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나눔으로 함께 사는 지역사회를 바란다
삶의 안락함과 도시의 편리성이 잘 어우러진 분당. 천당 아래 분당이라고, 거주민들 위한 편의시설과 복지시설이 잘 갖추어진 도시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이곳을 채운 공간들은 여전히 폐쇄적이다. 문화 활동에 열정적인 지역시민들은 공간부족의 목마름을 겪고 있다. 거주민과 직장인들이 공존하지만 기름과 물처럼 섞이지 못하고 도시를 떠돈다. 도시의 성숙도에 비해 공간들의 열린 마인드가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최근 들어 지역주민들에게 문을 열고 있는 공간이 하나둘씩 눈에 띈다. 반가운 일이다. 분당에서 열린 공간을 찾아 나선 하루. 함께 떠나볼까?
오은정 리포터 ohej0622@nate.com
# AM 11 : 15 <NHN 그린팩토리 라이브러리에서 책을 읽다>
기존 기업들의 로비를 떠올려보자. 횡 하니 높은 천정과 그만큼 넓은 로비 공간에 덩그러니 놓인 안내 데스크. 공간 낭비의 전형이다. NHN 그린팩토리 로비는 그 공간을 NHN스토어와 라이브러리로 활용했다. 책이 가득 꽂힌 거대한 책장 형상의 입구를 지나 신분증을 맡기고 들어섰다. 넓고 높은 공간인데, 책에 욕심을 내기보다는 책을 읽을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애쓴 흔적이 보였다. 국가에서 규격에 맞춰 지어준 공립도서관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책이 주인이 아니라 그곳에 들어선 사람을 주인으로 대접하는 것 같았다. 은은한 조명 아래 쾌적한 의자에 앉아 당장이라도 책을 흡입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었다. 특히 ''지식인의 서재'' 코너에 소개된 책들은 독서 욕구를 충분히 자극할 만 했다. 넓은 유리 통창을 사이로 도심 속 천국을 재현한 이 곳. 기업이라는 낯선 공간에서의 안락함을 만끽할 수 있다.
# PM 13 : 10 <KT 본사 클로버 라운지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다>
예전에 이곳에서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인터뷰를 했던 오세현 (분당여성회 전임회장, 역사체험단 강사) 씨는 "집에서 가깝고요, 카페 음료가 저렴해요. 넒은 공간에서 눈치 볼 필요 없어서 인터뷰나 업무상으로 손님을 만날 때 이곳을 애용합니다"라고 추천했다.
"일반인들에게도 개방하는 카페공간이지만 잘 모르셔서 많이 오시지는 않아요. 주로 사내 직원들이 외부인 접견실이나 회의실로 사용하죠." 라운지 카페 운영자의 말이다.
분위기는 그저 그런 다방 분위기다. 메뉴판을 보니, 접견 카페 치고는 음료 메뉴가 참 다양하다. 게다가 가격이 매우 착하다. 다양한 커피 종류가 2000~3000원, 토스트, 샌드위치, 와플 등의 간식거리가 2000~3000원 대다. 분위기가 좀 멋지지 않으면 어떤가.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이렇게 저렴한 가격의 다과를 앞에 두고 지인들과 이야기꽃을 펼칠 수 있다면 알뜰한 분당 주부들이 마다할 이유가 있겠는가? 참고로 KT 건물 뒤쪽에는 등산로가 연결 된 꽃동산이 있다. 피크닉 할 만한 테이블도 있고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도 있다.
# PM 14 : 15 <소망교회 쉼터 북카페에서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마시다>
기업체 건물만큼 지역의 요지에 위치한 교회는 비신자들이 쉽게 드나들게 되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정자동의 소망교회 카페는 다르다.
"손님의 80~90%가 신자가 아닌 분들이 오세요. 워낙 유동인구가 많고 위치가 좋은 곳이라 많은 분들이 애용하시죠. 특히 저렴한 가격에 비해 저희 카페 커피가 신선하고 맛있기로도 소문이 났어요. 커피 맛에 워낙 예민한 분당 분들이라 원두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이곳에서 8년째 매니저를 맡고 있는 김지은 바리스타의 말이다.
분당 정자동에 사는 박선희(39) 씨는 소망교회 카페의 애용자이다.
"애들 학교에 보내놓고 엄마들끼리 맘 편히 가기 좋은 카페에요. 교회 신자는 아니지만 문턱이 높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요즘 커피 한 잔도 비싸잖아요. 맛있는 커피를 즐기기에 부담 없는 가격이라 좋아요. 무엇보다 사방 유리창으로 된 환한 전망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열린 마인드를 지닌 공간이 아쉽다
분당이 카페나 도서관이 아쉬운 도시는 아니다. 그러면 갈 곳도 많은데 왜 기업체나 종교기관을 기웃거려야 하나? 우리가 원하는 곳은 지역주민들과 소통의 여지가 있는 곳, 그런 열린 마인드를 지닌 공간이다.
