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하나로 행복해지는 비결, 아세요?
누런 황사먼지가 전국을 뒤덮은 지난 1일 오후1시경, 백석중학교에 갑작스레 인파가 몰렸다. 국민생활체육 고양시 줄넘기연합회(이하 고양시줄넘기연합회)에서 주관한 2011 고양시장배 줄넘기대회에 온 사람들이다.
“줄넘기 인구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네!”
지나가던 사람들의 말 때문만은 아니었다. 유치부에서 초, 중, 고등학생과 일반부까지 550명이 참여했다는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줄넘기에 어떤 매력이 있기에 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실력을 겨루는가.
5년째 여는 시장배 줄넘기대회
고양시줄넘기연합회는 2007년부터 5년째 시장기대회를 열고 있다. 주로 교사들 위주로 꾸려지던 모임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층 열리는 계기가 되었다. 줄넘기 하나로 무슨 대회를 할 게 있나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혼자 넘는 ‘개인 줄’, 둘이 넘는 ‘짝 줄’, 여럿이 함께 하는 ‘긴 줄’등 패턴이 다양하다. 이날 대회에서도 8자 마라톤, 스피드릴레이, 함께 뛰기, 2인 번갈아 뛰기, 30초 빨리 뛰기, 2중 뛰기(일명 쌩쌩이) 등 생소한 형식의 게임이 진행되었다. 실력들도 만만치 않았다. 2중 뛰기는 2분에 69개를 뛴 일산초 남대우 학생, 30초 빨리뛰기는 67개를 뛴 은행초 강동재 학생, 단체전 3인 쌍줄릴레이는 한수초 고정민 외 2인이 141개를 뛰어 1등을 차지했다.
경기장을 지켜보니 독특한 점이 눈에 띄었다. 다른 스포츠 경기와 달리 경기에 참여하는 사람들, 진행하는 사람들이 모두 환하게 웃는 표정이다. 친구와 함께 마주보고 서서 줄을 넘는 초등학생들은 금방이라도 까르르 웃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밝은 얼굴들이다. 어른도 아이도 줄 하나를 손에 쥐고 어쩌면 이렇게 행복해 보일까.
고양시줄넘기연합회 장인석 회장은 “줄 하나로 가족이 행복해질 수 있고, 누구나 즐길 수 있다”고 자랑했다.
비만 잡는 줄넘기
고양시줄넘기연합회에는 가족회원들이 많다. 엄마가 취미로 시작해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함께 줄넘기 지도자 자격을 갖추게 된 오은희 씨의 경우도 그러하다.
오은희 씨는 국민생활체육 줄넘기연합회 수석 부회장이다. 처음부터 큰 뜻을 품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세 아이를 출산 하고 몸무게가 20kg가까이 불었다. 호수공원을 두 세 시간 씩 걸어도 살이 빠지지 않았다. 교사로 일하는 시누이가 “줄넘기를 해봐라. 살이 빠지고 다시 찌지 않는다”고 추천해줘서 시작했다. 하다 보니 재미있어 지도자 자격증도 따고 프리랜서 강사일을 시작해 경력도 쌓았다. 다이어트에 성공한 것은 물론이다. 오 씨는 “살이 너무 빠져서 전에 알던 사람들은 알아보지 못한다”며 웃었다.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어
초등교사인 박범서씨는 집에서는 부인과, 학교에서는 학생들과 날마다 줄넘기를 한다. 그는 “학생들 키 크는데 줄넘기가 많은 도움이 된다”면서 “아이 키가 많이 자랐다며 고맙다고 인사하는 학부모들이 많다”고 말했다. 체력이 좋아지니 건강해지고, 몸이 튼튼해지니 성격도 쾌활해진다. 박씨는 그러나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몸에 무리가 온다”며 주의 사항을 일러 주었다. 특히 시멘트에서 뛰는 줄넘기는 백해무익이란다. 운동 전 후 스트레칭도 중요하다. 뛰는 요령을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관절에 무리가 온다. 박씨가 말하는 줄넘기 요령은 ‘반드시 나무 바닥이나 운동장에서 뛸 것’, 그리고 ‘낮게 뛰는 것’이다. 그는 스키를 타다 연골을 다쳐 수술까지 했다. 그러나 줄넘기를 지속적으로 낮게 뛰면서 무릎 근력이 생겼고 지금은 등산도 할 수 있을 만큼 회복했다.
