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환자식대 1000억 거품 드러나

지역내일 2011-03-22
병원 환자식대에 거품이 끼었다는 의혹이 정부기관의 연구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영희 의원(민주당)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건강보험 식대 재평가 및 개선방안’ 연구자료에 따르면, 의료기관이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한 식대가 원가보다 1000억원 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 의원은 “정부의 연구결과 1천억원 정도 건강보험재정이 낭비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식대수가를 재조정해 낭비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복지부 ‘식대거품’ 보고받아 =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2009년 병원에서 환자들의 식대가 일반식 기준으로 원가보다 57원~1124원 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기관 종류별로 보면, 대학병원급인 상급종합병원은 일반식보다 57원(1.1%) 높았고, 종합병원은 1124원(21.9%), 병원은 1090원(23.3%), 의원은 766원(21.2%) 높았다.
치료식의 경우 상급종합병원만 원가대비 수가가 348원 낮았고, 나머지 의료기관은 170원~704원(4.2~13.9%)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건보공단은 이같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2009년 1년간 식대를 약 9000억원 가량으로 추산했다. 같은 해 건강보험에서 지급된 식대가 1조원 가량 되는 점을 고려하면 1000억원의 거품이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일반식과 치료식의 수가역전 = 식대에 거품이 있다는 사실은 일반식과 치료식의 수가 역전현상에서 잘 드러난다.
병원의 환자식대는 일반식과 치료식으로 구분되는데 각각의 기본가격은 3390원, 4030원이다. 특별한 가산이 붙을 경우 일반식은 최대 5680원, 치료식은 6370원이다. 치료식은 일반식에 비해 식단계획과 조리 등 별도의 환자관리가 요구돼 업무량이 더 많기 때문에 일반식보다 비싸게 수가를 책정한 것이다.
하지만 건보공단의 연구에 따르면 일반식에 비해 치료식의 수가가 더 낮은 수가 역전현상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건보공단은 2010년 6월 기준으로 전체 식대를 청구한 병원 5437곳 중 975곳(17.5%)에서 역전현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비중은 2006년 7.7%에서 2007년 12.3%, 2008년 15.2%, 2009년 16.5%로 매년 증가추세를 보였다.
최 의원은 “식대 수가 역전이 발생하는 이유는 선택메뉴 가산이 일반식에만 적용되고 인력가산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지만, 이는 결국 식대 수가에 거품이 끼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실련, “식대거품 3천억원” = 의료기관이 제공하는 환자식대는 2006년 6월부터 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하는 보험급여 대상에 포함됐다. 도입 당시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식대수가가 원가에 비해 높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 우선 도입하고 1년후 식대원가를 조사해 적정성을 재평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07년 7월부터 2008년 3월까지 병원식대에 대한 원가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식대 수가에 거품이 있고, 이를 조정할 경우 연간 약 1천억원의 재정절감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2008년 3월말 최종보고를 하고 발간계획까지 잡힌 이 보고서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자 어찌된 일인지 발표되지 않았다.
2010년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던 최 의원은 “현 정부가 의료기관의 반발이 두려워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공공병원을 대상으로 식대원가를 조사한 결과 1식(食)당 1444원, 연간 2929억원 거품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제 또다시 식대거품이 사실로 확인된 상황에서, 복지부가 어떤 조치를 취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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