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ㆍ나눔ㆍ경제교육 배우는 재활용의 미학

지역내일 2011-03-21 (수정 2011-03-22 오전 10:17:53)
애물단지가 보물단지 되는 순환의 법칙



봄이 되면 집안에 묵혀둔 쓰지 않는 물건들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새 학년이 되고 처치 곤란해진 교과서, 훌쩍 커버린 아이들이 대견하면서도 못내 버리기 아까운 옷, 이제는 시들해진 멀쩡한 장난감 등등. 집에 두어봤자 먼지만 묵히고 버리자니 아까운 물건들이 누군가에게 소중한 쓰임이 될 수 있다면 재활용의 미학(美學)은 비로소 피어나게 된다. 성남ㆍ용인의 재활용 장터를 통해 환경과 나눔, 경제 교육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보았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PART A: 나눔 장터에서 만난 사람, 사람들
봄바람처럼 재활용과 나눔의 바람도 솔솔~



봄바람이 살랑이던 지난 3월 12일, 새 학기가 시작돼 맞은 첫 번째 노는 토요일에 맞혀 이색장터가 열렸다.
성남시청 앞 광장 앞을 꽉 메운 사람들과 아이들, 한 평 남짓한 좌판에 딱지부터, 장난감 인형, 고무줄 총까지 늘어놓고 흥정을 하는 아이들. 철지난 옷들을 단돈 500원에 파는 젊은 주부의 모습. 이제는 보지 않는 책들을 늘어놓고 판매에 열을 올리는 고등학생까지 여느 장터의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성남시에서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해 개장을 시작한 ‘성남행복나눔장터’가 첫 개장한 이날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모처럼 활기를 띄고 있었다.
초등학생 아이와 함께 장터를 찾은 김진아(37ㆍ야탑동)씨는 “우연히 장터가 열린다는 소문을 듣고 구경나왔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물건들이 나와 있을 줄 몰랐다”며 “아이가 평소 드라마를 보며 입고 싶다던 현빈 표 트레이닝 한 벌을 싸게 구입해 기분이 좋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그동안 집안에 굴러다니던 장남감과 옷, 책들을 정리해 가지고 나왔다는 이현미(41ㆍ분당동)씨는 “모처럼 나들이 겸 아이와 함께 나왔는데 자기한태는 매력적이지 않은 물건들을 구경하고 사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아이가 신기해하는 것 같다”며 “비록 적은 금액이지만 물건을 팔아 돈을 버는 재미를 경험해 본 것이 아이한태 좋은 교육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버리는 물건이 쓰이는 물건으로
이날 장터에는 이처럼 아이들과 함께 나와 경제 교육의 살아있는 현장을 체험한 사람들이 많았다. 장터에서 만난 마재현(성남 제일초 6학년)군도 딱지, 책받침, 물통, 책들을 펼쳐놓고 동생(초4, 초1)들과 물건을 파는 재미에 여념이 없다.
파는 물건들이 아이들 것이라 구경하는 사람들도 아이들이 대부분. 웅성웅성 거리며 흥정을 나누는 아이들의 표정이 진지하면서도 즐겁다.
“동생들과 상의해 장터에 팔 물건들을 정리해 가지고 나왔어요. 다른 아이들이 물건 값을 물어보고 또 사가고 하니까 재미있어요”
그런가 하면 살림과 교육을 함께 공유하고 나누는 온라인 카페, ‘분당엄마따라잡기’를 운영하는 박은정(43ㆍ분당동)씨는 카페 회원 10여명과 함께 장터에 나온 경우.
“봄이 되면 아무래도 집안 청소도 하고 책이며, 옷이며 정리해야 할 것들이 많은데 이참에 회원들과 함께 집안의 재활용 물건들을 모두 모아 나왔어요. 제가 예전에 옷장사도 했는데 그때 팔다 남은 옷들도 가지고 나와 팔고 있어요. 회원들이 아이들도 같이 데리고 나와 함께 물건을 파니 경제 교육이 저절로 되는 것 같아요. 기회가 되면 회원들과 자주 나와야 될 것 같아요.”
이처럼 3월의 시작을 교환과 나눔의 경제로 일석이조의 장이 펼쳐지고 있는 재활용 나눔 장터는 각 지자체 마다 활기를 띠며 진행되고 있어 반가움을 주고 있다.
용인의 경우도 매주 금요일과 노는 토요일 지정된 장소에서 재활용 장터가 열리고 있어 자원이 재활용되는 순환의 마법을 아이들과 체험해 볼 수 있다.
봄이 오는 길목, 집안에 묵혀 두었던 물건들이 반짝이는 보석으로 재탄생 되는 기적, 재활용 장터에 가면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미니 인터뷰: 성남시 행복 나눔 장터 이규완 팀장
행복도 함께 나누는 장터를 만들자고요!



