로 월1회 정도 레코드 음악 감상회도 운영할 계획이다.
문의 : 031-718-3472 위치 : 분당구 구미동 132-1
오은정 리포터 ohej0622@nate.com
Mini Interview - 라데팡스 전희정 사장
“나만의 소중한 음악 감상실, 모두 함께 나눠요
“사회가 각박하게 발전하면서 세상은 잡음으로 가득 차는데, 진정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환경이 하나둘씩 사라져 가는 것 같아요. 아날로그 오디오의 매력은 바로 거기에 있죠. 소리의 진정성, 그리고 가슴으로 듣는 음악.”
전 사장에게 라데팡스는 소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향기로운 커피와 여유를 선사하는 곳이다.
“오래전부터 지금과 같은 공간을 가지고 싶은 꿈을 이곳에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좋은 분들과 함께 공유하고 즐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전 사장 가족은 모두가 음악뿐 아니라 커피도 좋아해 분당의 유명한 ‘커피해피’에서 커피 공부를 했다. 원두도 그곳에서 직접 로스팅 한 것을 바로 받아서 바리에이션 커피와 다양한 핸드드립 커피도 즐길수 있다. 전 사장이 직접 만드는 와플 반죽도 겉은 바삭하면서 속은 촉촉한게 맛있다. 손님들이 직접 LP를 고르기 때문에 카페 분위기는 늘 자유롭고 편안하다. “오시는 분들마다 이곳은 나만의 소중한 음악 감상실이라고 그러세요. 여럿이 함께 나누는 공간인데 제각기 가슴속에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다는 말씀이시겠죠. 그렇게 많은 분들이 이곳을 행복하게 찾아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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