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 개비리길은 여느 때 같으면 초록으로 뒤덮여 있어야 할 곳이다. 4대강 사업, 함안 보 공사로 파헤쳐져 주변을 알아보기도 어려울 정도로 온통 황토 빛이다. 오랜 세월 이어져야 할 십리‘개비리길’이 도로 건설 공사로 인해 사라질 길이라 더욱 안타깝다.
흙냄새 가득한 ‘개 비리길’
창녕군 남지읍 영아지에서 용산리에 이르는 강변 절벽 길을 ''개 비리길''이라고 한다. 강가의 절벽에 오솔길이 나게 된 전설이 아름답다. 옛날 영아지 마을의 어느 집에서 키우던 개가 용산마을로 팔려가 헤어진 여자 친구를 만나러 다니면서 길이 나게 됐는데, 개가 처음에 낸 길이라 해서 개비리길이라 불렀다. 원래 ‘개 비리’라는 말은 두 가지의 뜻이 있다. 개는 ‘물가’를 뜻하는 말이고 비리는 ‘벼랑’의 이곳 토박이 말이다. 그러니까 ‘강가의 벼랑길’이라는 뜻이다. 옛날 아지리 주민들이 남지 장에 가기 위해서 살짝 넓혀 이용하였던 것이 개비리길의 시초다. 이 길은 차를 타고 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두 사람이 나란히 걸을 수도 없다. 한사람이 지날 정도의 폭과 떨어지면 강으로 풍덩 빠질 듯 아찔한 길이 강변을 따라 좁은 벼랑길과 소롯길이 연결되어 있다. 느릿느릿 걸어야 딱 어울리는 길이다. 길을 걷다가 낙동강의 경관을 바라보며 쉬어갈 수 있는 공간도 여러 군데 있다. 남강과 낙동강이 만나는 보기 드문 풍광이 산수화를 보는 듯하다.
“사라지기 전에 개비리길 걸어 보세요.”
개비리 길 입구의 커다란 플라타너스 나무를 지나 용수장을 지나면 진정한 개비리길. 깎아지른 절벽에 좁은 길이 이어진다. 길 입구부터 옛길 그대로 잘 보호되어 있다. 낙동강 700 리 중 이곳 창녕부근 150리 연이은 길들이 5군데 정도 있다. 그중 개비리길이 가장 아름다운 길이다. 요즘 자연에서 보기 어려운 으름덩굴이 소나무를 감싸고 올라간 풍경이 무척아름답다. 각종 식물들이 돌 틈에서 자라는 풍광은 그 지역의 특수한 환경에 적응한 결과다. 쉬엄쉬엄 쉬어가면서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행복한 걷기 여행코스로 충분하다. 자연은 자연의 모습 그대로 일 때 가치를 더한다.
마삭줄이 길 전체에 걸쳐서 지천으로 있다. 마삭줄 덩굴 오솔길 따라 생명력 강한 식물들이 바위벼랑에 붙어 눈을 시원하게 해준다. 주엽나무, 물푸레나무, 자귀나무 부처손 등 진귀한 풀과 나무가 쉼 없이 이어져있다. 중간쯤 가다보면 보기에도 너무나 시원한 대밭이 있다. 천연 원시림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대밭의 한 모퉁이에 사람이 살지 않는 집한 채 있다. 회락정이라는 편액이 걸려있다. 아마도 낙동강이 둥글게 원을 그리며 돌아간다는 의미에서 회락정이라 한듯하다. 또 다른 해석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모이면 즐겁다.’ 마을 사람들의 모여 풍류를 즐긴 곳이라 한다. 개비리길 근처는 "임진왜란 때 곽재우 장군과 의병들이 육지에서 첫 승리를 거둔 기음강 전투의 역사적 현장이며 한국전쟁 당시 낙동강 최후 방어선으로 남지철교와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는 곳"이라한다.
남지 개비리길 여행정보
남지읍-고곡리-박진방향-칠현마을을 지나 100m 지점에서 좌회전-창아지마을-영아지 마을 도착해서 제방에 주차한 후 진입해서 대나무가 있는 회락정을 반환점으로 다시 나오는 교통편이 좋다. 개비리길 4km
박지숙 리포터 jssh12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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