버리기 아까운 물건들은 많은데 버리지는 못하고 차곡차곡 쌓여만 가니 처리하기도 어렵다는 주부들의 의견들이 많아서 ‘행복나눔장터’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카페를 만들어 온라인으로 판매 신청을 받다보니 그 과정에서 젊은 층의 욕구가 강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시민들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참가 신청서를 내고 첫 개장인데도 자리 배정이 완료돼 대기자까지 받아야 할 정도였습니다.
사실 처음엔 200자리가 모두 찰 수 있을까 내심 걱정했는데 시민들의 욕구와 맞아 떨어져 장터가 활기를 띄게 되었죠. 또 토요일에 진행돼 자연스럽게 아이들 데리고 방문하고 필요한 것들을 저렴하게 나누고 하는 모습이 행복을 나누자는 저희 취지와도 잘 맞아 보람됩니다. 사실 서초 벼룩시장이 유명세를 타고 있어 벤치마킹을 했는데 서초는 중고물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전문 상인들이 많은 반면 이곳은 각 가정에서 쓰지 않는 물건을 가지고 나와 필요한 분들에게 판매하는 그야말로 나눔의 장터가 되고 있습니다. 주로 30~40대 부주들의 참여가 80~90%를 차지하고 가족단위의 방문객들이 많아 활기를 띄고 있습니다. 재활용은 국가적 차원에서도 도움이 되고 각 가정에도 도움이 많이 되니 1석 2조지요. 게다가 환경도 보호할 수 있고요. 앞으로는 기부 코너도 만들어 재활용과 기부의 문화도 정착시킬 예정입니다. 점점 단절 되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이웃과 대화를 나누는 나눔과 소통의 장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용 tip>
* 매주 토요일 시청 앞 광장에서 개장, 재활용이 가능한 모든 물건과 친환경 제품의 판매 가능.
* 좌판 신청은 온라인 카페(http://cafe.naver.com/smusedmarket)에서 매주 받고 있다.
* 문의: 031-729-2921

PART B: 이런 재활용 활동 어때요?
#1: 집안의 폐지모아 용돈 벌고 있는 홍자원군 



분당구 정자동의 홍자원(분당 중1)군은 집안에 굴러다니는 폐지를 모아 용돈을 벌고 있다.  어느 날 사촌형의 방문으로 재활용에 눈뜨게 되었다는 홍군. 폐지활용으로 용돈을 모아 필요한 물건들을 사고 있다는 말에 힌트를 얻었단다. 그날부터 홍군의 눈에도 쓰레기로 버려지던 폐지가 귀한 자원이 되기 시작했다. 집에서 보던 2종류의 신문과 다 쓴 참고서, 문제집, 책, 하다못해 버려지던 전단지까지 훌륭한 자원이 되었다.
“버려지는 폐지와 신문을 3달 정도 모으면 100kg정도는 넉넉히 모을 수 있어요. 폐지를 모아 집 근처 재활용업체에 갖다 주면 보통 그람(g)수로 가격을 따지게 되는데 3만 원 정도는 받을 수 있어요. 제 용돈도 되고 또 남은 돈을 통장에 저금하면 기분도 좋아져요.”
폐지를 모으면서 베란다를 한가득 어지럽히고 3달에 한 번씩은 아빠의 도움을 받아 폐지업체까지 실어 날아야 하는 수고는 있지만 홍군은 폐지 재활용을 통해 용돈 뿐 아니라 얻는 게 많다고 전한다.
“사회시간에 배운 경제 원리나 재활용을 생활에서 해보니까 재미도 있고요. 아빠가 폐지 묶을 때 도움도 주시고 열심히 한다고 격려도 해주시니 기분 좋아요. 그리고 제일 좋은 건  재활용으로 돈을 벌어 제가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거죠. 하하하”

