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관계는 기본적으로 갈등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실제로 여성들의 인권이나 사회적 지위가 상승하고 있고 고부관계에 대한 사회적 시각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음에도 여전히 고부갈등문제는 결혼문화에 있어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그러나 고부갈등 문제의 심각성은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데 있다. 실제로 고부갈등은 화병의 주요 발병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미국 정신과학회 사전에도 ''화병(hwa-byung)''으로 등록되어 있을 정도다.
행복한 가정생활을 위해 넘어야할 고부갈등 요인과 해결점을 짚어봤다.
사례로 본 고부갈등, 장모사위 갈등
"시어머니... 이 네 글자만 생각하면 가슴 한구석이 꽉 막힌 것이 화부터 치밀어옵니다. 남편 지극한 효자입니다. 모자가 서로에게 정말 끔찍합니다. 자기엄마랑 살지 결혼은 왜했나 모르겠어요…먹는 거 하나하나 어찌나 까다롭던지, 물론 아들에게 좋은 거 먹이고 싶은 엄마마음 이해는 하지만 식사 때마다 남편 건강을 생각하는 거냐, 밖에서 일하는 사람 먹는 거라도 신경 써줘야지... 잔소리가 끝도 없네요…"-미즈넷 며느리희로애락 사연 발췌-
"남편은 장남입니다. 시부모님의 연세가 그리 많지는 않으시고 경제적 능력이 어느 정도는 있는 편이죠. 그런데 장남이라는 이유로 경제적으로 너무 많은 요구를 하는 거 있죠. 매달 드리는 용돈은 기본이고 가족모임 자리에서 밥값은 물론 가족여행이라도 떠나면 모든 경비는 당연 장남 몫이 돼버리죠…사소한 경조사에 회갑연, 칠순잔치, 동생들 결혼까지…언제부턴가는 요구하는 금액이 점점 커지는 겁니다. "-고미정(가명·43세, 안양시 귀인동)-
"아들내외 부담이나 덜자고 손자를 키우게 됐어요. 헌데 버릇없는 행동을 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잡아 줬더니 며느리가 싫은 내색을 하더라고. 할머니가 손자를 야단칠 수도 있지, 손자가 미워서 야단치는 할머니가 세상에 어디 있겠냐고… " -이순자(가명·68세, 의왕시 내손동)-
"시도 때도 없이 호출하는 장모님 때문에 휴일이 두렵기까지 합니다. 집안의 큰일이나 자주 처가에 가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어도 느닷없이 회사로 전화해 김치 가져가라, 어디 가는데 운전 좀 해라는 식의 잦은 호출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 김규철(가명·39세, 안양시 부림동)-
겉으로는 웃고 속으로 곪는다?
''고부관계 심리학''의 저자 박정희(이레아동가족상담연구소) 소장은 책에서 ''최근에는 만혼(晩婚)이 늘고 일하는 여성이 많아지면서 고부갈등이 표면적으로 줄었다. 과거엔 자녀가 어린 나이에 결혼해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에 시어머니가 되는 여성이 많았다. 이시기는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는 갱년기로, 갱년기 여성이 시어머니가 되면서 며느리에게 아들을 빼앗겼다는 상실감과 갱년기 증상이 더해져 히스테리를 부릴 가능성이 많았다. 반면 요즘은 갱년기를 지나 다소 편안해진 상태에서 시어머니가 되고 며느리 역시 적지 않은 나이에 사회생활 경험까지 더해져 서로를 이해하는 폭이 커졌다''고 서술하고 있다. 또 ''시어머니와 며느리 모두 교육수준이 높아지면서 체면과 교양, 합리성을 따지게 된 것도 표면적으로 고부갈등이 줄어드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어머니와 며느리간에 말 못하는 고민은 상대적으로 늘어 심각한 문제를 띄는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 이에 박 소장은 ''오늘날 고부갈등은 단순히 고부간의 갈등이라기보다 부모세대와 자녀세대 간의 갈등으로 보는 것이 옳다''고 설명하고 ''다양하고 세분화된 고부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서로 다른 상황을 인정하고 대화를 통해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적고 있다. 서로가 다른 문화에서 성장했고 가치관이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서로 대화하면서 벽을 없애야 한다는 것. 특히 서로에게 불만이 쌓여도 속으로만 삭이는 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갈등은 바로바로 푸는 게 좋다.
김은진 리포터 jolikim@hanmail.net
Tip 참으면 병(病)된다. 화병!
● 화병이란?
-- 화병이란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오랫동안 쌓여서 생긴 화가 분노덩어리가 되어 신체적 정신적으로 문제 증상을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우울증과 마찬가지로 주변환경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지만 질병의 발생이나 증상의 배경에는 우리나라 특유의 문화적 배경이 영향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화병이 우울증과 구별되는 것은 분노와 같은 억눌린 감정을 스스로 내면화하면서 억압된 감정이 신체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 화병의 증상은?
-- 화병이 생기면 개인의 성격, 체질, 스트레스에 대한 대응능력에 따라 순환기계, 신경계, 호흡기계, 소화기계 등 다양한 증세로 나타날 수 있다. 열이 확 오르거나 가슴이 답답하며 우울감, 불면증, 식욕저하, 피로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소화가 잘 안되거나 명치에 뭔가 걸려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몸 여기저기에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무언가 치밀어 오르고 갑작스레 분노가 폭발하거나 짜증이 나며 죽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 화병 예방책은?
-- 화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화의 원인을 제거하고 스스로의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또 평소 규칙적인 생활습관과 운동 등을 통해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주는 것이 필요하다. 취미 생활 역시 화를 안으로 삭이지 않고 발산하는데 도움이 된다.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기만 하는 것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가족이나 친구, 가까운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는 것이 좋다. 대인관계 등의 스트레스 증상이 장기간 지속되거나 스스로 대처방법을 찾기 어렵다면 전문적인 상담과 함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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