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푸드뱅크 노인참여나눔터 나도연 회장

지역내일 2011-05-10 (수정 2011-05-10 오후 2:10:56)

“여그가 좋은 이유? 재미나니께” 



생산, 유통, 판매, 사용과정에서 생기는 잉여식품 및 생필품을 기탁 받아 필요한 이웃에게 전달하고 유용하게 활용하도록 돕는 나눔 복지사업. 전국 367개소 푸드뱅크에서 진행하고 있는 주요 사업 내용이다.
성남에도 비영리민간단체인 ‘사단법인성남푸드뱅크’가 다양한 지역복지 사업으로 지역주민들 삶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나도연(75ㆍ성남동)회장은 이곳에서 운영하는 ‘노인참여나눔터’의 회장이자 성남푸드뱅크에 없어서는 안 될 소문난 일꾼이다.
비영리민간단체들의 특성상 이곳도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손발이 되어줄 활동가는 턱 없이 부족한 상태. 이곳 일이라면 만사를 제치고 달려 나오는 나 회장은 그런 점에서 자타공인 열성 당원(?)이기 때문이다.


수족 멀쩡한데 도와야지
“밥도 같이 만들어 먹고, 어려운 이웃한태 도시락 배달도 하고, 우리 같은 노인네들 재미난 것도 가르쳐 주고, 얼마나 좋은 일을 많이 하는데. 수족 멀쩡할 때 도와야 되는 게 당연하지. 집에서도 가깝고 하니 매일 ‘뭐 할 일 없나’ 들여다보고, 오다가다 들러서 마늘이라도 까고 가야 직성이 풀린다니까.”
노인의 존엄성을 회복하고 스스로 도우며 정을 나누는 모임인 ‘노인참여나눔터’의 37명 회원들과 함께 체조수업도 받고, 죄다 잊어버린 운문(한글)도 배우고, 1년에 한 두 번씩은 회비를 모아 영화관도 가고, 여행도 가니 이만한 재미가 없다는 나 회장.
작은 보탬이라도 되고 싶어 크고 작은 일에 일손을 보탠 게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
“나 같은 노인들은 그나마 아주 좋은 세상이여. 그런데 아파서 여기 못나오는 노인네들이 많아요. 그 노인들 한태 도시락 맹글어 갔다 주면 뿌듯하지. 여기서는 바라지만 않고 움직일 수 있으면 뭐라도 같이 해요. 궂은 일 가리지 않고 돕고 가족처럼 지내니 좋지.”


아들딸보다 잘해주는데 얼마나 좋아
성남푸드뱅크는 2009년 27억 가량의 물품 후원을 얻어 전국 최고의 실적을 올리기도 했던 기관. 하지만 시나 지자체에서 인건비 보조가 없어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도연 회장 등 지역주민들의 참여와 협조는 큰 힘이 되고 자랑이 된다.
“한 4년 됐나? 노인들 운동(체조) 시켜준다고 해서 왔다가 재미를 붙었지. 솔직히 아들딸 있어도 외식 한번 잘 안 시켜주는데 여기는 1년에 한번 씩 관광도 보내주고 지난번에는 오리집에서 외식도 시켜주고 말이여 (웃음), 우리들 한태 참 잘해.”
요즘은 나눔터에서 배우는 수화에 재미를 붙였다는 나 회장.
“손도 많이 놀리게 되고 머리를 쓰게 되니 재미나. 배워두니 여기저기서 불러주면 또 나가기도 하고. 행사 나가서 티셔츠 똑같이 입고 수화하면 내가 봐도 그럴듯하거든. 하하하”
그렇게 이곳은 나도연 회장과 회원들의 사랑방이자 노후를 재미있게 보내는 여가공간이 되고 있다.
“뭣보다 여기 선생님들이 작은 거 하나라도 우리한테 물어보고 결정하니까 좋아. 늙은이들 이렇게 대접해 주는 데가 어딨어. 어디가나 다들 찬밥신센데 말이야.”


나는 여기 회원이 아니라 가족이여
이곳에서 운영하는 무료급식이나 공부방 아이들 챙기는 일, 회원들 네트워크 등 나 회장의 손길이 닿으면 무슨 일이건 일사천리가 된다.
“방학 때는 점심, 저녁 끼니마다 아이들 밥 챙겨줘야 돼니 일손이 많이 딸려요. 그래서 내가 동네 친한 친구 9명을 같이 불러 도와주고 설거지도 하고 하니 아주 마음이 좋아. 친구들에게 여기 만원하는 후원금도 내라고 하면 다달이 잘 내고, 아주 고맙지.”
그렇게 활동봉사뿐 아니라 후원처 개발(?)도 나서서 하고 있는 나 회장.
소소한 일부터 크고 작은 일까지 그이를 찾는 요청에 한번도 ‘노’를 한 적이 없다.
“우리 아저씨도 내가 다른 일로 꿈지럭 거리면, 왜 안가고 꾸물대냐고 할 만큼 여기 취미 붙이고 사는 사람으로 인정해 준다니까.”
지난 정월에는 노인나눔터 회원들과 합심해 떡을 만들고 동네방네 이고 다니며 팔았다고.
“내가 이 동네에 오래 살았응께 다들 팔아주더라고. 떡 팔아 모은 돈으로 공부방 아이들 생일잔치도 해주고 내복도 사줬어. 그러고 나니 우리도 뿌듯하니 좋았지.”
성남푸드뱅크에서 그이는 언제나 그렇듯 늘 필요한 곳에서 버팀목이 되는 가족의 다름 아니었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성남푸드뱅크는?



사단법인성남푸드뱅크는 잉여식품과 생필품을 기탁 받아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 사업을 하고 있는 대표적 지역 민간 기구다.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에서 10년 가까이 튼실한 운영을 해온 단체로 기부 받은 식품을 나누고 지원하는 푸드뱅크사업, 지역 내 돌봄이 필요한 아동을 안전하게 보호, 교육해 건강히 성장하도록 돕는 ‘지역아동센터’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또한 저소득, 질병 , 외로움 등 고통  받는 노인들이 스스로 도우며 따뜻한 정을 나누는 모임인 ‘노인참여나눔터’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후원문의:  031-757-1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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