# 2 환경과 나눔을 생각하는 청소년 동아리 활동 ‘누리랑’ 

‘종이를 구하자, 나무를 구하자, 지구를 구하자’는 모토로 환경 활동을 하며 만든 수익금을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를 후원하는 단체에 기부하고 있는 청소년 동아리 ‘누리랑’
성남과 용인의 고등학생들로 이루어진 청소년 동아리다. 이들은 실생활에서도 환경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활동을 벌이며 자체적으로 100% 재생종이 연습장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친구들과 이웃들에게 재생종이 연습장을 판매(2000원/ 1권)해 남은 수익금을 기부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누리랑 회원인 김규리(용인ㆍ홍천 고1)양은 “점점 악화되는 지구의 환경을 생각하다가 우리가 할 수 있는 활동들을 계획하고 실천하게 됐다”며 “회원들과 만나 다양한 환경 캠페인도 하고 지역에서 열리는 알뜰장터에도 나가 재생종이 연습장과 집에서 잘 보지 않는 책 등을 모아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 공부하기에도 바쁜 시기이긴 하지만 지구환경이 병들어 가고 있고, 지구 반대 편 나라에선 아이들이 굶주리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비록 청소년이라 활동 범위가 제한되긴 하지만 우리가 실제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것들을 모아 의미 있는 활동을 해보자는 생각에서 모이게 됐어요. 자발적으로 모인 동아리라 회원들의 참여와 보람도 높고 책이나 종이 재활용 등을 꾸준히 하면서 제 3세계 어린이를 돕기 위한 기부 활동도 꾸준히 가질 생각이에요.”

PART C: 성남ㆍ용인 재활용 나눔 장터, 이곳에서 열려요
* 용인 수지 ‘토요수지나눔장터’
2004년부터 시작해 용인의 대표적 아나바다 운동으로 자리를 잡은 수지나눔장터.
올 3월부터 매월 둘째, 넷째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풍덕천 2동 토월초교 앞 수지공원에서 열린다.
봉사단체인 ''수지녹색가게''가 주관하고 수지구청이 후원하는 이 장터에는 200여개 좌판이 열리고 당일 와서 자리 배정을 받는 시스템이다. 매회 평균 2500여명이 찾는 등 규모를 자랑하며 명성을 얻고 있다.
문의: 031-324-8292

* 용인 기흥구 ‘금요사랑베푸미나눔장터’
올해 3월부터 11월까지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오후 4시에 기흥구청 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장터는 기흥구 자원봉사단의 나눔장터, 개인 참가자의 자유 장터 등으로 운영된다. 행사당일 선착순으로 접수하며, 판매가능 물품은 의류, 가전제품, 학생용품 등 재사용이 가능한 중고품이라면 모두 가능하다. 판매물품을 가지고 기흥구청 앞 광장으로 방문하면 참석이 가능하다. 또 후원하는 물품과 자원봉사단의 나눔 장터 판매이익금은 불우 이웃을 돕는데 전액 사용되므로 이웃을 향한 따뜻한 손길도 더할 수 있다.
문의: 031-324-6292

* 성남시 ‘다 읽은 책 기증하기’ 시스템
성남시 관내 도서관에서는 ‘다 읽은 도서 기증하기 운동’을 실시하고 있다. 2006년 발행일 이후의 책들을 기증받고 있으며 기증된 책은 군부대나 사회복지시설, 책이 부족한 동사무소 도서관에 재 기증 되고 일부는 도서관에 비치되기도 한다.
10권 이상 책을 기증한 사람은 도서 대출 한도가 기존의 4권에서 6권으로 늘어나고 우수회원으로 자격이 변경된다. 기부할 책이 많으면 사서가 직접 방문해 가져가기도 한다. 
문의: 031-729-4500

* 용인시립 도서관 ‘도서 교환전’
용인시 관내 도서관은 매월 셋째 주 수요일 용인시 7개 도서관에서 도서교환전을 열고 있다. 시민들이 집에서 다 읽은 책을 도서관으로 가져오면 다른 사람이 기증한 도서와 출판사ㆍ서점에서 기증해 온 새로운 책 등으로 바꿔 주는 행사다.
1인당 최대 5권까지 교환해 갈 수 있으며 원하는 책이 없을 경우 도서교환권을 받을 수 있다. 용인시 도서관 관계자는 “가정과 직장에 ‘숨어있던’ 좋은 책을 새로운 책으로 교환해 책의 이용가치를 높이는 한편 지역 내 나눔 문화를 확산시키고 이웃 간 독서활동을 권장하는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의: 031-324-4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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