“요령을 제대로 알고 하면 굉장히 좋은 운동인데 무작정 하다 보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어요. 제대로 가르쳐주는 곳이 많지 않으니까요.”
취미로 시작해 ‘나’를 찾는 줄넘기
고양시줄넘기연합회는 매주 월, 금요일마다 백석동 알미공원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무료 강좌를 진행한다. 오전 9시 30분에서 한 시간 동안 진행하는 일반인 대상 강좌다. 30여명의 회원들은 기량을 쌓아 30여 곳의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이나 문화센터 강사로 파견을 나간다. 강사들은 대부분 주부들이다. 매년 여는 시장기 대회부터 강좌 운영까지 모두 회원들이 직접 꾸려간다. 어려움도 많았다. 생전 처음 해보는 공문 작성을 하려니 힘들어 새벽에 서로 전화통화를 하며 울기도 했단다. 하지만 힘들어도 또 열게 되는 것, 바로 혼자 하기보다 여럿이 함께 뛰는 줄넘기의 매력 때문이란다.
회원들은 대부분 아침에 눈뜨면 줄넘기, 하루 마무리도 줄넘기로 한다. 줄넘기 모임에 집중하게 되니 서로 작아진 옷들을 나눠 입으며 아이들도 함께 키운다. 주부인 회원들이지만 모이면 남편 얘기 자식 얘기보다 줄넘기 얘기로 수다꽃을 피운다. 가장 좋은 것은 ‘누구누구 엄마’가 아닌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당당히 걸고 활동한다는 것이다. 취미를 아이들과 함께 즐기니 남편의 지지는 절로 따라온다. 줄 하나로 가족 행복과 건강까지 찾은 사람들, 이들이 진짜 실력자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우리동네 줄넘기 무료 강좌
백석동 알미공원 /월 금요일 오전 9시 30분~10시 30분/010-5186-5023
저동초등학교 / 화요일 저녁 6시~8시/010-7133-5578
***Mini Interview - 2011 고양시장배 줄넘기대회에서 만난 사람들
늘푸름유치원 장주선 어린이
“줄넘기 열 번 넘는 게 목표예요”
줄넘기를 배운 지 한 달째지만 열정만큼은 누구 못지않다. 대회도 부모님을 졸라서 나올 정도다.
“유치원에서 줄넘기를 배웠고 점프하는 게 너무 좋다”는 주선이의 평소 실력은 2번 넘는 정도. 이날 대회의 목표는 열 번을 넘는 것이다.
백마초등학교 윤지은 학생 “긴 줄넘기가 좋아요”
초등학교 3학년인 지은이는 학교 방과 후 교실에서 줄넘기를 배운다. 날마다 엄마와 함께 줄넘기 연습을 할 만큼 열정적이다. 여덟 살 난 동생 동영이도 누나를 따라 줄넘기를 배운다. 황사가 심한 날이라 마스크를 챙겨 쓰고 대회장에 온 지은이는 “긴 줄넘기 뛰는 게 가장 재미있다”며 웃었다.
김포서초등학교 스포츠강사 기민서씨 “줄넘기는 삶의 활력소”
초중교 시절 태권도 학원에 다니면서 줄넘기를 처음 배웠다는 기민서 씨. 김포서초등학교에서 스포츠강사로 일한다. 2009년 경기도줄넘기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음악에 맞춰 줄넘기를 하다 보면 가르치다가도 어느 순간 푹 빠져서 할 때가 있다”고 말한다. 신나게 따라하면 스트레스가 쫙 풀리는 줄넘기는 그에게 삶의 활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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