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논술
WE논술 대표 허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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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와 두루미가 한 마을에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여우는 두루미를 자기 집에 초대한다고 하여 두루미는 매우 기쁜 마음으로 승낙을 하고 여우의 집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식사시간이 되어 어떤 맛있는 음식이 나올까? 기대하고 있는 두루미에게 여우는 정성껏 요리를 하고 넓은 접시에 담아 두루미에게 내밀며 맛있게 먹으라하고 혼자서 먹기 시작 했습니다. 그러나 두루미의 긴 부리로는 도저히 넓은 접시의 스프를 먹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여우는 두루미의 국물까지 혀로 싹싹 다 먹어버렸습니다.
배를 쫄쫄 굶고 돌아온 두루미는 다음날 여우를 자기 집으로 초대했습니다. 그리고 맛있게 만든 요리를 긴 호리병 속에 담아 여우에게 권하였습니다. 두루미는 긴 부리로 잘 먹는데 주둥이가 짧은 여우는 갖은 꾀를 써서 먹으려고 했으나 먹지 못했습니다. 두루미는 여우에게“왜? 음식 맛이 없나요? 그렇다면 제가 다 먹어도 되겠지요?”라며 여우의 몫까지도 맛나게 먹어 치웠습니다. 그 후 여우와 두루미가 서로 친하게 지냈다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이솝우화 가운데서도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여우와 두루미’ 이야기다. 이웃과의 관계를 겉으로만 강조하고 속으로는 자신의 그릇만을 생각하는 우리나라 사회의 단면을 이솝이 살던 시대의 사람들도 가지고 있었다는 생각에 다다르면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상호관계가 빠진, 경쟁에 치우친 현실의 결과가 바람직한가에 대해 살펴보는 사회적 성찰이 필요한 요즘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호작용은 ‘글 읽기’에서 길러진다는 평범한 교훈에 귀 기울일 만하다. 독서는 ‘책을 쓴 사람과 나 사이에 일어나는 상호작용’ 이라는 흥미로운 사실에서 출발할 때 비로소 내용파악에 초점을 둔 사실적 독해뿐 아니라 객관과 주관을 넘나드는 창의적 독해에 다다르게 된다.
''사회적 상호작용 역량'' 세계 최하위
얼마 전 한국교육개발원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국제교육협의회(IEA) 조사를 토대로 36개국 청소년의 ‘사회적 상호작용’ 역량 지표를 계산한 결과, 한국이 35위라고 발표한 바 있다. 사회적 상호작용 역량은 다양한 이웃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활동을 수치로 나타낸 지표다. 어려서부터 의미를 빼놓고 내용을 암기하는 기계(?)식 교육과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이 최우선 가치로 강조한 그릇된 교육풍조의 결과다. 최근 카이스트(KAIST)에서 잇달아 발생한 불행한 사태도 경쟁의 일방적 주입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물론 언론의 떠들썩한 논조에 대학 내 구성원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분명, 눈앞 성과위주로 치우친 대학교육의 폐해임을 피하긴 어렵다. 자발성이 배제된 경쟁과 편향적인 가치관이 만연한 세태 속에서 바람직한 사회지표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성취는 사회 속에서 이루어질 때 가치가 크다. 인간관계 없는 성공은 고립일 뿐 아니라 공허하다. 성공의 조건이 되는 경쟁 또한 다르지 않다. 인정과 격려를 나누어야 한다. 경쟁을 통해 실패자가 아니라 자기 성찰과 재도약의 기회를 부여해주는 사회와 교육풍토가 마련되어야 한다.
책읽기와 상호작용
흔히 책을 일컬어 간접경험을 얻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고 한다. 물론 실제적인 면에서는 체험이 보다 효과적이다. 그렇지만 책이 체험보다 다양한 이해를 길러준다는 면에서 볼 때 보다 객관적이다. 스스로를 객관화시킬 때 이해의 범위는 보다 넓어진다. 경험은 주관적 한계의 문제에 부딪친다. 그렇지만 독서를 통해서는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거리감 유지능력을 갖는 게 쉽다. 독서의 방법을 공부에 적용시켜야 한다. 많은 학생들이 책을 읽는 것과 공부를 하는 것을 완전히 별개로 생각한다. 책과의 상호작용이 아니라 일방적 의무감에서 책을 읽기 때문이다. 학생입장에서 필독서는 의무에 따른 독서이니 만큼 요약내용을 꿰고 있다. 그렇지만 내용의 의미는 여전히 낯설다. 독서와 상호작용하는 생각이 분리된 탓이다. 문제집을 풀면서 내가 공부한 내용 가운데 약한 부분이 무엇인가를 찾아내기보다 답 맞추기를 위한 문제집 암기에 급급하다. 어떤 내용을 공부하는가에 있어서도 선행진도에 따를 뿐이다. 그러다보니 약간만 문제집을 벗어난 내용과 질문을 해도 혼란을 일으킨다.
상호작용은 청소년의 생활뿐 아니라 책읽기에서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왜’라는 질문에 불편해하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은 것은 정답 맞추기에 급급해 자신의 생각을 키울 만한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책은 보이지 않는 저자와의 대화’라는 멋진 경구는 먼지가 쌓인 지 오래다. 암기 내용이 많은 똑똑(?)한 학생 수는 늘어났을지 모르지만 책과 교과를 넘나들며 책을 책답게 읽는 학생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리된 조립상태의 교과내용을 일방적으로 머릿속에 담아 넣어야 하는 학생의 잘못을 탓해야 할 일인가.
논술의 시작, 책과의 상호작용
앞만 보기에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현실에서 돌아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일상에서 뿐 아니라 공부를 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읽었던 것을 되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보아야 한다. 정리는 이해를 위한 지름길이다. 논술답안이 아닌 일반적인 글을 쓰는 것만 보아도 사고의 깊이와 잠재력을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 이유는 무엇을 어떻게 정리해내고 있는가에 초점이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놓은 글인 바에야 현재의 사고력을 고스란히 노출시킬 수밖에 없기 마련이다. 제대로 된 독서가 중요하다는 사실에서 더 나아가 ‘어떻게 정리 하는가’에도 무게를 두어야 한다. 습관을 바로잡아주는 것에서 교육의 출발을 삼아야 한다면 논술은 독서의 방법과 정리에서 시작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이솝은 우리나라 교육현실을 어떤 우화로 빗대어 이야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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