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음악을 찾아 떠나는 여행 ①
음악과 함께 돌아온 당신의 중·장년을 응원합니다!
요즘 중장년층들 음악 듣는 맛이 세시봉하다. 여기서 세시봉(C''est si bon)이란 불어로 ‘아주 좋다’라는 뜻이다. 얼마 전 MBC 예능프로그램에 뜬금없이 등장한 세시봉 친구들(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이 화석처럼 굳어있던 중장년층의 가슴을 녹여냈다. TV 프로그램으로 시작된 세시봉 열풍은 전국 콘서트로 퍼져 나갔고, 음원, 앨범 등으로 온 국민이 즐기게 됐다. 갑자기 왜 이들이 다시 주목받게 됐고, 열병처럼 도지고 있는 걸까?
60~70년대 세시봉의 음악을 듣던 청년들은 밥벌이와 일상에 짓눌려 살아오면서 이제 은퇴를 앞둔 중장년층이 되었다. 그동안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기위한 탈출구라고는 음주가무 밖에 모르는 삶을 살아왔다. 쓸쓸한 인생을 위로해주는 음악도 없었다. 그 설움이 한 예능프로그램 때문에 북받쳐 터진 건지도 모르겠다.
분당 구미동에 사는 김기향(52) 씨는 성남아트센터에서도 세시봉 친구들이 와서 공연하길 기다리고 있다.
“TV를 틀면 우리 세대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젊은이들 위주의 음악만 나오잖아요. 그러다가 ‘놀러와’의 세시봉 친구들을 봤어요. 우리가 젊었을 때 듣던 음악이 나오니 반갑고, 잊고 살던 추억도 떠올랐어요. 우리가 즐길 만한 문화를 찾은 느낌이랄까? 성남아트센터에 세시봉 친구들이 오면 분당 분들 많이들 가실걸요?”
중장년층, 그들의 음악을 이야기 하다
분당 정자동에 사는 목옥경(46) 씨는 얼마 전에 간 라이브카페 ‘시로코’에서 공연을 보고 한껏 분위기에 취했다. ‘살면서 이런 재미도 있구나’를 느낀 하루였다고 전한다.
“원래는 저녁시간 라이브 공연 팀인데 분당 주부들이 주로 나오는 낮 시간에 공연을 해주니 좋더군요. 통기타와 피아노 반주로 올드 팝을 불러줬는데, 귀에 익은 음악이어서 따라 부르느라 식사 후에도 자리를 뜨지 못했어요. 멀리 미사리까지 가지 않아도 가까운 동네에서 즐길 수 있으니 더 좋았어요.”
세시봉 열풍으로 중장년층의 문화가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 노땅들의 문화라고 함부로 내세우지 못하던 과거와는 달리, 당당하게 자신들의 문화를 즐기고 요구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것이 진화인지 복고문화의 귀환인지는 알 수 없으나, 중장년층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사실에는 의미가 있다.
“예전에 비해 기타 구입이 2배 이상 늘었어요. 매스컴 영향이 크죠. 40~50대 중장년들 치고 젊었을 때 기타 한 번 안 만져본 사람이 없잖아요. 예전 추억을 되살리며 기타 구입하러 오시는 분들도 계시고, 분당은 워낙 동호회 활동이 활발한 곳이다 보니 그 분들이 주로 구입하시죠.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 때문에 학생층들 기타구입이 많이 늘었습니다. 아이돌 위주의 대중문화가 다양화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죠.” 동신악기 이정원 점장의 말이다.
7080시대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라이브 카페나 음악카페들도 모처럼 성시를 맞고 있다.
“최근 부쩍 40~50대 손님들이 음악을 들으러 많이 오세요. 대중음악문화는 발달하는데 진정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은 줄어들잖아요. 가슴을 울리는 아날로그 오디오의 그리움 때문에 저희 집을 찾아오세요. 직접 LP를 골라 틀어달라시며 추억과 행복에 젖으시죠. 음악을 즐기는 문화가 다시 부흥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에요.” 분당 구미동 오디오·음악전문 카페 ‘라데팡스’ 전희정 사장의 말이다.