"성남시에 거주하면서 문화예술을 즐기는 지역주민들이 가장 절실한 게 무엇인지 아십니까? 바로 공간입니다. 문화 활동 인구에 비해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죠." 성남문화재단 문화연구부 박승연 부장의 말이다. 이렇게 큰 도시에 공간이 그렇게 부족할까?
"공공기관의 장소가 많은데, 공무원들이 근무하지 않는 밤이나 휴일에는 책임소재 문제 때문에 대여를 꺼리죠. 사용하고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시민의식도 문제입니다."
일본의 경우 밤이나 휴일은 시민자원봉사로 운영하는 공민협조체계로 공간 수급을 해결한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남문화재단에서는 지난 2006년부터 성남시의 자생적 아마추어 문화 동아리를 발굴하고, 시민 문화예술 활동공간의 부족 실태를 파악해왔다. 2007년에는 성남시 소재 구청 및 주민자치센터, 공·사기업, 복지기관, 초등학교, 교회 ,성당, 사찰 등 종교 시설을 포함해 활용 가능한 160개 문화 공간 DB를 구축했다. 공간은 많다. 하지만 여전히 지역주민들에게는 닫혀있는 것이다.
공간, 어떻게 하면 이용할 수 있나?
성남문화재단에서는 공간 나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문화통화 공간 품앗이''라는 자치제도를 구축해 문화예술 공간 수급문제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 문화통화거래는 장소를 제공하는 기관과 문화 활동을 펼치는 클럽 각각이 지역문화화폐 개념인 ''넘실통장''을 개설하고 공간 대여 시 넘실(화폐단위)을 주고받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섹소폰 클럽이 사랑방 2호인 ''보봐스기념병원''의 홀에서 1시간 공연을 하고자 한다면 마이너스 5천 포인트를 사용하게 된다. 이 포인트는 공간 대여 기관인 보봐스기념병원 넘실 통장에 쌓인다. 병원은 여러 문화클럽에게 장소를 대여하고 비축한 포인트로 원하는 날, 원하는 공연이나 전시를 요청할 수 있다. 선택된 문화클럽은 재능봉사로서 공연이나 전시를 펼치고 병원이 사용하는 넘실을 다시 통장에 쌓을 수 있다. 현재 이 제도에 가입된 문화통화 회원은 439명, 클럽 수로는 70여개에 이른다. 하지만 사랑방으로 가입된 기관의 공간 수는 9곳 밖에 되지 않는다. 현실적인 제도의 활성화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성남문화재단 박승연 부장은 "공공정책의 도움 없이는 공간의 수급을 해결할 수 없다"며, "올해 이재명 시장이 각 주민센터의 적극 개방 방침을 공표했는데, 이러한 제도적 시스템의 뒷받침을 통해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실용화 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Tip - 공공기관 공간 활용 이렇게 하세요>
*성남시문화재단 등록 사랑방
1호 만나교회(야탑동), 2호 보바스기념병원(금곡동), 3호 풀시티갤러리카페(서현동),
4호 서현청소년수련관, 5호 한국학중앙연구원(운중동), 6호 성남시 노인보건센터(상대원동)
7호 수진동 성당(수진동), 8호 헤리티지너싱홈(금곡동), 9호 카페 열린공간(분당동)
*문화통화 공간품앗이 : 문화통화 회원 가입서 작성 -> 회원교육 및 통장 지급 ->공간사용 신청(성남문화재단 문화연구부)->공간이용 협의 및 통보(통장거래) 문의 : 031-783-8123
*NHN 그린팩토리 : 1층 라이브러리 - 신분증 맡기고 열람. 도서대여불가. 평일 오전10시~오후10시, 주말 오후 5시까지, 문의 : 1588-3830 / 2층 커넥트홀 비영리단체 외부대관 가능 / 문의 : 031-784-4871 / 위치 :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178-1
*한국지역난방공사 : 300석 규모 강당 대관 가능(평일), 홈페이지 신청란에 접수, 순수 목적 비영리 단체, 봉사단체에 심사 통해 대관 통보. 사용료 무료. / 지역주민을 위한 수영장 개방 (1년 단위 50명 무료이용권 발급, 대기신청 가능), 휴일 요한성당 방문객 주차장 개방 / 문의 031-780-4118 / 위치 : 성남시 분당구 분당동 분당로 186번지
*성남시청 하늘북카페 : 일반열람실, 어린이방, 담소방 (평일 월~금 오전9시~오후 10시 / 주말 토,일 오전 10시~오후 6시) / 모임방 예약사용가능 (일주일전 예약필수, 최소 5인 이상 24인까지 수용가능, 2시간 사용 무료) 문의 : 031-729-2114 / 위치 : 성남시 중원구 성남대로 997(여수동 200)
*예수소망교회 북카페 쉼터 : 월요일 휴무, 일요일(오전6시30분~오후7시30분), 화~토(오전10시~오후7시30분), 문의 : 031-713-9191 / 위치 :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210-1
*만나교회 : 1층 카페 파구스 개방, 공간 파구스(야외농구장, 체육실, 소체육실, 에어로빅실)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사용 신청 가능, 허가 여부 확인 필요.
문의 : 031-706-3351(내선 200번) / 위치 :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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