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살아난 생명, 그 희열 때문에 노래 합니다
“추운 겨울에는 마이크 밑으로 고드름이 20cm 이상 달리고, 손에 동상이 생겨 손톱이 새까매지고 빠진 적도 숱하죠.” 27년째 거리 공연으로 난치병 환자들에게 새 생명을 주고 있는 가수 김채우(49)의 말이다.
삶이 각박하고 정이 메마르는 이 시대에 사람들의 마음속에 희망의 불씨를 심어주는 훈훈한 가수를 만났다. 나이가 무색하리만큼 환한 외모였지만 그의 입에서 나오는 그의 인생 스토리는 감탄을 금치 못하게 했다.
23살에 전일방송가요제 입상을 계기로 가요계에 데뷔를 해 가수활동을 펼치다 ‘뜻한 바 있어’ 가난하고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는 이웃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입을 열었다.
2억원, 헌혈증서 1만6000여장 모아 희망나눔 실천
부유했던 고3, 갑자기 닥쳐온 아버지의 사업실패와 치료비가 없어 손도 써볼 수 없었던 아버지의 죽음은 그에게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그런 아픔을 겪은 후에 자신과 같이 힘들고 어려운 이웃들을 돕기로 결심, 용기를 내 통기타를 들고 거리로 나가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벌써 27년째다. 거리 공연을 하면서 10년 동안 명동, 종로에서 고아들을 데려다 키우기도 했다.
물론 제일 고생이 심했던 것은 그의 아내 김영미(44)씨였다. “아이들 데리고 와서 매일 밥 해먹이고 학교까지 보내고. ‘제발 좀 그만하자’고 말렸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죠.” 호탕하게 웃는 그녀의 모습 속에는 남편에 대한 원망보다는 나눠줄 수 있는 자의 여유가 더 느껴진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기타를 들고 사람들에게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하고자 했던 그는 그 동안 모은 모금액이 자그마치 2억 원이나 된다. 한 푼 두 푼 모아진 그 과정들을 생각해보면 어찌 돈으로 그 가치를 매길 수 있을까. 또 헌혈증서도 1만 6000여 장을 모았다. 그랬기에 지금까지 350여명의 난치성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었다.
“모두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었어요. 10명 중 5명 정도는 안타까운 경우를 맞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1%의 희망이라도 절대 버릴 수 없죠. 지금도 4개월 된 박희망이라는 아이들 돕고 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네요.”
몇 년 전부터는 영동고속도로 강릉방향 여주휴게소에 무대를 마련하고 모금 활동을 펼치고 있다. 가수 신민혁, 유한명과 함께 무대를 꾸미는데, 자원봉사자까지 6명 정도가 함께 행동한다. “오며 가며 알아보고 반가워하는 팬도 많고, 데뷔 앨범은 현장 판매만으로 10만 장 이상 팔리고 있어요.”
물론 팬들의 관심도 고맙지만 요즘 그를 더욱 기쁘게 하는 것은 대학생 딸 민지다.
“옛날에는 아빠의 일을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요즘에는 아빠가 자랑스럽다며 일요일에는 모금현장에 나와 무대도 세팅하고 저를 도와주는 모습을 보면 너무 기특하고 행복해요.” 그의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27년 동안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을까? “좋은 일도 많았지만 좌절도 있었죠. 너무 많아서 일일이 열거 할 수 없을 정도에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환자의 입술에 생기가 돌고, 완치했을 때의 그 희열. 그것 때문에 저는 이 일을 그만 둘 수가 없어요.”
1990년에는 나라에서도 공로를 인정받았다. 대통령 표창을 받은 것. 그 이듬해에는 서울시민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3집 앨범 ‘나답게 살자’를 내고 활발한 활동 재개
그가 그 동안 자선 활동과 라이브 무대로 인기를 다져오다가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마흔이 넘은 나이에 내 놓은 ‘사랑합니다’라는 노래를 통해서다. 사람들은 가수 김동준으로 더 많이 알고 있다. 김채우라는 이름은 2년 전에 개명을 한 것인데 “빈곳에 무언가를 채워 넣는 사람이 되고 싶어 이름을 바꾸게 됐다”고 설명한다.
그는 매일 밤이 되면 그의 이름을 건 무대로 돌아온다. 분당에 서현동에 있는 ‘김채우의 7080라이브 까페’가 바로 그곳. 7080의 시절로 추억여행을 하는 곳이다. 그는 이곳에선 ‘주인장’으로 불리길 좋아한다. 그 소탈한 성격처럼 음악으로 관객과 소통하고 감성과 열정 한마음이 되는 그 시간이 소중하다.
얼마 전에는 3집 앨범 ‘나답게 살자’를 내고 다시 방송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편안하고 부드러운 음색이 사람들한테 반응이 좋다. 또 이 곡은 개봉을 앞둔 영화 <창수>에서 임창정이 부르는 노래이기도 해서 기대가 모아진다. 그는 “앞으로는 라디오나 방송에서도 자주 만나 뵐 수 있을 것”이라며 많은 기대를 부탁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더 해보고 싶은 일을 묻자 그는 “지금까지의 27년은 리허설이었다. 시작은 지금부터”라며 그의 최종 목표인 ‘사랑의 집’에 대해 설명한다. 무의탁 노인을 모실 수 있는 공간이다.
“능력이 되면 한분이라도 더 모실 수 있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의 말처럼 더 열심히 이웃사랑, 노래사랑을 실천해 더 멋진 열매를 맺기 기대해 본다.
이세라 리포터 dhum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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