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보던 아이를 입양 보내고 나면 가슴이 미어져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일이 허다해요. 그 아픔은 또 다른 아이에게 사랑과 정을 주면서 잊곤 하죠.”
15년째 위탁모로 활동 중인 이인복(54·대정동)씨를 그가 사는 아파트에서 만났다.
막 잠에서 깬 아기를 안고 나온 이 씨는 “우리 은우 예쁘죠?”라며 첫 인사를 건넸다.
은우는 이 씨 집으로 온지 한 달이 막 지났다. 이 씨는 은우의 먹는 모습, 자는 모습, 배냇짓까지 모든 행동이 이쁘단다. 팔불출 엄마(?)는 아들 자랑에 침이 마른다.
엄마 사랑 느낄 수 있도록 많이 안아줘
세상에 나오자마자 친부모의 외면을 받은 아기들이 국내외에서 새로운 부모를 기다린다. 이 아이들이 양부모를 찾기 전까지 짧게는 1주일 길게는 수개월 동안 친부모 역할을 대신해 주는 사람들이 바로 위탁모다.
이 씨가 위탁모로 활동하게 된 동기는 시누이의 위탁아를 가끔씩 돌봐주면서부터다.
그 때마다 아기가 얼마나 예쁘던지 이 씨에겐 3명의 자녀가 있었음에도 기회가 되면 위탁모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시누이가 위탁모로 활동하는 것을 10여년 동안 지켜봤던 남편과 아이들은 위탁모가 얼마나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일인지 알기에 이 씨 의견에 흔쾌히 동의를 했다.
처음 아이를 집으로 데려온 날, 가슴이 벅차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미어지기도 했다. 천사같이 예쁘기만 한 아이를 버릴 수밖에 없는 친모, 잘 키워서 좋은 가정에 입양 보내 달라며 눈물짓던 할머니의 모습이 생각나서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아이를 잘 돌보는 특별한 비법은 없지만 따뜻하게 많이 안아주고, 앞으론 행복할 거란 축복의 말들을 많이 해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래서일까. 인터뷰 내내 이 씨는 은우를 그의 품에서 내려놓지 않았다.
-“힘드냐고요? 오히려 에너지를 얻어요”
이 씨는 시장이나 마트에서 예쁜 옷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또 백일이 넘도록 돌봐야 하는 아이에게 백일상도 차려준다. 화려하진 않지만 케이크와 과일 등을 차려놓고 가족들과 함께 사진도 찍는다. 어릴 적 추억을 사진으로나마 남겨주고 싶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 씨가 정성을 다해 돌본 아이는 어림잡아 200명이 넘는다.
‘모두가 좋은 부모 만나 행복하게 살겠지’ 라는 생각을 하지만, 유독 한 아이에 대한 기억만은 이 씨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구순구개열(일명 언청이)로 고생하던 예진이다. 우유병을 빨지 못해 코에 호스를 삽입해 분유를 먹여야 했고 뒤척이다 호스가 빠지면 한 밤중이라도 들쳐 업고 응급실로 뛰어가야 했다. 이 씨는 “예진이는 장애 때문에 모두가 입양을 꺼려 결국 시설로 보내졌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 씨는 “위탁모로 지내면서 장애가 있는 아이를 국내에서 입양하는 일은 못 본 것 같다”면서 “장애아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입양 가정에 대한 정부의 지원책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성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져 미혼모로부터 버림받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아이를 돌보는 일이 힘들지 않느냐는 리포터의 질문에 이 씨는 “아기들에게서 오히려 에너지를 얻는다”며 “모 광고에서 피로해소제는 약국에 있다지만 우리 가족 피로해소제는 방긋 웃는 아기 얼굴”이라고 말했다.
김진숙 리포터 kjs997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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