우리지역의 라이브카페, 명소로 거듭나길
수도권 지역 대표 라이브카페의 명소는 미사리와 백운호수 주변이다. 40~50대라면 한 번 쯤은 가봤을 이곳 카페들은 주로 유명가수들을 섭외하는 공연 중심의 공간이다. 하지만 이곳은 40~50대들을 위한 주류문화 공간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주로 연인들이나 아베크족, 엄밀히 말하자면 불륜의 장소로 치부됐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생음악이 듣고 싶어서 남편과 함께 근처 라이브카페를 찾아갔어요. 세시봉 같이 통기타와 풋풋한 음악을 기대했는데, 여전히 음침하고 끈적거리는 분위기가 남아있더군요. 테이블마다 앉아있는 남녀가 무슨 관계일까 구경하다 왔어요.” 용인 마북동에 사는 김미형 씨의 라이브카페 체험담이다.
유원지형 미사리·백운호수 라이브카페와는 달리 분당 근처 라이브카페들은 도시형이다. 이곳을 찾아 멀리서 오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결국 직장 동료들과의 회식, 친구모임, 가족과 함께 찾을 수 있는 공간인 것이다.
율동공원 근처에서 ‘이재민의 라이브 3040’을 운영하는 이재민 사장은 “찾아오는 불륜커플 손님을 막을 수는 없죠. 하지만 저희 카페에 오시는 분들은 회사 동료, 모임, 가족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오픈형 공간이다 보니 공연을 보시면서 함께 어우러지는 분위기가 되죠. 오히려 불륜커플들이 불편해하세요. 건전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운영하기 위해 낮에는 DJ 음악다방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밤8시부터 새벽 1시까지 초대가수 공연이 이어집니다.”
이번 세시봉 열풍으로 우리지역 라이브 카페들이 중장년층이 향유하는 양지의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오은정 리포터 ohej0622@nate.com
<우리지역 7080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곳>
*김채우 7080 라이브카페 : 오후7시 오픈, 9시반 10반 공연, 서현동 시범단지 먹자골목
도요타 자동차 뒤편 / 031-702-0969
*이재민의 라이브 3040 : 낮1시 오픈, 오후8시부터 매 시간 다른 초청가수 공연, 분당구 율동 323-22 / 031-8017-3040
*7080 색소폰 비스트로 라이브바 : 오후7시 오픈, 색소폰 주자들의 연주와 라이브 가수의 공연, 분당구 서현동 272-1 / 031-701-7443
*카페 라데팡스 : 오전10시반 오픈, 직접 골라듣는 LP, 오디오전문카페, 분당구 구미동
132-1 / 031-718-3472
*올드앤뉴 : 낮 1시~새벽 1시까지 : DJ가 틀어주는 LP 추억의 음악카페, 오리역 하이마트 서울치킨 건물 2층 / 031-715-1962
*라이브카페 시로코 : 피자, 스파게티, 리조또 맛있는 집, 낮부터 라이브공연, 분당구 서현1동 195-2 / 031-707-0606
*라이브카페 이병헌의 타임머신 : 통기타 포크송과 그룹사운드 라이브공연,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동 710 2층 / 010-5126-9583
*라이브 클럽 맥 : 오후7시 오픈, 피아노·색소폰 라이브공연, 분당 정자동 53-3 / 031-716-8606
*뮤직아날로그 : LP음반 음악카페, 연주자 영상 감상, 한 달 두세 번 라이브공연,
분당구 정자동 156-1 젤존타워3 7층 708호 / 031-713-3034
*소울푸드 : 전문 음악인이 운영하는 락·재즈·발라드 라이브 카페, 분당 정자동 133-8
지하1층, 031-716-0013
추억의 음악을 찾아 떠나는 여행 ②
우리지역의 음악인을 만나다
얼마 전 ‘나는 가수다’에 나온 가수 임재범의 힘겨운 삶을 들으며 많은 사람들이 애처로운 공감을 보냈다. 대중음악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들이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하지만 이면의 삶은 매우 고달프다. 한때 유명하던 가수도 그럴진대, 지역의 무명 가수나 음악인들은 오죽할까. 하지만 그들에게 음악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생명이고, 꿈이다. 유명하지는 않지만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음악인들을 만나 우리지역의 대중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Mini Interview - 라이브 클럽 소울푸드 김돈기, 이두행 씨>
“더 늦기 전에 음악의 꿈을 되찾고 싶어요”
KT본사 건너편 정자동 먹자골목에 위치한 라이브 클럽 ‘소울푸드’를 찾아갔다. 작은 무대, 드럼과 기타, 스피커와 엠프, 턴테이블과 LP판이 있는 그곳은 한마디로 음악 소굴 같았다.
