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내 마시던 커피 대신 향기로운 잎차가 그리워졌다. 그래서 박경엽 씨를 찾아갔다. 그 날은 마침 날씨가 쌀쌀했다. “차부터 마시자”고 청했다. 물 끓이고 다구를 마련하는 박 씨의 모습이 노랗게 배어 나온 찻물 같았다. 지난 15년 동안 부천에서 차 문화를 연구해온 향기로운 손놀림이었다. “차는 음료수나 약용으로 마시기 시작했지만 점점 기호식품에서 취미생활로까지 연결됐다”는 그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일상생활의 도를 끽다(喫茶)와 관련지어 다도로 발전하게 됐다”며 운을 뗐다. 다도는 정성스럽게 만든 차와 좋은 물을 준비하고 알맞게 우려내야 이뤄진다. 그 안에는 다도정신이 있다. 다실의 분위기와 다구의 아름다움, 차의 성품, 차를 끓이는 여러 가지 순서 등에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있는 것이다. 그녀는 현대인들이 녹차를 우려 마시면 차를 마셨다고 말하는 것이 탐탁하지 않다. “다도는 철학과 사상, 건축, 음악 등 우리 전통을 함축한 종합문화예술이예요. 미래의 꿈나무들에게 다도를 가르치면 인성, 감성 교육이 저절로 됩니다. 고리타분하다는 생각을 접으세요. 다도를 현대와 접목시켜 우리의 문화유산으로 성장시켜 나가야 합니다.”
부천시민들의 웰빙 생활을 돕기 위해 차(茶) 문화를 전파해 온 박경엽(60)씨. 박 씨는 봄이면 복사골예술제에서 ‘전통 차문화전과 차 예절 경연대회’를 열고 가을에는 ‘다례, 다악, 다무의 향연’을 개최하며 다례를 통한 부천 사랑을 실천해왔다. 더불어 유아와 초등학생들에게 차를 통한 인성교육에도 매진하고 있다. 다도(茶道)는 ‘차를 통한 심신 수련’이라고 말하는 그녀를 (사)한국차문화협회 부천지부로 찾아갔다.
은은한 차의 매력
전남 광주 출신인 박 씨는 국악 전공자다. 호남 살풀이 이수자이기도 하다. 가야금을 연주하고 소리도 한다. 그런 그녀가 차의 매력에 빠지게 된 것은 언제였을까. 20대 초반 박 씨는 전남 중심사(衆心寺)에서 친구의 할아버지인 화가 허백련을 만난다. 허 화백이 손수 차 내리는 모습을 보고 차에 대한 관심을 가졌다. 또한 대학생 봉사단으로 찾아간 광주농업기술학교 차밭에서 찻잎을 따고 차를 만들면서 차를 음미하기 시작했다. “광주의 전통 찻집을 찾아다니며 계속 차를 마셨어요. 정식 공부를 한 것도 아니었지만 자연스럽게 차에 대한 지식을 쌓아가게 됐죠.” 70년 대 그녀는 광주를 떠나 부천으로 이사 온다.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차 공부를 시작했다. 서울 삼청동 차생활교육원을 찾아가 2년 동안 공부했고 차문화협회 대학원을 통해 사범 자격을 취득했으며 5년 후에는 (사) 한국 차문화협회 부천지회장이 됐다. 한 우물을 판 결과였다. “그동안 차와 함께 하면서 우리나라 차의 좋은 점을 알게 됐죠. 사계절이 뚜렷한 곳에서 딴 우리 차는 부드럽고 맑고 향기롭습니다. 2~ 3년 동안 꾸준히 차를 마시면 은은해서 있을 듯 말 듯 한 그 매력을 느낄 수 있지요.”
보고 느끼고 즐겨라
“흔히 녹차라고 부르지만 정확한 명칭은 잎차입니다. 곡우 지나 딴 잎차가 정말 좋죠. 색, 향, 미를 음미하며 차를 마셔보세요. 각종 성인병이 예방됩니다.” 박 씨는 반발효차인 오룡차와 완전발효차인 홍차, 후발효차인 보이차가 있다고 설명한다. 그 중 보이차는 숙성 정도를 잘 알고 마셔야 몸에 좋다. “차를 마신다는 것은 뭐 형식을 갖춰놓고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만 보고 느끼고 즐기면 되는 거죠.” 올해부터 그녀는 ‘차문화와 예절 그리고 우리문화체험’ 무료 강좌를 열고 있다. 맞벌이 가정 자녀를 위한 효도다례의 하나다. 초등학생들에게 국악과 동요, 명상 차를 가르쳐서 오는 5월 5일 열리는 복사골예술제 어린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또한 다례와 국악을 가르치는 어린이 화랑예술단도 키워갈 생각이다. “안양, 평택, 과천 같은 도시에는 우리 부천에 없는 예절교육관이 있어요. 우리 부천에도 차 교육을 통해 어린이들의 인성과 감성을 키울 수 있는 차문화예절교육관을 마련해주기를 부천시에 건의합니다.”
TIP 박경엽 선생의 ‘잎차 맛있게 마시는 방법’
잎차를 맛있게 마시려면 먼저 물을 100도로 끓이고 다구를 정돈한다. 물 식힘 그릇과 다관, 찻잔 순으로 예열한다. 식힘 그릇에 물을 담아 잠깐 식힌다. 70~80도로 식힌 물을 다관에 붓는다. 1~2분 정도 뒀다가 다관에 따른다. 잔에 따를 때는 한 번에 다 따르지 않고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다시 위, 아래로 옮기며 조금씩 잔을 채워야 한다. 마실 때는 색, 향, 맛을 알아차리며 마신다. 한 잔을 세 번 정도 나눠 마시면 좋다.
임옥경 리포터 jayu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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