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통어음은 자금을 융통하기 위하여 발행한 어음이다. 정상적 거래의 대가로 교부되는 것이 아니라 자금의 융통을 위하여 발행되는 어음이다. 신용이 없는 사람은 돈을 빌리기 어렵다. 신용이 있고 재산이 있는 사람에게 보증을 서달라고 부탁하는 대신 어음을 빌려서 사용하는 것이다. 융통어음은 어음 발행인의 신용을 빌리는 것이기 때문에 일단 융통어음이 발행되어 자금을 융통하는데 사용되었다면 최종 소지인이 된 사람이 융통어음인지 알고 있더라도 무조건 어음금이 지급되어야 한다.
융통어음이 아닌 경우에는 실제 지급할 돈이 없는 경우 어음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어음금 청구 사건에서는 원인 관계가 없는 어음인지 융통어음인지 여부가 문제가 된다.
A회사는 돈이 필요하여 어음을 발행한 후 B회사에 어음의 할인을 부탁했다. B는 C에게 돈을 갚을 것이 있었는데 위 어음을 담보로 제공해 주었다. C는 B가 어음할인을 부탁받고 어음을 받은 것을 알고 있었다.
C가 A에게 어음금을 청구하였다. A는 위 어음이 융통어음인 것은 맞지만 어음금을 줄 수 없다고 항변하였다. 그 이유는 C는 B가 어음할인을 위해 교부받은 어음임을 알면서 자신들 채무의 담보로 제공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고등법원에서는 A의 주장대로 융통어음이기는 하지만 B, C는 악의자이기 때문에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에서는 위 어음은 융통어음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A가 B에게 할인을 한 것이 아니라 할인해 달라고 부탁하면서 교부한 것이라면 그 때까지는 융통어음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이는 원인관계 없이 교부된 어음에 불과할 뿐이다. 또 B가 C에게 교부할 때 C도 이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역시 원인관계 없이 교부된 것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결국 융통어음은 알던지 모르던지 어음의 최종 소지인에게 어음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위 사례에서는 융통어음이 아니기 때문에 원인관계에 대한 항변으로서 어음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융통어음이라는 주장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 다만 본인이 융통어음이라고 불리한 주장을 했다고 하더라도 지급을 하지 못한다고 한 이상 법원에서 융통어음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호해 주었을 뿐이다.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이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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