“소울푸드는 영혼의 음식인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곳이에요. 음악이란 영원한 꿈을 버리지 못한 사람들이 만든 곳이고,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되면 좋겠어요.”
기타리스트 김돈기 씨는 이태원과 대학로 클럽공연 연주자로 음악활동을 하다가 지난 13년 동안은 분당에서 실용음악 기타 레슨을 했다. 생업 때문에 연주자에서 교육자로 선회는 했지만 음악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온 것이다. 반면 드러머 이두행 씨는 서울에서 연주활동을 하다가 2000년도에 분당에서 김돈기 씨를 만나고 인연을 이어왔다. 하지만, 음악과는 다른 외식사업을 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중년이 된 그들이 다시 의기투합을 하게 된 것이다.
“20여 년간 눌러왔던 음악에 대한 꿈을 다시금 꺼내게 됐죠. 40대 이상 중년층이 밥벌이 때문에 살다보면 꿈을 꾸기란 어렵잖아요. 그런데 남은 인생이 즐거우려면 더 늦기 전에 제가 즐거운 일을 찾아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꿈이 있는 것이 돈이 있는 것보다 더 소중하니까요. 전 음악에서 멀어지는 인생을 살아왔는데, 음악을 계속 해온 이 친구 때문에 이런 계기를 만들게 된 거에요. 든든하고 고맙죠.” 이두행 씨의 말이다.
소울푸드는 대중적인 7080 통기타 라이브클럽과는 조금 다르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전문 음악인들의 라이브 클럽이다. 젊은 시절 밴드를 동경하고 리얼한 연주를 원하는 음악 마니아층이 주요 고객 대상이다. 그렇다고 일반인들이 접하기 어려운 곳은 아니다. “공연이 없는 시간에는 LP판을 감상할 수 있는 음악카페로 운영합니다. 요일별 콘셉트를 잡아서 발라드, 록, 재즈, 퓨전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연주자들을 출연시키려고 해요. 모임의 취향에 맞는 음악 장르 하우스 파티도 가능하죠. 무엇보다 음악을 사랑하는 지역 분들이 모여드는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오은정 리포터 ohej0622@nate.com
<Mini Interview - 이미테이션가수 한해진>
노래를 부르며 힘겹게 살아온 인생, 그래도 행복해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결혼 실패 후 31세부터 노래를 시작했어요. 지금까지 27년째 노래를 불러 아들을 키워 작년에 장가보냈죠. 직업 가수로서 밥 먹고 살기가 정말 힘겨웠어요. 하지만 노래 부를 때가 제일 행복하고 제가 사는 이유를 찾아요. 우울증을 이겨내는 힘도 노래죠.”
이미테이션 가수 한해진(57·성남 태평동) 씨는 낯선 이에게 짧게 자신의 인생을 털어놓으면서 벌써부터 눈가를 촉촉이 적셨다. 긴 말을 안 해도 그녀의 인생이 눈빛으로 고스란히 느껴졌다. 한해진 이미테이션 가수이지만 뛰어난 가창력과 관중을 휘어잡는 무대 매너로 전국 방방곡곡 각종 축제나 행사에 빠짐없이 불려 다니는 베테랑 가수이다.
“이미테이션이 아닌 제 노래를 부르고 싶지 않느냐고요? 이미테이션 가수를 해서 제 힘으로 먹고 살았는데, 뭐 하러 욕심내서 앨범을 내나요. 서포터 없이 앨범 냈다가 빚더미에 오른 무명 가수들 정말 많아요. 이 바닥에서 남들이 말하는 성공을 하려면 자신의 영혼과 몸을 내 던져야 합니다. 저는 그저 노래로 밥 먹고 살면서 봉사 할 수 있으면 돼요.”
