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하고 시원한 칼국수 한 그릇
어릴 적 비 내리는 날이면 어머니는 “칼국수나 밀어 먹을까?”하고 묻곤 했다. 널찍한 상을 펴놓고 밀가루 반죽을 만드는 어머니 옆에서 어린 자식들은 밀가루로 장난하며 놀았다. 멸치와 야채 육수국물에 반찬은 김치뿐 이어도 어머니 정성이 담긴 따끈한 음식이 참 좋았다.
덕이동 로데오 거리 입구 사거리에 있는 ‘바지락 손칼국수’를 찾은 날도 마침 비가 내리고 있었다.
복잡한 메뉴판이 없다
‘바지락 손칼국수’의 메뉴는 단 네 가지 뿐이다. 바지락칼국수, 팥칼국수, 손만두와 부추 부침개다. 반찬도 배추김치와 열무김치가 전부다. 소박하게 상에 올라온 먹거리들은 어릴 적 어머니가 차려주시던 음식들을 닮았다.
모든 메뉴의 가격은 6천원으로 가벼운 주머니 사정까지 헤아려 준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음식을 허투루 준비하지는 않는다. 스물아홉 나이에 칼국수를 만들기 시작해 이제 10년이 다 되어가는 류담 씨가 직접 고른 신선한 재료들로 정성껏 만든다.
반죽도 직접 준비하고 바지락 또한 해감된 것을 구입해 요리한다. 야채들은 날마다 공급받아 신선하다.
냉동식품이 없다
‘바지락 손칼국수’에는 냉동 보관된 식재료가 없다. 바지락도 하루에 판매하는 만큼씩 준비해 둔다. 냉동식품이 없기 때문에 전자레인지도 없다. 간혹 전자레인지에 아기 이유식을 덥히려던 손님들이 난처해지는 이유다.
배추김치, 열무김치도 식당에서 직접 만든다. 만두 속도 직접 만들어 빚는다. 육수도 바지락을 끓여 간만 맞춰서 낸다. 여름이면 콩국수도 콩을 갈아 만든다. 가끔 콩국수를 구입해 쓰는지 직접 만드는지 묻는 손님들이 있단다. 류담 씨는 “맛 때문이기도 하지만 단가 때문에라도 어쩔 수 없이 직접 만드는데 요즘 손님들은 이런 걸 더 좋아하더라”고 말한다. 주방을 살펴보니 반죽기와 삶고 끓이는 도구들뿐 이다.
단 하나, 단무지만은 하나로 클럽 식품 매장에서 구입한다.
담백하고 시원한 맛이 있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바지락 칼국수다. 이날 식당을 찾은 최경 씨는 “아들이랑 영화 보고 피자 먹을까 하다 비가 오기에 칼국수를 먹으러 들렀다”고 말했다. 남편이 “맛있는 칼국수집이 생겼다”고 몇 번 이야기 하는 것을 들었던 것이 기억이 나 찾아왔다고 한다. 최 씨는 “면이 쫄깃하고 국물은 담백하니 육수를 잘 뽑았다”고 칭찬했다.
‘바지락 손칼국수’가 가장 붐비는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시작하는 점심 식사 시간 무렵이다. 덕이동 로데오 거리에 있어 주말이 평일보다 손님이 훨씬 많지만 점차 단골이 생기면서 평일에 찾는 손님들도 늘고 있다.
‘가좌동 빨간모자 아저씨’가 있다
빨간색의 ‘바지락 손칼국수’ 간판은 일산 사람들에게는 낯이 익다. 덕이동에는 3월 1일에 문을 열었지만 이미 일산 곳곳에 문을 열고 있는 칼국수 전문점이다. 체인점은 아니다. 류담 씨에게 처음 칼국수를 알려준 형이 주엽에서, 친척들과 지인들이 곳곳에서 문을 열고 간판은 똑같이 통일시켰기 때문에 낯이 익다. 류씨가 가좌동에서 ‘바지락 손칼국수’를 운영할 때, 동네 꼬마들은 그를 ‘빨간모자 아저씨’라고 불렀다. 칼국수를 만들 때 늘 빨간 모자를 쓰고 일했기 때문이다.
시끌벅적하게 광고하지도 않고 그저 “칼국수를 만들 줄 알기 때문에 만든다”는 류 담 씨처럼 손님들도 조용히 와서 식사하고 가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늘 반복되는 일상처럼, 요란 떨지 않고 상에 올라오는 그의 요리들처럼 말이다. 단순하고 소박하지만 담백해서 질리지 않는 음식들. 이제 칼국수 생각이 날 때면 그곳에 발길이 자꾸만 향하게 될 것 같다.
문의 031-915-3971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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