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생님은 우릴 이해해줘요. 엄마 아빠는 내가 이야기하면 ‘시끄러워’ 하고 화내는데 우리 선생님은 매번 끝까지 다 들어 줘요.”
비래초등학교 5학년 1반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선생님이 좋다며 고함에 가까운 소리를 지른다.
아이돌 스타도 아닌 학교 선생님이 팬을 몰고 다닌다. 이유가 무엇일까?
주인공인 김위택(30)교사의 수업 시간을 엿보았다.
지난 11일 비래초등학교 5학년 1반 아이들의 수업 시간은 소리 없이 분주했다. 양 손엔 단어 카드를 들고 책상과 책상 사이를 돌아다니며 급우들과 가위바위보를 한다. 이긴 사람은 진 사람의 카드 중 가져오고 싶은 것을 뺏고 대신 주고 싶은 카드를 쥐어주고 유유히 떠나는 게임이다. 28명의 아이들은 능동적이면서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그런 아이들 가운데서 김 교사는 학생들보다 더 신나게 카드를 뺏고 다니고 있다.
쉬는 시간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국어 시간이다. 인터넷 용어의 바른 사용을 배우는 단원이었다.
다른 수업도 마찬가지다. 어려운 암기 부분은 입에 착 달라붙는 유행곡을 개사해서 외우게 한다. 꼭 기억해야 하는 대목에서는 우스꽝스러운 율동을 가미해서 아이들의 웃음을 빵빵 터지게 한다. 이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웃음과 함께 학습의 핵심 포인트를 기억한다.
“수업이 아닌 것 같아요. 사회 시간에 하는 역할극 놀이도 재밌고 과학 시간에 하는 스피드 퀴즈는 정말 ‘짱’이에요.”
아이들은 수업을 놀이보다 더 재미있어 한다.
꾸중보다 칭찬에 후한 선생님
김 교사는 “아이들에게 게임처럼 재미있는 수업을 선물하고 싶다”며 “매일 다른 놀이학습을 구상 한다”고 말했다.
2008년 교편을 잡은 김 교사는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안타까워 어떻게 하면 사교육을 줄이면서 ‘신나는 반’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
‘대전협동학습연구회’를 통해서 좋은 놀이 학습의 아이디어도 얻고 체벌 대신 들려 줄 철학 이야기 공부도 틈틈이 했다. 덕분에 그의 반 아이들은 어른들도 잘 모르는 ‘콜버그의 도덕성 발달의 6단계’를 알고 있다. 사례를 들어가며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쉬운 해설로 접근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꾸중보단 칭찬을 하십니다. 칭찬이 쉬울 것 같지만 지금까지 만난 선생님들은 그렇지 않았어요.” “놀기만 하는 것 같지만 선생님은 ‘코넬식 공책 필기(공책을 세부분으로 나눠서 정리하는 방식)’를 해주시기 때문에 요점 정리가 한 눈에 들어와요.”
아이들이 자랑하는 김 교사의 장점이다. 이 밖에도 그는 아이들로부터 수많은 찬사를 듣고 있다.
학부모들이 더 열렬한 팬
“교사가 되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아이들 행동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를 겁니다.”
김 교사는 엉뚱하고 예측 불허인 28명의 아이들을 바라보며 빙긋이 웃는다.
그는 서울교대를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아이들과 생활하는 것이 이렇게 신이 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의 팬은 아이들뿐만 아니다. 학부모들이 오히려 더 열성팬이다.
학부모 신수복(38)씨는 “요즘 부쩍 아이가 학교 가는 게 재미있다고 해서 나까지 덩달아 신난다”며 “스승의 날에 아이들이 추천해서 감사패를 받는다면 그분은 아마 김위택 선생님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고개를 끄덕여 주는 선생님, 아이가 스스로 할 때까지 기다려 주는 선생님, 그래서 교사 김위택은 아이들이 꼽은 ‘최고의 선생님’이다.
안시언 리포터 whiwon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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