남들이 꿈이라 부르는 것조차 진정한 행복을 위해 접고 소박하며 정직하게 살아온 한해진 씨. 그녀를 가수의 길로 이끌고, 버티게 해 준 것은 지역의 어르신과 장애 우들을 찾아가는 노래봉사이다.
“돈은 다른 지방에 가서 벌고, 봉사는 우리 지역에서 하죠. 제 노래로 위안 받는 분들이 계시다는 게 제겐 오히려 감사한 일이죠. 제가 우울증이 좀 있는데, 노래봉사 나가면 오히려 치유가 됩니다.”
한해진 씨는 우리 지역에서 봉사 외에 지역민들과 노래로 만나는 일이 적은 것이 아쉽다. 현재 성남예총 소속 연예협회에 소속된 가수는 40~50명. 성남시의 각종 행사에서 지역 대중음악 가수들을 자주 불러주면 좋은데, 원활한 편은 못된다. 예산이 좀 큰 행사는 지역 가수보다는 이름이 좀 알려진 가수들을 비싼 돈 주고 부르기 때문이다.
5월 22일 분당 율동공원에서 ‘성남시 향토가요예술제’가 열린다. 한해진 씨를 비롯해 성남에 거주하고 있는 가수 10여명이 무대에 오른다.
“모르는 가수라 외면하지 마시고, 우리 지역에서 열심히 살고 활동하는 음악인들을 한 번 쯤 봐주세요. 노래와 음악은 우리 생활에서 멀리 있는 게 아니랍니다.”
오은정 리포터 ohej0622@nate.com
<Mini Interview - 김채우의 7080 라이브 까페, 김채우 씨>
“가수 김채우에게 음악이란, 행복한 나눔”
그 동안 자선 활동과 라이브 무대로 인기를 다져온 김채우씨의 무대는 따뜻함 그 자체이다. 통기타에 어우러진 감미로운 노래는 어느덧 관객들로 하여금 행복바이러스에 빠져 들게 한다. 분당 서현동 먹자골목에 위치한 7080 라이브 까페의 주인장 김채우씨는 23살에 전일방송가요제 입상을 계기로 가요계에 데뷔를 했다. 본명 김동준으로 더 알려진 인물. 요즘은 그 동안 해 오던 라이브 까페 ‘인사동 이야기’를 확장ㆍ이전하여 ‘7080 라이브 까페’란 이름으로 그 무대를 옮겼는데 그는 “음악으로 관객과 소통하고 감성과 열정으로 한마음이 되는 그 무대가 너무도 소중하다”고 말한다. 올드팝, 가요, 포크락, 재즈까지 70·80 세대들에게 인기 있는 곡들로 채워지고 기타, 오르간, 봉고, 드럼 등의 환상적이고 흥겨운 연주와 이들이 뿜어내는 열정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어 즐거운 곳이다. 손님들은 통기타 음악을 들으며 그때 그 시절 추억 속으로 풍덩 빠지게 된다.
김채우씨는 얼마 전에는 3집 앨범 ‘나답게 살자’를 내고 다시 방송활동의 기지개를 펴고 있다. 특히 이 곡은 개봉을 앞둔 영화 ‘창수’에서 임창정이 부르는 노래이기도 해서 기대가 모아지는 곡인데 그의 편안하고 부드러운 음색 때문인지 반응이 좋다.
김채우씨의 음악인생을 말하자면 난치병 환자 돕기 자선 공연도 빼놓을 수 없다. 27년간 해온 거리공연으로 그동안 모금액이 자그마치 2억 원에 이르고 1만 6000여장의 헌혈증서도 모았다고 한다. ‘가수 김채우에게 음악이란?’ 이란 질문을 던지자 단번에 ‘음악은 행복한 나눔’이라고 답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7080 라이브 까페가 마음이 가난한자들이 와서 행복을 느끼고 공감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라는 바람을 말했다.
이세라 리포터 dhum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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